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은퇴자마을 강원도 양구 두 달살이

가양주 시음회--양구41

맑은 바람 2022. 4. 19. 22:06

4.19 화 快晴 21도/3도
--마음씻기
--문앞까지 찾아온 봄
--가양주 시음회

아침 목욕을 하는 중에 무심결에 내가 뱉은 말들이 떠오른다.

이미 상대방 마음 속에 깊이 들어가버려 도로 찾아오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 말은 곧 그사람의 생각이라고--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이런 失言은 계속 되풀이 될게 틀림없다.
조심 또 조심하며 그녀의 아픈 데를 건들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깊이 생각할 줄 모르거든 입을 덜 놀리면 된다.

아무래도 말이 많다 보면 쓰레기와 먼지도 나오는 법이니까.

현관문을 여니 하얀 조팝나무꽃이 눈부시다.

이제 먼곳까지 가지 않아도 봄꽃들이 발밑까지 찾아왔다.

등나무 벤치에 가만히 앉아 솔솔 부는바람을 맞으며 눈을 돌리기만해도 천지가 꽃대궐이다.
발밑엔 냉이꽃, 꽃다지꽃
눈을 들면 조팝꽃, 살구꽃, 벚꽃--영산홍도 이제 막 꽃망울이 부풀었다.

물까치 한 마리가 가지에 앉아 어딘가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내 모습이다.

술빚은 지 13일째, 좀 이른 감이 있지만 대장이 이제 걸러서 마셔도 된다고 해서, 베보자기에 걸러, 약간의 물도 섞어서 가양주를 완성했다.

뒤베란다에 자리를 잡고 김치와 시래기꽁치졸임을 안주로 삼아 한 잔씩 마셔 보았다.
단맛이 전혀 없고 시큼하기까지하다. 시판되는 달달한 맛에 길이 들어서인가 술맛은 별로였다.
술보다는 둘러앉아 살아온 날들 얘기를 안주 삼아 눈시울을 붉힌 일이 깊은 술맛을 느끼게 했다.

공동체 마을 식구들-여행을 떠나올 때 잡된 마음들은 집에 두고 오는 걸까? 모두 순수하고 그저 착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