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영화 ·강연 이야기/책

어린왕자

맑은 바람 2022. 5. 6. 21:58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박연강 옮김/매월당/143쪽/초판1쇄2016.2.10/초판3쇄 2018.2.20/읽은때 2022.5.2~5.6

(24)이 추억을 이아기하면서 나는 깊은 슬픔을 느낀다. 내 친구가 그의 양과 함께 떠나버린 지도 벌써 여섯 해가 된다. 내가 여기서 그를 묘사해 보려 애쓰는 것은 그를 잊지 않기 위해서다. 친구를 잊는다는 것은 슬픈 일이니까. 누구나 다 친구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를 잊는다면 나도 숫자밖에 모르는 어른이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20대 후반에 법정스님의 글 속에서 이런 내용의 글이 있었던 걸 기억한다.

'어린왕자를 읽지 않은 사람하고는 대화를 하지 말라'는-- 그때 만난 책이 '어린왕자'였다.)

(34)"마음이 몹시 슬플 때는 지는 해의 모습이 정말 좋아---"
(38)"수백만 개의 별들 중에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꽃을 사랑하고 있는 사람은 그 별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어. 그는 속으로 '내 꽃이 저별들 어딘가에 있겠지---'하고 생각할 거야.
하지만 만약 양이 그 꽃을 먹어버리면 그 사람에게는 모든 별들이 갑자기 사라져버리는 거나 마찬가지야! 그런데도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거지!"
(44)어느날 어린왕자는 내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그 꽃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지 말았어야 했어. 꽃들의 말에는 절대로 귀를 기울이면 안 되는 법이야. 바라보고 향기를 맡기만 해야 해. 내 꽃은 내 별을 향기로 뒤덮었어. 그런데도 나는 그것을 즐길 줄 몰랐어. 나를 그토록 성가시게 했던 그 발톱이야기도 측은한 마음으로 듣고 이해해 주어야 옳았던 거야.---"
그는 또 이렇게도 말했다.
"나는 그때 아무것도 이해할 줄 몰랐어. 그 꽃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고 판단했어야 했어. 그 꽃은 나에게 향기를 풍겨주고 내 마음을 환하게 해주었어. 결코 도망치지 말았어야 하는 건데. 아, 꽃들이란 얼마나 모순된 존재들인지! 하지만 그때 난 너무 어려서 그 꽃을 미처 사랑할 줄 몰랐던 거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놓쳐버린 순간들을 후회하고 사는지! 오늘을 감사하고 즐기는 일이 그래서 중요하다는 거지!)
(57)늙은 왕의 나라:
(어린왕자에게 법무대신을 명한 왕은, 어린왕자가 심판할 대상이 아무도 없다고 하자)
"그럼 네 자신을 심판하거라. 그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니라. 네가 너 스스로를 훌륭히 심판할 수 있다면 그건 네가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인 까닭이니라"
(59)허영심으로 가득한 사람:
허영심 많은 사람에게는 오로지 찬양의 말만 들릴 뿐이었다.
(63)술꾼
-왜 술을 마셔요?
-잊기 위해서지
-무엇을 잊기 위해서예요?
-부끄럽다는 걸 잊기 위해서지.
-뭐가 부끄럽다는 거예요?
-술을 마시고 있다는 게 부끄러워!
(65)사업가의 별
사업가는 우주의 오억일백육십이만이천칠백삼십일 개의 별을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501,622,731)
-그 별들을 가지고 뭘하는 거예요?
-아무것도 하는 것 없어. 그것들을 소유하고 있지.
-그럼 그 별들을 소유하는 게 아저씨에게 무슨 소용이 있어요?
-다른 별들이 발견되면 그걸 또 살 수 있거든.
-그런데 아저씨는 그 별들을 가지고 뭘 하죠?
-그것들을 관리하지. 별을 세어보고 또 계산하고.
-나는 말이예요. 꽃을 한 송이 소유하고 있는데 매일 물을 줘요. 화산도 세 개나 가지고 있어서 일주일에 한번씩 그을음을 청소해 준다고요. 불이 꺼진 휴화산도 청소해 주니까 모두 세 개예요. 내가 그들을 소유하는 것이 내 화산이나 꽃에게 유익한 일이예요. 하지만 아저씨는 별들에게 하나도 유익하지 않아요.
(71)가로등 켜는 사람
이 별은 너무 작아 아무도 살지 않고 가로등 하나와 가로등 켜는 사람 한 명 있을 자리밖에 없었다.
-이 사람도 어리석은 사람인지 몰라. 그래도 왕이나 허영심 많은 사람이나 사업가, 혹은 술꾼보다는 덜 어리석은 사람이지. 왜냐하면 적어도 그가 하는 일은 하나의 의미가 있거든. 그가 가로등을 켤 때는 별 한 개를, 혹은 꽃 한 송이를 더 태어나게 하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또 가로등을 끌 때면 그 꽃이나 그 별을 잠들게 하는 거고. 그거 아주 아름다운 직업이군. 아름다우니까 진실로 유익하기도 하고.
(75)사람이란 누구나 성실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게으름을 피우고 싶을 수도 있는 법이다.
(76)--저 사람(가로등 켜는 이)은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멸시를 받을 테지. 하지만 우스꽝스럽게 보이지 않는 사람은 저 사람뿐이야. 그건 저 사람이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일에 전념하기 때문이야.---내가 친구로 삼을 수 있었던 사람은 저 사람뿐이었는데. 그렇지만 그의 별은 너무 작아. 두 사람이 있을 자리가 없거든--
(77)책을 쓰고 있는 늙은 지리학자선생:도시와 강과 산, 바다와 태양과 사막을 세러 다니는 건 지리학자가 하는 일이 아냐. 지리학자는 아주 중요한 사람이니까 한가히 돌아다닐 수가 없단다. 서재를 떠날수가 없어.대신 서재에서 탐험가들을 만나는 거지. 그들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하여 그들의 기억을 기록하는 거야.
---
-우린 꽃은 기록하지 않아.
지리학자가 잘라 말했다.
-왜요? 아주 예쁜 꽃인데요.
-꽃은 일시적인 존재이기 때문이지.
-일시적이 뭐예요?
-그건 '머지않은 장래에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뜻이지.
그 말에 어린왕자는 생각에 잠겼다.
'내 꽃은 일시적인 존재야.세상에 대항할 무기라곤 네 개의 가시밖에 없고! 그런데 나는 그 꽃을 내 별에 혼자 내버려두고 왔어!'
그것은 어린왕자가 처음으로 느낀 후회의 감정이었다.
(83)일곱 번째 별 지구:
그곳에는 백십일 명의 왕과 칠천 명의 지리학자와 구십만 명의 사업가, 그리고 칠백오십만 명의 술주정뱅이, 삼억천백만 명의 허영심 많은 사람들 등 약 이십억 명쯤 되는 어른들이 살고 있었다.

