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장편소설/창비/215쪽/2014.5초판1쇄/2014.11초판128쇄/읽은 때 2025.2.13~2.15
(반 년 만에 초판 128쇄라니! )
--차례--
1장 * 어린 새
(주인공 '너'를 작가가 관찰하는 시점)
(12~13)몸이 죽으면 혼은 어디로 갈까, 문득 너는 생각한다.얼마나 오래 자기 몸 곁에 머물러 있을까./산 사람이 죽은 사람을 들여다볼 때, 혼도 곁에서 함께 제 얼굴을 들여다보진 않을까.
(17)(너는 친구의 시신을 찾으러 상무관 강당에 갔다가 거기서 바쁜 일손을 돕게 된다.)
시신을 확인하고 입관을 마친 뒤 약식으로 치르는 짧은 추도식에서 유족들이 애국가를 부른다.
소년은 관 위에 태극기를 반듯이 펴고 친친 끈으로 묶어 놓는 것이 이상했다. 군인들이 죽인 사람들에게 왜 애국가를 불러주는 걸까. 왜 태극기로 관을 감싸는 걸까. 마치 나라가 그들을 죽인 게 아니라는 듯이.
은숙 누나는 말했다.
군인들이 반란을 일으킨 거잖아, 권력을 잡으려고.너도 봤을 거 아냐. 한낮에 사람들을 때리고 찌르고, 그래도 안되니까 총을 쐈잖아.그렇게하라고 그들이 명령한 거야. 그 사람들을 어떻게 나라라고 부를 수 있어.
(23)외할머니의 임종:
그 온화한 성품만큼이나 외할머니의 임종은 조용한 것이었다.산소마스크를 쓴 채 눈을 감고 있던 외할머니의 얼굴에서 새같은 무언가가 문득 빠져나갔다. 순식간에 주검이 된 주름진 얼굴을 보며, 그 어린 새같은 것이 어디로 가버렸는지 몰라 너는 멍하게 서 있었다.
(26~27)은숙 누나와의 대화:
--집회에서 들었는데, 계엄군이 오늘 밤에 들어온대.집에 가면 이제 여기 오지 마.
처음 봤을 때 귀엽다 싶게 통통하던 그녀의 얼굴은 며칠 사이 야위었다. 검고 우묵해진 그녀의 눈 언저리를 유심히 보다 너는 생각한다.사람이 죽으면 빠져나가는 어린 새는, 살았을 땐 몸 어디에 있을까.찌푸린 저 미간에, 후광처럼 정수리 뒤에, 아니면 심장 어디께에 있을까.
(39)친구 정대를 생각하다 애잔하게 떠오른 정미 누나--생글거리던 눈, 고단한 미소, 부드러운 천으로 겹겹이 손끝을 감싼 것 같은 노크소리. 그것들이 가슴을 저며 너는 깊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2장 * 검은 숨(1인칭 나, 박정대)
떠도는 혼이 된 박정대 이야기--
친구는 살아 있고 누나는 죽었다고 확신한다./부대 안 공터의 시체더미에 불이 붙여진다.
(63)썩어가던 내 거뭇한 얼굴이 이제 깨끗이 사라질 것이 아깝지 않았어.그 치욕스러운 몸이 남김 없이 불타 버릴 것이, 목숨을 가졌을 때 그랬던 것처럼 난 단순해지고 싶었어. 아무것도 두려워하고 싶지 않았어.
너에게 가자. 그러자 모든 게 분명해졌어.
3장 * 일곱 개의 뺨(3인칭 그녀,김은숙 이야기)
출판사에서 일하는 그녀는 지금 교정을 보고 있는 작품의 번역자 이름을 대라고 취조하는 형사에게 응하지 않자 뺨을 일곱 대 맞는다.
(85)김은숙:
모두가 그녀에게 귀엽게 생겼다고 말하던 때가 있었다. 눈 코 입이 조금씩 튀어나온 게 밉지 않고 귀엽구나.머리는 꼭 흑인 댄서 같구나.그러나 열아홉 살의 여름이 지나자 누구도 그녀에게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이제 그녀는 스물네 살이고 사람들은 그녀가 사랑스럽기를 기대했다.사과처럼 볼이 붉기를, 반짝이는 삶의 기쁨이 예쁘장한 볼우물에 고이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그녀 자신은 빨리 늙기를 원했다.빌어먹을 생명이 너무 길게 이어지지 않기를 원했다.
