국내여행/은퇴자마을 강원도 양구 두 달살이

화천 파로호 산소길--양구43

맑은 바람 2022. 4. 21. 21:20

2022.4.21 목 快晴, 양구확진자 61명

--화천 산소 100리 길

지난 저녁엔 밥숟가락을 놓자마자 어찌나 잠이 쏟아지던지 참지 못하고 9시 뉴스도 못 본 채 잠이 들었다.
아니나 달라, 잠이 깨니 자정을 갓넘긴 12시 30분이다.
'큰일났네, 이 긴 밤을 어찌할꼬!'
불을 켜고 책이라도 보았으면 딱이겠는데, 대니의 수면에 방해가 되니 그것도 안 되겠고~
고요 속에 가만히 웅크리고 온갖 잡생각에 빠진다. 3시 가까이 되어서야 다시 잠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그동안 커피가 수면싸이클을 방해한 것이다. 커피를 마시지 않으니 몸이 자연에 순응해서 해 떨어지면 졸린 거다.
요새 부쩍 커피에 대한 거부감이 든 것은, 커피를 마시고 산책을 나가면 화장실 찾기에 급급해져 산책의 질을 떨어트린다. 그래서 요 며칠 커피를 끊으려고 생강차를 마시고 있다. 몸을 따뜻하게 하는 음료라 기분이 좋고 커피의 부작용도 없는 듯하다. 이 참에 커피 끊고 서울 올라가야지!

제니에게서 카톡이 왔다. 오늘 화천 '파로호 산소백리길' 어떠냐고? 당장 ㅇㅋ!다.
10시 30분에 출발, 12시경 화천군내로 접어들었다. 미륵바위 부근에 괜찮은 음식점이 있다고 들은 기억이 나서 찾아보았다.
'콩사랑' --집에서 재배한 재료만으로 음식을 만든다는 곳---

언덕 위에 턱하니 자리잡은 식당 건물도 시선을 끌거니와 너른 풀밭 여기저기 누워 있고 묘한 포즈로 서 있는 인체조각상들이 예사롭지 않다. 안으로 들어서니 무덤덤한 인상의 남자주인이 우리를 맞는다. 우리가 격하게 호감을 표시했더니 당신 아들이 '금쪽같은 내새끼'의 PD 김아무개라고 자랑을 잊지 않는다. 음식 또한 정갈하고 맛났다.

인근에 차를 두고 '살랑교'를 넘어 본격적으로 산소길 트레킹에 나섰다.

물 위로 이어진 데크를 걸으며 깊이를 알 수 없는 짙은 녹색의 파로호에 신비감과 함께 두려움도 느꼈다. 누가 말했다.
"스위스 레만호 저리가라네! "
물 데크는 다시 산길로 이어져 올망졸망 군락을 이룬 야생화 꽃밭으로 우릴 초대한다.

피나물꽃, 흰젖제비꽃, 양지꽃, 말발도리--온종일 이 작고 강인한 꽃들은 물가에 찰싹이며 다가오는 잔물결과 벗하며 무료함을 달래리라.
왕복 만보 정도 걸으리라 작정하고 어느 정도 시점에서 잠시 쉰 후에 돌아나왔다.
제니는 이 산소길 때문에 화천을 사랑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