(88)어린왕자는 돌 위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별들이 저렇게 빛나고 있는 것은 아마 누구든 언제고 자기별을 다시찾을 수 있게 해 주기 위해선가 봐.내 별을 바라봐.바로 우리 위에 있어---하지만---너무 멀리 있어!"

어린왕자가 말했다.
"사람들은 어디에 있니?사막은 좀 쓸쓸하구나--"
"사람들 틈에 섞여 있어도 외롭기는 마찬가지야."
뱀이 말했다.
"넌 별로 힘이 세지 않아---. 발이 없으니---여행도 할 수 없잖아."
"하지만 난 그 어떤 배보다 더 먼 곳으로 너를 데려다 줄 수 있어."
뱀이 말했다.
(99)훌륭한 왕자가 될 수 없을 거라며 낙망해서 울고 있을 때 여우가 나타남:
--너는 누구니, 참예쁘구나---
--난 여우야.
--이리 와서 니와 함께 놀아. 난 정말로 슬프단다---
--난 너와 함께 놀 수 없어. 나는 길들여지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길들인다'는 게 뭐지?
--사람들은 그걸 너무 무시하고 있는데 그건 '관계를 만든다'는 뜻이야. 넌 아직 내게 수많은 다른 소년들과 다를 바 없는 한 소년에 지나지 않아. 너에게 나 또한 수많은 다른 여우와 다를바 없는 한 마리 여우에 지나지 않아.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되는 거야. 너는 나에게 이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존재가 되는 거고, 나도 너에게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가 되는 거야--