---새벽, 아무것도 읽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으려니 허기가 느껴졌다.어머니가 부쳐준 올배쌀을 공기에 담아와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묵묵히 쌀알을 씹으며 그녀는 생각했다.치욕스러운 데가 있다, 먹는다는 것엔. 익숙한 치욕 속에서 그녀는 죽은 사람들을 생각했다. 그 사람들은 언제까지나 배가 고프지 않을 것이다, 삶이 없으니까. 그러나 그녀에게는 삶이 있었고 배가 고팠다. 지난 오년 동안 끈질기게 그녀를 괴롭혀 온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허기를 느끼며 음식 앞에서 입맛이 도는 것
(한강 작가의 모습이 김은숙과 오버랩 되어 가장 실감나게 피부에 와 닿는 대목--아들을 보내고 고통 속에서도 입으로 밥이 들어가더라고 고백한 박완서 작가도 이와 같았으리라)
(89)시민군에서 제외되다: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지만, 동시에 죽음을 피하고 싶었다. 죽은 사람들의 모습을 많이 봤기 때문에 둔감해졌다고 생각했지만, 그래서 더 두려웠다.입을 벌리고 몸에 구멍이 뚫린 채, 반투명한 창자를 쏟아내며 숨이 끊어지고 싶지 않았다.
(95-96)(출판사 사무실에서)
그녀는 책을 덮고 기다렸다.창밖이 더 어두워지기를 기다렸다. 그녀는 인간을 믿지 않았다. 어떤 표정, 어떤 진실, 어떤 유려한 문장도 완전하게 신뢰하지 않았다.오로지 끈질긴 의심과 차가운 질문들 속에서 살아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102-103)서선생의 희곡이 상연되는 공연장에서 은숙은 동호라고 생각되는 아이를 본다.
네가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
네가 방수 모포에 싸여 청소차에 실려간 뒤에.
용서할 수 없는 물줄기가 번쩍이며 분수대에서 뿜어져 나온 뒤에,
어디서나 사원의 불빛이 타고 있었다.
봄에 피는 꽃들 속에, 눈송이들 속에.날마다 찾아오는 저녁들 속에 다 쓴 음료수 병에 네가 꽂은 양초불꽃들이.
뜨거운 고름같은 눈물을 닦지 않은 채 그녀는 눈을 부릅뜬다. 소리없이 입술을 움직이는 소년의 얼굴을 뚫어지게 응시한다.
**김은숙의 실제모델이 시인 김혜순이라니~~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헷갈린다.
작가는 아마도 역사적 사실을 더 정확히 전달하고 싶은 마음일 테니--뺨 일곱 대는 김혜순이 <평민사> 근무할 때 마포경찰서에서 일어났던 일이라고 한다.
**소년 동호를 만난 것은 수피아 여고 3학년 때~~
**김혜순 시인(1955~ )은 詩로 한국인 최초로 NBCC어워즈 상을 수상(2023년 )했다.
4장 * 쇠와 피(감옥에서/'나'는 23살의 교대 복학생/12명의 조원을 담당한 시민군)
조사실에서 수감자들은 매일 수시로 볼펜 고문을 당한다, 짓이겨져 뼈마디가 드러나도록./질문 사이사이 소총 개머리판이 얼굴과 몸을 난타한다./비좁은 감옥 안에서는 자세가 흐트러지면 눈꺼풀을 담배로 지진다/육신의 통증과 갈증과 배고픔은 극에 달합니다.
(107)김진수의 죽음:
한달 전 그의 부고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바로 그 눈이었습니다.멀건 콩나물국에서 콩나물을 골라 먹다 말고 멈칫 나를 보던 눈, 그가 콩나물을 다 먹어버릴까봐 긴장하고 있던 나를, 우물거리는 그의 입술을 혐오하며 쏘아보고 있던 나를 묵묵히 마주 바라보던, 나와 똑같은 짐승이었던 그의 차갑고 공허한 두 눈.
(114)군인들이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걸 모르지 않았습니다.다만 이상한 건 그들의 힘만큼이나 강렬한 무엇인가가 나를 압도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양심,
그래요,양심.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그겁니다.
(116)선생은 압니까, 자신이 완전하게 깨끗하고 선한 존재가 되었다는 느낌이 얼마나 강렬한 것인지, 양심이라는 눈부시게 깨끗한 보석이 내 이마에 들어와 박힌 것 같은 순간의 광휘를.
(117)우린 쏠 수 없었다:
계단을 올라온 군인들이 어둠 속에서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도, 우리 조의 누구도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습니다.방아쇠를 당기면 사람이 죽는다는 걸 알면서 그렇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우린 쏠 수 없는 총을 나눠 가진 아이들이었던 겁니다.
