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名醫를 찾아서

맑은 바람 2024. 8. 4. 15:44

몸이 달았다. 산행 날짜는 부쩍부쩍 다가오고 꼬부라진 허리는 잘 안 펴지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오른쪽 무릎이 가끔씩 쑴벅거리더니 겨우내 오른손이 저려,자다가 깬 적이 자주 있었다.
그러더니 3주 전 오후 토끼잠을 자고 난 뒤 허리가 마음대로 펴지지 않고 오른쪽 허리에 심한 통증이 온다.

며칠은 그냥 배겨 보다가 학교보건원엘 갔다.
정형외과는 없지만 물리치료실이 있어 잠시 치료를 받고 싶었으나 오른손을 너무 써서 그렇다며 물리치료도 해 주지 않는다.

석연찮아 한 이틀 후 한성대역 부근 한의원엘 갔다.
웬 의사가 환자를 향해 구십 도로 절을 하며 썰을 풀고 생쑈(?)를 한다.
어처구니없으면서도 우스워 “의사선생님 맞으세요?” 하니까 한때 개그프로 방송 원고도 쓴 적이 있다며 자랑 아닌 자랑을 한다. 홀린 듯, 한 5분 만에 여기저기 찔러대는 대로 침을 맞고 집에 오니 기분상 좀 나아진 듯도 했다.
그러나 웬걸, 다음날 여전했다.

직장에서 멀어 가기를 망설였던, 먼저 다니던 정형외과엘 갔다.
마음이 놓이고 여기서 끝장을 봐야지 했다.
그러나 퇴근 무렵 밀리는 차 안에 있으려니 통증이 더욱 견디기 어려워 이틀 만에 그만두었다.
역시 가까운 데가 최고야 하며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는 동네 애숭이 한의사에게 갔다.
이틀이 지나도 아무런 차도가 없고 통증이 더 심해 가는 것 같았다.

슬슬 비관이 됐다.

이번엔 큰맘 먹고 종합병원엘 가 보리라.
강북삼성병원 문을 두드렸다. 금요일인데 정형외과 의사들이 대부분 학회에 나가고 한 분만 진료를 보시는데 그냥 보겠느냐고 간호원이 묻는다. 그러마고 했더니 문진을 끝낸 의사는 방사선과에 가서 촬영을 하고 오란다.
서서 또 누워서 ,굴비 뒤집듯,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여기저기 한 십여 장 찍고 왔더니, 척추에 뭐가 보인다고 몇 장 다시 찍고 오라고 간호원이 전한다.
'아이고 이게 또 뭐야, 암종이 생겼나?'
순간 오만 가지 잡생각이 휙휙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그러나 잠시 후 평정을 되찾고 태연히 진료실로 돌아왔더니,
"목도 안 좋고 허리도 안 좋고 척추가 좀 휘었네요." 하며 더 휘면 수술을 해야 한다더니, 2주일치 처방전을 써 준다.
알고 보니 관절소염제를--
'내, 이 강북삼성병원엘 다시 오나 봐라 '하고 씩씩거리며 돌아섰다.
**그렇게 결심해놓고 2024년 정기건강검진하러 그 병원에 또 갔다. 견강검진 체계는 잘 갖추어져 있어 일사분란하게 검사를 마쳤다. 속단은 금물!

 
학교에 와서 푸념 겸 가까운 선생들에게 하소연을 했더니 교감이 다가와, 용한 델 가르쳐주겠단다.
종로 5가에 있는 한의원인데, 당신도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고생하다가 그곳에 가서 효험을 보았단다.
마침 집에서 가깝고 출퇴근 시간에 쉽게 갈 수 있는 데라 좋았다. 지척에 표박사네 한의원이 있어 마음에 걸리긴 했으나 이 나이에도 동창에게 속살 보이는 것이 우째 민망해서리~~
어제 30분 침을 맞고 돌아오니 몸이 부드러워지는 것 같았다.
오늘 출근길에 들러 이틀째 침을 맞았는데 오늘은 배에 힘 주고 꼿꼿히 걸어다녔다. 마침내 名醫를 만난 것이다.(20050420)
 
**그분도 이제 연세가 많아서 진료가 어려운지 최근에 병원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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