(103)여우가 말했다.
내 생활은 단조롭단다.나는 닭을 쫓고 사람들은 나를 쫓지.닭들은 모두 똑같고 사람들도 모두 똑같아. 그래서 난 좀 심심해. 하지만 만약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내 생활은 환히 밝아질 거야. 그렇게 되면 다른 모든 발자국 소리와 구별되는 발자국 소리를 나는 알게 되겠지. 다른 발자국 소리들은 나를 땅밑으로 기어들어가게 만들 테지만 네 발자국 소리는 마치 음악처럼 나를 땅밑 굴에서 밖으로 불러낼 거야. 그리고 저길 봐! 저기 밀밭이 보이지? 난 빵은 먹지 않으니까 밀은 내겐 아무 소용도 없는 거야. 밀밭은 내게 아무것도 생각나게 하지 않아. 그건 정말 서글픈 일이지! 그런데 너는 황금빛 머리카락을 가졌어. 그러니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정말 근사할 거야! 왜냐하면 밀은 황금빛이니까 너를 생각나게 해 줄 거야. 그러면 나는 밀밭 사이를 지나가는 바람 소리까지도 사랑하게 될 거야--."
"부탁이야---나를 길들여 줘!"
"그래, 나도 그러고 싶어."
(104)"누구나 자기가 길들인 것밖에는 알 수 없어.사람들은 이제 뭔가를 진정으로 알게 될 시간조차 없다고.그들은 이미 만들어져 있는 물건을 가게에서 사거든. 그런데 친구를 파는 가게는 아무 데도 없어. 그래서 그들은 친구가 없는 거야. 친구를 갖고 싶다면 나를 길들여줘."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참을성이 있어야 해"
"우선 내게서 조금 떨어져서 이렇게 풀밭에 앉아 있어. 난 너를 곁눈질로 볼 거야. 넌 아무 말도 하지 마. 말은 오해의 근원이지. 날마다 넌 조금씩 더 가까이 다가앉을 수 있게 될 거야--."
다음날 어린왕자는 다시 여우에게 갔다.
"매일 같은 시간에 와 주는 게 더 좋아."
"이를테면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난 세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네 시가 가까워질수록 난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그리고 네 시가 다 되었을 때 난 흥분해서 안절부절 못할 거야. 아마 행복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 알게 되겠지! 그렇지만 네가 아무때나 온다면 나는 몇 시에 마음을 곱게 단장해야 하는지 모르잖아---.어떤 준비의식 같은 것이 필요하거든."