나중에 알았습니다. 그날 군인들이 지급받은 탄환이 모두 팔십만 발이었다는 것을.그때 그 도시의 인구가 사십만이었습니다. 그 도시의 모든 사람들의 몸에 두 발씩 죽음을 박아 넣을 수 있는 탄환이 지급되었던 것입니다
(119)늘 주눅든 듯 조용하던 열여섯 살 김영재의 입에서 나온 말:
수감자들이 식판을 놓고 싸우는 걸보더니,
"그, 그러지 마요. 우,우리는---주,죽을 각오를 했었잖아요."
영재는 여러 차례 음독자살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마침내 정신병원에 처넣어졌다.
(122)즉석총살에의 기대감:(경비군인은 재판정에서 끽소리만 내도 즉석총살감이라고 피고들을 윽박질렀다.)
나는 즉석 총살이란 말을 곰곰이 생각했습니다.정말 닥쳐올 총살을 기다리듯 숨을 죽였습니다.죽음은 새 수의같이 서늘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그때 생각했습니다.지나간 여름이 삶이었다면, 피고름과 땀으로 얼룩진 몸뚱이가 삶이었다면, 아무리신음해도 흐르지 않던 일 초들이, 치욕적인 허기 속에서 쉰 콩나물을 씹던 순간들이 삶이었다면, 죽음은 그 모든 걸 한번에 지우는 깨끗한 붓질 같은 것이리라고.
(124)다시 우연히 만난 김진수:김진수와 난 心身이 망가지고 마음대로 취직도 할 수 없고 술에 절어 산다.그러다 진수가 먼저 떠난 것이다
(133)진수는 나이 어린 다섯 명을 집으로 돌려 보낼 양으로 군인을 보면 항복하고 나가라 시켰는데 애들을 발견한 군인은 M16으로 아이들을 향해 갈겼습니다, 하얀 이를 드러내며
(135)인간은 근본적으로 잔인한 존재?:
흙탕물처럼 시간이 나를 쓸어가길 기다립니다.내가 밤낮 짊어지고 있는 더러운 죽음의 기억이 진짜 죽음을 만나 깨끗이 나를 놓아주기를 기다립니다.
나는 싸우고 있습니다.날마다 혼자서 싸웁니다.살아남았다는, 아직도 살아 있다는 치욕과 싸웁니다.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싸웁니다. 오직 죽음만이 그 사실로부터 앞당겨 벗어날 유일한 길이란 생각과 싸웁니다
선생은, 나와 같은 인간인 선생은 어떤 대답을 나에게 해줄 수 있습니까?
(그날 죽은이들 못지않게 산자의 악몽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제는 당시 계엄군이었던 사람들의 증언이나 고백이 나올 법도 한데--얼마나 끔찍했고 잔인했으며, 빨갱이를 때려잡는 기분으로 신나게(?) 총을 난사했었는지---)
5장 * 밤의 눈동자(달의 비유/당신은 17세/노조 소모임의 막내/임선주/당신은 43세가 되었어도 그들의 폭력 앞에 죽어간 시신들을 머리에 떠올린다.)
박영호 팀장 늦은시간에 사무실에 나타남/팀장은 계속 말을 걸어오며 당신을 탐색한다, 노동 운동가 김성희를 들먹거리며.
(155)우리는 고귀해:
18세 女工들은 발가벗으면 경찰이 손을 못 대겠지 했는데,그들은 나의 배를 밟고 지나가 장파열이 되고 입원해 있는 동안 해고 통보를 받는다. 고향으로 치료차 갔다와 취업을 하자니 꼬리표가 붙어 그도 어려워. 당신은 스물한 살에 마침내 미싱사가 되었다.(그들은 그 모든 것을 간첩행위를 숨기기 위한 거라고 각본을 짰다.)
(158)박대통령이 서거하고 바로 전두환 치하가 된다
작업복 차림의 전남 방직 여공 수십 명이 버스 창밖으로 구호를 외친다.
우리들은 정의파다 좋다 좋다
같이 죽고 같이 산다 좋다 좋다
무릎 꿇고 살기보다 서서 죽길 원한단다
우리들은 정의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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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꿇고 살기보다 서서 죽길 원한단다. 먼저 가신 임들을 위해 다같이 묵념합시다. 먼저 가신 님들을 따라 끝까지 싸웁시다. 그러니까---우리는 고귀하니까.
