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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사라질 날들을 위하여

맑은 바람 2025. 1. 11. 22:51

-수만 가지 죽음에서 배운 삶의 가치--
오은경 지음/흐름출판/249쪽/초판1쇄 2024.12/읽은 때 2025년1월9일~1월11일

1장 죽은 자로 하여금
(26-27)간호사 나이트 첫날 맞은 환자의 죽음:
'사람이 이렇게 죽는구나. 조금 전까지만해도 사람이었는데 이젠 시체가 되었구나.'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뭘잘못한 거지?---나 때문일까? 내가조금만 더 일찍 발견했더라면 살았을까?---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이어진다.---나는 간호사라는 직업을 완전히 이해하기도 전에 환자의 죽음을 겪었다.--나에게 나이트근무는 지옥과도 같았으며 죽음의릴레이였다.
(33)뇌수술 환자의 죽음:
밤새 정성을 다해 간호했을지라도 환자가 죽음에 이르렀다면 나는 무엇을 했다고 볼 수 있는가? 결과가좋지 않은데 선뜻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없었다.환자가 어떤 마음인지, 또 진정으로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고려하지 않고 '할 일'만 해댄 나는 어쩌면 무정한 간호사였을지도 모른다.
(병원 경험이 있는 환자와 가족들그리고 간호사와 의사들은 이런 상황에서 각자 자신을 돌아보고 아쉬움과 후회의 감정을 체험한다.
그때 나는 지혜롭게 처신했나?)
(46)터미널 환자(치유 가능성이 없는 환자)를 대할 때:환자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고 공감할 때 그들은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고 죽음을준비한다.
(58-59)사람이 저마다 다르듯 죽음 또한 저마다 다른법이다.어떻게할 수조차 없는 통증에 시달리며 투병하는 사람들은 그 사람이 나쁜사람이라 마지막까지 고통을 겪은것일까? 당연히 아니다.수많은 사람을 상처 입히고도 편히 살다가 평안한 끝을 맞는경우도 많다.그러니 죽음은 이분법적인 평가의 대상이 될 수 없다.하지만 내가 살아가는 동안 조금이라도 더 잘 살기 위해 죽음을 생각해야 한다.죽음은 구체적으로 생각할수록 좋다.
(60-68)저자의 아버지:
아버지는 말수가 적었지만 연민이 많았다.특히 사회적 약자, 아픈 사람들을 보고 절대 그냥은 못 지나쳤다.10년을 하루같이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가 있으면 여기저기서 후원을 받아 지원했다. 그 일들이 아버지의기쁨이었다.
그런 아버지가 84세에 위암에 걸리셨다.수술과 수액을 포함해서 인위적으로 하는 치료를 모두 거절하고 통증을 견디다 돌아가셨다.
---나는 아버지가 두 눈을 감고 계셨다는 사실만을 위안삼았다.끝내 자신의 고통을 알리려 하지 않았던, 그러나 본인에겐 견디기 힘들었을그 고통의 시간, 내면과의 기나긴 싸움에서 풀려난 평화로운 모습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침묵은 '할말 없음'이 아니라 '설명할 수 없음'임을 뒤늦게 깨달았다.
(70)남겨질 사람을 위로하는 사람:환갑을 앞두고 대장암 4기에 걸린여자 환자의 마지막 모습들--의연하게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많은것을 누리고 잘살았다, 고맙다고 말하는 사람.나는 말해 주었다. 그래, 잘살았다고, 용감했다고 여전히예쁘기만 했다고.
---살아오면서 나는 숱한 이별을 겪었다.하지만 아무리 많은 이별을 겪어도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다.
(74-75)밀어낼수록 가까워지는 죽음:
죽음은 고요하지만 죽음으로 가는길은 고요하지 않다.