(107)"장미꽃들을 다시 가서 봐. 그러면 너는 네가 두고 온 꽃이 이 세상에서 오직 하나밖에 없는 장미라는 걸 깨닫게 될 거야. 그리고 내게 돌아와서 작별인사를 해 줘. 그러면 내가 네게 한 가지 비밀을 선물할게"
(108)어린왕자가 장미꽃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아름답지만 텅 비어 있어. 그 누구도 너희들을 위해서 죽어주지는 않을 테니까. 물론 내 꽃도 지나가는 사람이 본다면 너희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거야. 하지만 그 꽃 한 송이가 내게는 너희들 모두 보다도 더 소중해. 내가 그 꽃에게 물을 주었기 때문이야. 또 내가 유리 덮개를 씌워 주었기 때문이야. 나비를 위해 두세 마리 남기고 그 꽂의 벌레를 잡아준 것도 나야. 그 꽃이 불평을 하거나 자랑을 늘어놓는 것을, 또 때로는 말없이 침묵을 지키는 것을 내가 귀기울여들어주었기 때문이야. 그리고 그 꽃은 내 꽃이기 때문이야."
그리고 그는 여우에게로 돌아갔다.
"안녕, 잘 있어."
(109)"안녕, 잘 가"
여우가 말했다.
"참 내 비밀을 말해 줄게. 아주 간단한 건데---오로지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야."
어린왕자는 잊지 않으려는 듯 되뇌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너의 장미꽃을 그토록 소중하게 만든 건 그 꽃을 위해 네가 바친 그 시간들이야."
"내가 나의 장미꽃을 위해 바친 시간들이다.---."
어린왕자는 잊지 않으려는 듯 다시 중얼거렸다.
"너는 그걸 잊으면 안돼. 네가 길들인것에 대해 넌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는 거니까. 너는 네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어---."
"나는 내 장미에게 책임이 있다---."
결코 잊지 않으려는 듯 어린왕자는 되풀이했다.
('어린왕자' 중의 클라이맥스랄까, 참 아름다운 문장으로, 누군가에게 이 부분을 낭독해 주고 싶다)
(111)철도원과의 만남:
급행열차를 타고 부지런히 오가는 사람들을 보고--
"저 사람들은 자기들이 원래 있던 곳에서 만족하지 못했어요?"
"사람들은 자기들이 원래 있던 곳에서는 언제나 만족하지 못한단다."
(113)갈증 없애주는 약을 파는 장사꾼:
"이걸 먹으면 시간을 굉장히 절약해 주거든. 전문가들이 계산을 해 봤는데, 일주일에 무려 오십삼 분을 절약할 수 있대."
"그럼 그 오십삼 분으로 뭘 하나요?"
"자기가 하고싶은 걸 하겠지---"
"만일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오십삼 분이 있다면 샘을 향해 천천히 걸어갈 텐데--."
(115)사막에서 비행기가 고장을 일으킨 지 팔일째 되는 날이었다. 나는 아껴 두었던 물의 마지막 한 방울을 마시며 장사꾼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꼬마친구야, 지금은 여우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야!
--왜?
--목이 말라 죽게 되었으니까 말이야---
--죽어간다 할지라도 한 친구를 가졌다는 건 좋은 일이야. 난 여우를 친구로 사귀었다는 게 기뻐--
(116)둘은 우물을 찾아나섰다.
--별들은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 한송이 꽃 때문에---
--그렇지
--사막은 아름다워.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그것이 어딘가에 우물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
--그래. 집이든 별이든 사막이든 그걸 아름답게 해 주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거야.
--아저씨가 내 여우와 같은 생각이어서 기뻐.
어린왕자가 잠이 들었으므로 나는 그를 안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이 잠든 어린왕자가 나를 이토록 감동시키는 것은 꽃 한 송이를 향한 그의 성실함 때문이야. 그가 잠들어 있을 때에도 한 송이 장미꽃은 마치 등불처럼 그의 마음 속에서 빛나고 있기 때문이야--.'
나는 그렇게 밤새 걷고 또 걷다가 동틀 무렵에 우물을 발견했다.

(122)(우물을 발견한 그들은 두레박에 우물물을 퍼올렸다.)
나는 두레박을 그의 입술에 갖다 대주었다. 그는 눈을 감은 채 물을 마셨다. 그 순간은 축제처럼 감미로웠다. 그 물은 마시는 물 이상의 그 무엇이었다. 그것은 별빛 아래 밤새 걸어온 길과 도르래의 노래와 그리고 그걸 당긴 내 두 팔의 노력으로 태어난 것이었다. 그 물은 마치 선물을 받았을 때처럼 마음을 기쁘게 해 주는 것이었다.

(126)누군가에게 길들여진다는 것은 눈물을 흘릴 일이 생긴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길들여진다'는 말은 우리의 경우, 야생의 성질을 가진 동물이나 사람을 다루기 쉽게 만드는 과정을 의미한다.

여우가 말하는 의미는 우리식으로 바꾸면 '情 든다'는 말이 적절할 듯싶다.)

