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15 종일 비
요즘은 한밤중에 잠이 깨면 복이 생각으로 심사가 산란해져서 잠이 완전히 달아난 채로 새벽을 맞는다.
복이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걸까.이대로 깨어나지 못하고 가는 걸까.
4월 초 통화할 때만 해도 소망이 있었다.
복이는 말했다.
"나 이번에 병이 어느 정도 나으면 이제부터 나 위해서 살 거야.내가 그동안 하고싶었던 거 다 해보면서 살 거야."
그렇게 말했던 친구가 지금은 중환자실에 누워 아무도 알아보지 못할뿐더러 소생 가망성이 없이 의술행위에만 의존하고 있을 뿐이다.
며칠 전 병원으로 찾아갔을 때 친구의 남편은 말했다.
"의사가 이삼일 정도 본다고 말하더라구요. 오늘 아들과 함께 담당의사를 만났습니다. 葬地도 잡아놓고 장례준비도 해놓았습니다."
그런데 일주일이 흘렀다. 혹시 연락 않고 조용히 일을 치른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설마 병원까지 간 친구들에게조차 알리지 않을 리는 없지. 그 상황까지 갔는데 기적적으로 회복되고 있는 건 아닐 테지~ 그럼 당장 전화가 올 텐데.
숙이랑 병원까지 찾아간 이유는 행여 중환자실에 들어가게 되면 복이 손이라도 잡고 귓속말이라도 해주고 싶어서였다.
'복아,어서 회복돼서 함께 여행가야지. '
그런데 남편조차 면회가 허용이 안되서 며칠째 마누라 얼굴을 보지 못했단다.
왜 그들은 몸뚱이 사방에 구멍을 내고 최악의 의술행위를 해서 생명을 붙들려 하는가. 친구는 이미 아무런 의식도 없이 누워 있는데.
복이가 의식만 있어도 상황을 알아채고 모든 줄을 사정없이 빼 버렸을 거다.
병원에 실려가지 않고 죽을 수 있는것도 복이 있어야 한다.
큰 사고를 당해 내 의식과 몸뚱이를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을 때,치매에 걸렸을 때, 복이처럼 어지러워서 도무지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을 때는 타의에 의해서 병원으로 실려가는 수밖에 없다.
자다가 죽는 건 天福이고, 중병에 걸려 마지막을 정리할 시간을 벌 수 있다면 그것 또한 次善이다. 일하다 죽거나 놀러다니다 죽는 건 순간의 고통으로 끝나니 충격적이기는 하나 죽는 줄도 모르고 죽으니 그나마 다행이라 말할 수 있을까?
최악의 경우는 중환자실과 요양병원과 요양원을 전전하며 십 년 이십 년 사는 거다.
환자와 온가족이 정신적 물질적으로 큰 짐을 지게 된다.
죽음--일생일대의 큰 사건을 잘 치를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