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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희 <문학의 숲을 거닐다>(1쪽~152쪽)

맑은 바람 2024. 3. 6. 21:13

장영희(1952~2009.5.9)사대부고, 서강대, 뉴욕주립대 영문학 박사
작품:수필<내생애 단한번><그러나사랑은 남는 것>등

샘터/326쪽/2005.3초판1쇄/2009.5.15초판 32쇄/읽은 때 2024.3.5~3.6

(그녀가 세상을 떠난 직후인 2009년 5월 13일, 그녀를 추모하는 마음으로 책을 구입해서 단숨에 읽었다.
이제 내 서가의 책들을 하나둘 떠나보내는 중에 그때 느꼈던 따뜻함을 다시한번 떠올리며 읽어본다)

(10)이 책은 어떤 의미에서 나의 '손내밈'이다. 문학의 숲을 함께 거닐며 향기로운 열매를 향유하고 이 세상이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믿음을 나누고 싶은 나의 초대이다.--작가의 말

(20~21)사랑에 관하여:
우리는 어려운 것에 집착하여야 합니다.자연의 모든 것들은 어려운 것을 극복해야 자신의 고유함을 지닐 수 있습니다. 고독한 것은 어렵기 때문에 좋은 것입니다. 아마도 내가 알기에 그것은 가장 어려운 일이고 다른 모든 행위는 그 준비과정에 불과합니다. 젊은이들은 모든 일에 초보자이기 때문에 아직 제대로 사랑할 줄을 모릅니다.그러나 배워야 합니다. 모든 존재를 바쳐 외롭고 수줍고 두근대는 가슴으로 사랑을 배워야 합니다. 사랑은 초기단계에서는 다른 사람과의 합일, 조화가 아닙니다. 사랑은 우선 홀로 성숙해지고 나서 자기 스스로를 위해서,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하나의 세계가 되는 것입니다"--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중에서

 

(26)"제대로 보려면 마음으로 봐야 해.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거든"--<어린왕자> 중에서 길들인 장미의 소중함을 깨우쳐 준 여우의 말
(28~29)'영문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사랑의 이야기'의 주인공 엘리자베스 배릿 브라우닝(로버트 브라우닝의 아내)의 시:
당신이 날 사랑해야 한다면
오직 사랑만을 위해 사랑해 주세요
그녀의 미소 때문에--그녀의 모습--그녀의
부드러운 말씨--그리고 내 맘에 꼭들고
힘들 때 편안함을 주는 그녀의 생각 때문에
'그녀를 사랑해'라고 말하지 마세요

 

사랑하는 이여, 이런 것들은 그 자체로나
당신 마음에 들기 위해 변할 수 있는 것
그리고 그렇게 얻은 사랑은 그렇게 잃을 수도 있는 법
내 뺨에 흐르는 눈물
닦아 주고픈 연민 때문에 사랑하지도 말아 주세요
당신의 위안 오래 받으면 눈물을 잊어버리고,
그러면 당신 사랑도 떠나갈 테죠
오직 사랑만을 위해 사랑해 주세요
사랑의 영원함으로 당신 사랑 오래오래 지니도록
(전에 읽었는데 또 읽어? 하면서 서문을 들여다보는 순간, 그 편안한 문체가 다가오고, 그녀가 추린 세계명작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어 읽기로 했다. 참 잘했다!)

 

(52)내가 만약 누군가의 마음의 상처를
막을 수 있다면 헛되이 사는 것 아니리
내가 만약 한 생명의 고통을 덜고
기진맥진해서 떨어지는 울새 한 마리를
다시 둥지에 올려놓을 수 있다면
내 헛되이 사는 것 아니리--에밀리 디킨슨
(64)위대한 개츠비:

피츠제럴드는 책의 첫부분에서 개츠비에게 '위대한' 이란 수식어를 갖다붙인 이유를 분명히 밝힌다. 그것은 바로 개츠비가 암담한 현실 속에서 '아무리 미미해도 삶 속의 희망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 '사랑에 실패해도 다시 사랑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능력' 즉 언제라도 사랑에 빠질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 '낭만적 준비성' 그리고 '삶의 경이로움을 느낄 줄 아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책이나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개츠비 앞에 '위대한'이 붙은 이유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66)문학의 주제를 한마디로 축약한다면 '어떻게 사랑하며 사는가'에 귀착한다. 동서고금의 모든 작가들은 결국 이 한 가지 주제를 전하기 위해 글을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랑에 관한 정의**
*사랑에는 두려움이 없다.완벽한 사랑은 두려움을 쫓는다.--요한1서4장18절
*사랑 없는 삶, 사랑하는 사람들이 없는 삶은 그림자쇼에 불과하다--괴테
*삶에 있어 최상의 행복은 우리가 사랑 받고 있다는 확신이다--빅토르 위고
*愛之,欲其生: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살게끔 하는 것이다--논어 12권 10장
(70)사랑은--생명 이전이고
죽음--이후이며--
천지창조의 시작이고
지구의 해석자 --에밀리 디킨슨(1830~1886)
그녀의 아주 특별한 삶--
선교사의 신부감을 양성하는 특수목적학교에 진학했으나 적응하지못하고 집으로 돌아온 후 자기 집대문 밖도 나가지 않고 살다가 생을 마쳤다 한다.
누군가를 무척 사랑했지만 흔적을 남겨두지 않았고 死後에 서랍에 2000여 편의 시가 있었을 뿐이다.
(81)여러분은 남에게 이로운 말을 하여 도움을 주고, 듣는 사람에게 기쁨을 주는 말을 하십시오.--에베소서 4:29
(82-83)유명 문학인들의 유언:
*사랑합니다--<톰아저씨의오두막>의 작가 해리엇 비처 스토 부인
*지금 들어가야겠다.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다.--에밀리 디킨슨
*데이비드 소로는 임종 시 이모가 "죽기 전에 하느님과 화해하라"는 말에 대해, "내가 언제 하느님과 싸웠는데?"하고 반문했다.
(87-88)아인슈타인과 타고르:이 둘은 서로 존경하는 사이로 1930년 독일에서 만났다.
"내게 있어 과학과 예술은 둘다 인간의 생물학적 필요를 떠나 궁극적가치를 지닌 우리의 영혼의 표현이다."--타고르
"이제껏 내 길을 밝혀주고 내가 계속해서 삶을 기쁘게 대면할 수 있는 새로운 용기를 준 세 가지 이상은 친절과 아름다움과 진리였다."--아인슈타인
"타고르는 우리에게 살아있는 영혼과 빛, 조화의 상징이다.  폭풍우 가운데서 날아오르는 자유로운 새요, 에어리얼 요정이 금색 하프로 타는 영원의 노래다. 그러나 그의 예술은 인간의 불행이나 투쟁을 간과하지 않는다. 그는 이 세상의 위대한 파수꾼이다. 이제껏 인간이 성취하고 창조한 모든 것의 뿌리는 시와 사랑의 강 속에 있다."--아인슈타인
(90)대지에 입맞추고 끊임없는 열정으로 사랑하라
환희의 눈물로 대지를 적시고 그 눈물을 사랑하라
또 그 환희를 부끄러워하지 말고 그것을 귀중히 여기도록 하라 --도스토예프스키
(97--99)독일 시인 노발리스(1772~1801)의 <푸른꽃>
한편의 꿈 이야기--
"<푸른꽃>은 무한한 동경과 시, 사랑, 신앙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이상향의 상징이다"
"이상향이라고 믿은 곳은 자신이 떠나온 바로 그곳이다.우리가 찾으려고만 하면  <푸른꽃>은 바로 우리 곁에 있는지도 모른다"--독문과 이유영 교수
(나의 은사이기도 한 이유영교수--그는 독일어를 배우기 위해 호텔 앞에서 외국인만 만나면 무조건 독일어로 말을 걸었다고 한다. 고생도 많이 하고 치열하게 사시던 그분이 괴테만큼 오래 사시지 못하고 홍수 때 사고를 당해 그렇게 일찍 떠나신 것이 진심으로 가슴 아프다)
(101)墓碑銘:
"사람을 좋아하고 책을 즐기며 외길 걸어온 한 인생- 發憤忘食 樂以忘憂 Fugit Inreparable Tempus(잃어버린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어느덧 물내린 가지 위에도 화사한 꽃, 열매 영글다"--장왕록
"드넓은 별이 총총한 하늘 아래 무덤 하나 파고 나를 눕게 하소서. 바다에서 고향 찾은 선원처럼, 산에서고향 찾은 사냥꾼처럼"--<보물섬>의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삶에, 그리고 죽음에 차가운 시선을 던지라, 마부여 지나가라!"--예이츠
"내가 젊고 자유로워서 무한한 상상력을 가졌을 때, 나는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꿈을 가졌었다.좀더 나이가 들고 지혜를 얻었을 때 나는 세상이 변하지 않으리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살고 있는 나라를 변화시키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그것 역시 불가능한 일이었다. 황혼의 나이가 되었을 때는 마지막 시도로, 가장 가까운 내 가족을 변화시키겠다고 마음을 정했다. 그러나 아무도 달라지지 않았다.이제 죽음을 맞이하는 자리에서 나는 깨닫는다. 만일 내가 나 자신을 먼저 변화시켰더라면 그것을보고 내 가족이 변화되었을 것을. 또한 그것에 용기를 얻어 내 나라를 더 좋은 곳으로 바꿀 수 있었을 것을.누가 아는가, 그러면 세상까지도 변화되었을지!"--웨스트민스터사원에 묻힌 어느 성공회 주교
(111)지옥이란 다름아닌 바로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데서오는 괴로움이다.
대지에 입 맞추고 끊임없는 열정으로 사랑하라.환희의 눈물로 대지를 적시고 그 눈물을 사랑하라. 또 그 환희를 부끄러워하지 말고 그것을 귀중히 여기도록 하라. 그것은 소수의 선택된 자들에게만 주어지는 신의 선물이기 때문이다"--<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에서 정신적 지주로 등장하는 장로 조시마의 말
(116-117)이루지 못할 꿈을 꾸고
쳐부수지 못할 적과 싸우고 견디지 못할 슬픔을 견디고 용감한 사람도 가기 두려워하는 곳에 가고--순수하고 정결한 것을 사랑하고--잡을수 없는 저 별을 잡으려고 손을 뻗는 것, 이것이 나의 여정이다.
아무리 희망이 없어 보여도, 아무리 길이 멀어도,정의를 위해서 싸우고 천상의 목표를 위해서는 지옥에 가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이 영광의 여정에 충실해야 나 죽을 때 평화로우리--그리고 이것 때문에 세상은 더 좋아지리. 아무리 조롱 받고 상처입어도 한 사람이라도 끝까지 노력한다면--잡을 수 없는 저 별을 잡기 위해-- 뮤지컬 <라만차의 사람>중 돈키호테가 부르는 노래
(118-119)돈키호테:

돈키호테는 단순한 익살이나 풍자소설이 아니다. 전편은 1605년에, 후편은 1615년에 출판된 이 방대한 작품은 서구문학 최초의 소설이라는 문학사적 가치 외에도 진정한 '인간'을 그린 최초의 작품이라는 격찬을 받기도 했다.또 600여 명의 인물이 등장, 프랑스의 비평가 티보데가 '인류의 책'이라고까지 부르는 대작이 되었다.영어의'키호티즘quixotism'이라는 단어도 돈키호테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는데, 이 말은 현실적 물질주의에 도전하고 자신의 꿈과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저돌적으로 나아가는 성품이나 경향을 일컫는다.
"광인으로 살다가 제정신으로 죽은이여"--돈키호테의 묘비명
(121)"내 수염은 잘리지 않도록 조심하슈. 그건 죄가 없으니--"--토머스 모어가 헨리 8세의 이혼을 반대하다가 단두대에서 처형 당하기 직전에 한 말
(127)"내가 이상을 버리지 않는 이유는 인간은 결국 선하다는 것을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혼란과 불행과 죽음 위에 내 희망을 쌓아올릴 수는 없습니다. 나는 세계가 차츰황폐해 가는 것을 보고 수백만의 고통을 직접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하늘을 보면 언젠가는 모든 일이 다 잘되고 이 잔악함도 결말이 나고 또 다시 평화와 고요가 돌아오리라고 믿습니다. 그때까지는 어떻게든 이상을 잃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어쩌면 정말 그것들을 실현할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르니까요."-안네

(그러나 안네는 연합군이 수용소를 해방시키기 불과 며칠 전인 1944년 8월 4일 베르겐수용소에서 죽음을 맞는다. 세상은 어찌 이다지도 잔혹한가!)
(130)펄벅은 운명에 저항했다:

"나는 그 누구에게든 존경과 경의를 표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내 딸(중증의 정신지체와 자폐증을 지님)이 없었다면 나는 분명히 나보다 못한 사람을 얕보는 오만한 태도를 버리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지능만으로는 훌륭한 인간이 될 수 없음도 배웠습니다.
---나는 결코 체념하지 않고 내 딸 아이를  '자라지 않는 아이'로 만든 운명에 반항할 것입니다.
---우리 모녀의 모든 것을 바쳐 다른 사람이 이런 괴로움을 겪지 않도록 힘쓸 수 있다면, 우리의 생애가 결코 무의미한 것이 아닐 것입니다"--펄벅
(151-152)'사흘만 볼 수 있다면Three Days to See '
보지 못하는 나는 촉감만으로도 나뭇잎 하나하나의 섬세한 균형을 느낄 수 있습니다.--봄이면 혹시 동면에서 깨어나는 자연의 첫 징조, 새순이라도 만져질까 살며시 나뭇가지를 쓰다듬어 봅니다. 아주 재수가 좋으면 한껏 노래하는 새의 행복한 전율을 느끼기도 합니다. --
촉감으로 그렇게 큰 기쁨을 느낄 수 있는데, 눈으로 보는 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울까요.그래서 꼭 사흘 동안이라도 볼 수 있다면 무엇이 제일 보고싶은지 생각해 봅니다.

첫날은 친절과 우정으로 내 삶을 가치있게 해 준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싶습니다.

그리고 남이 읽어주는 것을 듣기만 했던, 내게 삶의 가장 깊숙한 수로를 전해준 책들을 보고 싶습니다.
오후에는 오랫동안 숲속을 거닐며 자연의 아름다움에 취해 보겠습니다.

찬란한 노을을 볼 수 있다면, 그날 밤 아마 나는 잠을 자지 못할 것입니다.

둘째날은 새벽에 일어나 밤이 낮으로 변하는 기적의 시간을 지켜 보겠습니다.--<리더스 다이제스트>가 20세기 최고의 수필로 선정한 헬렌 켈러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