(130)"아저씨가 고장난 기계를 고치게 돼서 기뻐. 아저씬 이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겠네---"
"나도 오늘 집으로 돌아가---내가 갈 길이 훨씬 더 멀고---훨씬 더 어려워---"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그를 아기처럼 품에 꼬옥 껴안았다.
그는 진지한 눈빛으로 아득히 먼 곳을 바라보았다.
"내겐 아저씨가 그려준 양이 있어. 그리고 그 양을 위한 상자도 있고 입마개도 있고--"
"너 무서웠구나---"
틀림없이 그는 무서웠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부드럽게 웃었다.
"오늘 밤엔 더 무서울 거야"
영영 돌이킬 수 없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느낌에 나는 다시금 눈앞이 아찔해졌다. 그 웃음소리를 영영 다시 들을 수 없게 된다니 생각만 해도 견딜 수 없었다. 그것은 나에게 사막의 샘 같은 것이었다.
"얘, 네 웃음소리를 다시 한 번 듣고싶어--"
"오늘 밤이면 꼭 일 년째가 돼. 내 별이 내가 작년 이맘때 떨어졌던 그 장소 바로 위에 있게 될 거야--"
"얘, 그 뱀이니 만날 약속이니 별이니 하는 이야기는 모두 못된 꿈같은 거 아니니---"
그는 내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단지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라고 말할 뿐이었다.
(133)"모든 사람들에게 별들이 다 같은 의미는 아니야. 여행하는 사람에게 별은 길잡이지. 또 어떤 사람들에겐 그저 조그만 빛일뿐이고, 학자들에게 별은 연구해야 할 대상이고, 내가 만난 사업가에겐 별은 황금이지. 하지만 이런 모든 별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어. 아저씬 어느 누구도 갖지 못한 별들을 갖게될 거야--"
"그건 또 무슨 뜻이니?"
"내가 그 별들 가운데 하나에 살고있을 거야. 그리고 내가 그 한 별에서 웃고 있을 거야. 그러니까 아저씨가 밤하늘을 바라보면 별들이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일 거야. 그러면 아저씨는 웃을 줄 아는 별들을 갖게 되는 거야!"
"그리고 아저씨의 슬픔이 가라앉으면 나를 알게 된 것을 기뻐하게 될거야. 아저씬 언제까지나 내 친구로 있을 거야. 그래서 나와 함께 웃고 싶어질 거야.---"
(136)"아저씨가 온 건 잘못이야. 보나마나 마음이 몹시 아플 텐데--내가 죽은 듯이 보일 거야. 하지만 정말 그런 것은 아니야---"
"아저씨도 알 거야. 거긴 너무 멀어.내 몸까지 가져갈 수는 없거든. 너무 무거워서---"
"하지만 그것은 버려야 할 낡은 껍데기 같은 거야. 낡은 껍데기를 버린다고 슬퍼할 건 없잖아--"
(137)작별
그는 울고 있었다.
"이제 다 왔어. 저기야. 나 혼자서 한걸음만 옮기게 해 줘"
그러더니 그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그가 다시 말했다.
"아저씨---내 꽃 말인데---나는 그 꽃에게 책임이 있어! 더구나 그 꽃은 몹시 연약하거든! 또 너무 순진해서 아무것도 아닌 네 개의 가시로 세상에 대해 자기 몸을 방어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
나는 더 이상 서 있을 수가 없어서 주저앉았다.
그가 말했다.
"자--이제 다 끝났어---"
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다시 일어났다. 그리고 한걸음을 내디뎠다.나는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그의 발목에 노란 한 줄기 빛이 번쩍 했을 뿐이었다. 그는 잠깐 동안 그대로 서 있었다. 그는 소리치지도 않았다. 어린왕자는 나무가 쓰러지듯 스르르 쓰러졌다.
모래 때문에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140)그러니까 그게 벌써 여섯 해 전의 일이었다---.
이제는 내 슬픔도 조금 가셨다.
하지만 나는 그가 자기의 별로 돌아갔다는 걸 알고 있다. 왜냐하면 다음 날 해가 떴을 때 그의 몸이 온데간데 없었기 때문이다.

이 그림을 자세히 잘 보아 두었다가 언젠가 여러분이 아프리카사막을 여행할 때 '아! 여기구나'하고 곧바로 알아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만약 이곳을 지나가게 되거든 부디 발걸음을 서두르지 말고 저 별 아래에서 잠시 기다려 보기를 간곡히 부탁한다.
그때 만일 한 아이가 여러분에게 다가와서 웃으면, 머리카락이 금빛이면, 그리고 묻는 말에 대답을 하지 않으면, 여러분은 그가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그러면 내게 친절을 베풀어 주시기를!
내가 이처럼 마냥 슬퍼하도록 내버려두지 말고 그가 돌아왔다고 나에게 빨리 편지를 보내주시기를---
(길들여진다는 건 이렇게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것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