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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보다 일기> 서민 지음

맑은 바람 2024. 8. 28. 13:48

서민교수의 매일 30분, 글쓰는 힘

책밥상/259쪽/2018.10초판1쇄/2018.12초판2쇄/읽은때: 2024.8.26~8.28

서민:(1967~  )
서울의대 대학원 기생충학 박사/단국대 교수

**일기는 추억을 캡처한다.
**일기는 자서전이다.
**모든 것을 기록하라.
**노트와 펜을 늘 가지고 다니며 생각날 때마다 적어라.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
**사소한 게 특별한 것이다.
**고유한 글=재미있는 글

(75)인생의 어느 시기에도 '시간이 없습니다.':입시 중압감에 시달리기는 하지만 중,고생 때가 시간이 제일 많은 것 같네요.제가 이 책을 누구보다도 '청소년들이 읽기를 바라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148-150)기생충의 일기:
내 이름은 필로메트라다. 지금 난 죽어가고 있다. 이건 아무리 봐도 부당하다.내가 죽어야 할 만큼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래 나는 물고기 몸 안에 살던 기생충이다. 그 안에서 난 늘 행복했다. 별로 바라는 게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는데, 내가 얼마나 소박한 기생충이냐 하면 지금까지 쇠고기를 원한 적도 없고, 경복궁을 구경 시켜 달라고 조른 적도 없었다. 오직 물고기 몸 안에서 살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난 충분히 감사드렸다.

그런 내가 남은 여생도 이렇게 살 수 있기를 바랐다고 해서 그게 지나친 욕심은 아니지 않을까?

 

그러던 어느 날, 내가 몸을 의탁했던 물고기가 갑자기 물 밖으로 내던져졌다. 안에 있어서 자세한 건 알 수 없었지만 물고기가 곧 죽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난 베이지 색 도마 위에 놓인 신세가 됐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기에 난 좀 당황했다.어찌해야 할지 몰랐다는 뜻이다. 그래도 주변에 물고기 근육들이 놓여 있었기에 사람들 눈에 띄지는 않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근육들이 하나둘씩 치워지더니 한 사람의 눈과 정면으로 마주치게 됐다.
"으악!"
그녀가 비명을 질렀다. 사실 더 놀란 것은 나였는데 말이다.안되겠다 싶었던 난 잽싸게 여길 빠져 나가야겠다고 생각해 마구 몸부림을 쳤다. 비명소리는 더 커졌고 사람들이 더 몰려왔다.한 여자분은 아예 엉엉 울고 있었는데 그녀를 생각하면 지금도 화가 난다. 아니, 내가 뭘 어쨌다고 다들 이러는 거야? 생선 몸 안에 있다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서 밖으로 나온 게 그리 잘못한 거야? 진짜 울고 싶은 건 나라고.
겨우 몸을 빼내는데 성공했지만 잠시 뒤 난 하얀 모자를 쓴, 주방장이라 불리는 사람에게 붙잡혔다.

그는 나를 어디론가 끌고 가더니 커다란 바구니에 버렸다. 으, 냄새.여긴 쓰레기통이 틀림없다. 물고기 몸을 벗어나면 오래 살지 못하니 나는 곧 죽을 것이다.

정말 억울하지 않은가?

내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이런 더러운 곳에서 죽어야 하는가? 기생충으로 태어난 게 그저 서럽다.

다음 생애에는 절대로 기생충으로 태어나지 않겠다.
(이 책의 하일라이트가 아닌가 싶다. 횟집에서 생선을 먹다가 회 옆에서 발견된 기생충을 보고 사람들이 호들갑을 떠는 모양을 묵묵히 지켜보면서 기생충이 독백하는 글이다. 역시 기생충박사답게 기생충에 감정이입이 잘 되어 훌륭한 한 편의 일기가 탄생한 것이다.)

**책을 읽어야 일기를 더 잘 씁니다.
**경험은 최고의 스승이다.
**책을 통한 간접 경험이 소중하다.
**책은 자기 생각을 만들어 준다.
(180)소설은 독자로 하여금 많은 고민을 하게 함으로써 자기 생각을 만들어 줍니다.--한 가지 확실한 것은 소설을 읽지 않는 분들은 일기를 평소 잘 쓰지 않는 분들일 것이며 행여 쓰더라도 멋진 일기는 쓰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일기를 잘 쓰려면 소설을 읽읍시다.

**맞춤법이 틀리면 '없어 보인다.' 그래도 나만 보는 거니까 괜찮다구요? 자기소개서, sns댓글,카톡방 등에서 맞춤법 틀리면 당장 업신여김 당합니다.

 

(192)일기 쓰고 맞춤법 잡으세요.
맞춤법은 당신의 품격을 지켜줍니다.

**여행일기 쓰기에 도전합니다.

(242)보이는 글을 쓰자
(자소서(자기소개서)의 예를 들면,상대방에게 '나 이런 사람이요' 하며 자랑질을 늘어놓는다면 '하질'이다.

즉 사실이라도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을 서술(주입/강요)하면 독자의 좋은 반응을 얻기 어렵다. 반면 같은 상황에 대해 말을 해도 보여주는 것으로 끝나, 읽는 이의 판단에 맡기면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재미없는 글과 재미있는 글의 차이도 여기에 있다. 나의 글쓰기에도 깨달음을 주는 좋은 내용이다.)

(코미디언 이주일급은 아니더라도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는 서민교수는 말을 재미있게 하니까 글은 얼마나 재미있으려나 해서 책을 사들였다.
이 글을 읽는 대상으로는 초등ㆍ중등학생 정도가 알맞을 것 같다 라고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뒤로 갈수록 깊은 울림이 있다. 특히 아버지의 일기장 얘기 부분에서는 더욱 더~~

이 책이 대박나서 개 6마리를 풀어놓을 '마당 있는 집'을 사고싶다는 작가의 소망이 부디 이루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