2장 살아있는 자의 무게
(93-104)행려병자:無籍者
간호사들이 가장 견디기 힘든 사람들, 그러나 다가갔을 때 나의 오만을 내려놓게 하는 이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의 존재조차 모르고산다. 간호사로서의 사명과 보람을 느끼게 할지도~~
(109)환자를 간병하는 일:
(결혼하면서 새 인연을 맺은 세 분(시할머니,시부모)과 내 부모님-모두 이 세상에 안 계시다. 꿈에서라도 한번 뵈었으면 하는 아버지는 한 번도 나타나지 않으시고 어머니는 얼마 전에 돌아가신 모습만 보여주셨다. 그분들 모두 내게 간병의 어려움을 안겨주지 않고 가셨으니 이제 와서 생각하면 엎드려 절이라도 올리고 싶은 마음이다.
생명이 있는 모든 이에게 예고없이 닥치는 사고와 죽을 병--언제 내가 환자가 될지 환자의 보호자 입장이 될지 알 수 없다.아직 그걸 예측해 줄 정도로 과학은 발전하지 않았다.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며 사는데 어찌 겸손해지지 않을 수 있으랴. 병과 씨름하는 환자와보호자와 간호원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가 새삼 깨우친 교훈이다.)
(109)항암치료를 받는 가족을 돌보며 점점 지쳐가는 보호자가 하는 생각--끝났으면 좋겠고 이렇게라도 이어지기를 바란다.
(120)극한의 슬픔, 자식을 먼저 보내는 일:
대개 애도 기간을 부모 사별은 1년, 배우자 사별은 3~5년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자녀 사별은 애도기간을 특정할 수 없다.(지난 해 11월, 가까이 지내던 옛직장동료였던이들이 일주일 사이에 세상을 떴다.2024년에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그 중 한 사람은 요양병원에서 4년을 병상에 누워 눈동자만 움직였다.미국 사는 40대의 아들이 갑자기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 쇼크로 엄마는 뇌졸증으로 쓰러진 것이다. 찬송가를 들려주면 깜빡이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흐르던 모습이 선하다.)
(121~139)어머니의 생과 죽음:
(누구나 '내 어머니의 생과 죽음'에는 할 말이 많다. 저자 오은경은 내 친구의 조카다. 그 어머니는 친구의 큰이모다. 네 자매의 막내인 내친구는 언니들을 모시고 여행도 다니고 식사도 같이했던 이야기를 여러 번 들려주었다. 내 언니 이야기인듯 가깝게 느껴졌다.
이모님, 잘 사시다 가셨습니다.천국에서 영원한 평화 누리소서!)
(140~147)天使兄:
뇌성마비 동생을 52년 동안 보살핀 형 이야기--그 동생이 콧줄, 소변줄을 달고 있는 상황에서 아내가 암으로 세상을 떴다.시동생 돌보느라 자유와 여유로운 삶을 저당잡혔던 아내를 생각하며 형은 통곡하고자책한다. 나도 그의 처지에 공감하여 목이 메었다.
어떤 어려움도 질병으로 인한 고통만큼 괴로운 건 없다.--건강이 그 모든 것에 우선한다.아프지 않으면 다행이야, 그게 최고야!)

3장 죽음과 삶의 파수꾼
(166)白衣의 天使-남을 돌보는 직업, 그렇기에 나에게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직업. 그러므로 남을 이해하기 위해 나를 더 잘 알아야 하는 직업이 아이러니하게도 간호사다.(고3 졸업 무렵, 어디에 원서를 내야 하나 진로선택의 기로에 섰을때 난 서슴 없이 지금 국립의료원의 前身인 <메디칼센터>에 원서를내러갔다.뜻밖의 벽이 앞을 가로막았다.당시 외국에서 세운 그 병원은 키의 제한이 있었다.키가 규정미달이라 원서조차 내보지 못하고진로를 바꾸어야 했다. 지금 이 책을 읽으면서 정신노동 못지않게 육체노동이 과한 간호사 일을 체중45kg도 안 되는 몸으로 감당이나할 수 있었을까 싶어, 당시 문전박대 당한 일을 감사히 여겨야 할 판이다.아울러 그들의 勞苦에 감사와찬탄을 보내고 싶다.)
(173)인생은 답이 없다. 질병의90%이상이 원인 불명이다. 그 사실을 조금씩 받아들여야 한다.

4장 더 나은 생을 위하여
(210-211)'품위있는 죽음'은 삶만큼 중요하다.당하는 죽음에서 선택하는 죽음으로, 어쩔 수 없는 죽음이 아닌 맞이하는 죽음으로 삶을 다시 쓰려면 임종 전 6개월은 삶을정리하는 데 써야 한다.('임종 전 6개월'을 보장 받을 수 있는 이가 과연 얼마나 될까? 죽음은 어느 날 느닷없이  들이닥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