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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지바고--라라를 사랑한 남자들

맑은 바람 2025. 1. 18. 23:15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땐 한창 나이 때라 사랑얘기만 보였다.

지금은 나라가 어수선하고 좌파니 우파니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너 죽고 나살자' 식으로 싸우니 영화 속의 러시아 혁명과 전투 이런 게 세세히 보였다.
그 속에서 인간들이 처신하는 모습도.

 

원작자 솔제니친(1890~1960)은 그의 유일한 장편소설 <닥터 지바고>로 노벨상을 받게 되나  정부의 압력으로 수상을 거절한다.

모스크바를 떠나 기차를 타고 시골 조상의 영지 바리키아로 파난을 간다.
저 산자락 아래 바리키아가 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되고 피난을 떠나고 굶주림에 고통받지만 그 가운데서도 사랑은 계속된다.
조상의 땅 바리키아에 왔지만 볼셰비키가 문을 잠가 놓았다. 그들은 허름한 별채에서 농사를 지으며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수선화가 만발한 땅


나는 라라를 사랑한 네 남자의 인생 역정을 흥미롭게 보았다.
1.변호사 코마로브스키
라라 엄마의 情夫/뻔뻔스럽게도 라라에게 물질 공세를 펴면서 그녀마저 범한다./라라엄마는 그걸 알고 자살을 시도한다./라라엄마를 치료하러 왔다가 둘 사이를 짐작하게 된 지바고에게 코마는 말한다.
"자네한테 넘겨주겠네. 결혼선물이야"
코마는 처음부터 라라를 '매춘부'라고 대놓고 말할 정도로 너 말고도 널린 게 여자다 하는 식이었다./ 코마는 자신이 법무성 장관이 되었다며 라라가 지바고와 동거하는 유리아틴에 찾아와 둘이 자신과 함께 안전하게 극동지방(몽고)으로 떠날 것을 종용한다. 이들은 완강히 거절했다/얼마 뒤  코마는 奧地인 바리키노까지 찾아와 라라의 남편 스트렐리코프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하며 결국 그들의 짐을 싸게 한다./그런데 출발 직전 자리가 부족하다며 라라만 데리고 떠난다.

영원한 이별

 

몽고에서 라라는 지바고의 아이(토냐)를 낳는다./몽고도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도시가 폭격으로 불바다가 되었을 때 토냐는 코마에 이끌려 불타는 시내 한가운데로 들어간다.이때 코마는 토냐의 손을 놓아버리고 사라진다.(코마는 富와 權力을 거머쥔 정치가였다.)

2.파샤 안티포프/스트렐리코프(적군/혁명세력/좌파?)
철도노동자의 아들/교사가 됨/황제가 감옥에 가고 레닌이 집권하던 때/라라를 사랑하고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었으나 혁명투사가 된 후 사망한 걸로 알려졌다./그는 그 뒤로 스트렐리코프로 다시 태어나 적군의 수장이 된다./라라는 남편을 찾아 간호사가 되어 전선을 떠돌게 됨/"러시아에서 개인의 삶은 죽었소. 역사가 죽였지."/그는 의로웠으나 순수했으므로 이용만 당했다(?)./후에 사람들은 그를 '미치광이 살인마'라 했다.

3.닥터 지바고:
그들의 사랑은 견고했지만 제때 만나지 못해 도둑사랑을 할 수밖에 없었다./처음 만남은 엄마의 자살소동 때--그때 라라는 이미 순결성을 잃어버렸다./두 번째 만남은 라라가 증오심에 차서 코마를 저격했을 때/세번째는 戰場(1차대전 당시 우크라이나 전선)의 야전병원에서 의사와 간호사로 만난다.이때까지도 그들은 마음을 내비치지 않았다.

창에 어린 성에는 그리움을 불러일으켰다.

 

네번째는 바리키아에 살 때 우연히 유리아틴 도서관엘 갔다가 그곳에서 라라를 만나 그녀의 집으로 간다./라라와 사랑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으나 만삭의 아내를 보며 심한 가책을 느낀 지바고는 라라를 찾아가 절교 선언을 한다./돌아오던 중 빨치산(赤軍/좌파)에게 납치된다/간신히 탈출해서 바리키노로 가려 했으나 그곳엔 아무도 없다(정부의 지식인 해외추방 정책에 의해 토냐는 파리로 가게 됨)는 얘길 듣고 라라에게 돌아와 그녀로부터 토냐의 편지를 전해 받는다./토냐는 썼다.
'어떤 일이든 당신을 원망하지 않아.탓할 것도 없어.당신이 원하는대로 당신의 삶을 꾸려--'

지바고와 라라는 바리키노에서 내일을 알 수 없으나 두 사람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이때에 불쑥 코마가 나타나 집요한 설득 끝에 라라를 데려간다./다섯 번째 만남은 모스크바에서--전차 안에서 길을 걸어가는 라라를 발견한다. 간신히 차에서 내려 쫓아가려했으나 심장을 움켜쥐고 쓰러진다.(그들의 운명적인 만남은 거기까지였나 보다)

4.예프그라프 안드레예비치 지바고 장군:
*볼셰비키당원/닥터 지바고의 이복형/현정부의 실세/장군은 아우에게 목숨을 부지하려면 시골로 내려가 숨어살라 하며 아우 지바고의 통행허가증과 증명서를 챙겨줬다./훗날  지바고의 아이가 행방불명되었다는 사실을 라라에게서 전해 듣고 백방으로 수소문 끝에 조카를 찾는다./발랄라이카를 잘 연주한다는 얘길 듣고 획실히 자기 조카임을 인정한다/그도 라라에게 사랑을 느꼈으나 조카 토냐의 적극적인 후원자가 되기로 맘 먹으며 사랑을 승화시킨다.


[볼셰비키혁명]
1917년 11월에 러시아에서 일어난 프롤레타리아 혁명.

레닌이 지도하는 볼셰비키가 주동이 되어 페테르부르크에서 무장봉기하여 전국에 파급되었다.

그 결과 케렌스키의 임시 정권이 무너지고 세계 최초의 사회주의 국가인 소비에트 정권이 수립되었다.

--인상깊은 대사들--
*빨리 결판을 내거라. 어떤 불량배 집단이 이 나라의 정부를 구성할지-숙부의 말

 

*좌파니 우파니 이제 지겹소이다.-어느 피난민

 

*불쌍한 사람들, 처음엔 좌파, 다음엔 우파, 다시 좌파--페차(알렉산더 맥시미오비치의 執事)

 

*좌파나 외국인의 지원을 받는 軍이 있으면 거기가 전선이오.
못난 부르주아, 미심쩍은 교사, 자기밖에 모르는 나약한 詩人 그 역시 전선이오.-빨치산의 戰線

 

*순결한 척 하지마.우린 모두 진흙으로 만들어졌어.진흙이야, 진흙!-코마로브스키

 

*러시아인들보다 시와 시인을 사랑하는 민족은 없을 거야.-지바고 장군

 

*잘가라,하나뿐인 내 사랑, 영원토록 잃어버릴 여인이여!-지바고

 

*거대한 혁명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솔제니친
(2025년 1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