(170)그곳에서 당신은 이름 대신 빨갱이년으로 불렸다.과거 여공이었고 노조활동을 했기 때문이었다.
사 년 동안 지방도시의 양장점에서 숨어 지내며 간첩 지령을 받아왔다는 각본을 완성하기 위해 그들은 날마다 당신을 조사실 탁자에 눕혔다.
(나는 이들을 고통 받는 내 이웃이라고 여긴 적이 있던가? 그들의 군홧발에 창자가 터지고 자궁을 쑤셔대는 막대기에 피를 쏟고, 죽고싶을 만큼 고통을 느꼈을 그녀들을 같은 민족이라서 가슴 아파한 적이 있었던가?)
6장 * 꽃 핀 쪽으로(동호네 집/동호의 죽음을 놓고 두 형이 대판 싸우고 데면데면하게 지낸다/엄마의 전라방언으로 쏟아내는 동호의 최후의 시간들/월세 살던 정대가 먼저 사라져서 동호가 찾아나섰던 거였다.)
(184-185)계엄군이 들어오던 날:
도청 앞 총든 시민군들 속에 동호가 있었을 것이다.
제발 들어가게 해주소, 하고 나는 빌었어야.
우리 막내 불러라도 주소.잠깐만 나와 보라고 해주소.
보다 못한 느이 작은형이 직접 들어가서 동생을 찾겄다고 한게 시민군 하나가 그러더라이.
지금 들어가면 못 나옵니다. 저 안에는 죽을 각오가 된 사람들만 남았습니다.
느이 작은형이 알것다고, 일단 들어가게만 해 달라고 언성을 높일 적에 내가 말을 막았다이.
그 아그가 기회를 봐서 제발로 나올라는 것이여---분명히 나한테 약속을 했단게.
사방이 너무 캄캄해서 내가 그렇게 말을 했다이. 금방이라도 어둠 속에서 군인들이 나타날 것 같아서 그렇게 말을 했다이.이라다가 남은 아들까장 잃어버릴 것 같아서 그렇게 말을 했다이.
그렇게 너를 영영 잃어버렸다이.
내 손으로 느이 작은형 팔을 끌고, 내 발로 돌아서서 집으로 갔다이. 모두 다 죽어버린 것맨이로. 캄캄한 거리를, 사십분을 둘이 울면서 걸어 돌아갔다이.
인자 나는 암것도 알 수 없어야. 겁이 나서 얼굴이 파랗게 굳어 있던 시민군들, 어리디 어리던 그 자석들도 죽었으까이.그리 허망하게 죽을 것을, 왜 끝까장 나를 안 들여보내줬으까이.
(190)그저 겨울이 지나간 게 봄이 오드마는.봄이 오면 늘 그랬드키 나는 다시 미치고, 여름이먼 지쳐서 시름시름 앓다가 가을에 겨우 숨을 쉬었다이. 그러다 겨울에는 삭신이 얼었다이. 아무리 무더운 여름이 다시 와도 땀이 안 나도록, 뼛속까지 심장까지 차가워졌다이.
(192)네가 여섯 살, 일곱 살 묵었을 적에, 한시도 가만히 안 있을 적에, 느이 형들이 다 학교 가버리면 너는 심심해서 어쩔 줄을 몰랐제.너하고 나하고 둘이서, 느이 아부지가 있는 가게까지 날마다 천변길로 걸어갔제.나무 그늘이 햇빛을 가리는 것을 너는 싫어했제. 조그만 것이 힘도 시고 고집도 시어서, 힘껏 내 손목을 밝은 쪽으로 끌었제. 숱이 적고 가늘디가는 머리카락 속까장 땀이 나서 반짝반짝함스로 아픈 것 맨이로 쌕쌕 숨을 몰아쉼스로. 엄마, 저쪽으로 가아, 기왕이면 햇빛 있는 데로. 못이기는 척 나는 한없이 네 손에 끌려 걸어갔제. 엄마아, 저기 밝은 데는 꽃도 많이 폈네. 왜 캄캄한 데로 가아, 저쪽으로 가, 꽃 핀 쪽으로.
에필로그 * 눈 덮인 램프(작가 이야기)
에필로그 소감:
작가가 서울로 이사오면서 판 집에 이사 들어온 주인집 세째아들과 셋방 든 남매는 5.18 때 죽고,행방불명되었다.
어찌 그 이야기를 글로 쓰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한강 작가의 숙명처럼 생각되었다.
그래, 우리들이 살아내는 삶이 더드라마틱하고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데 굳이 꾸밀 게 뭐야? 허기사 사실 그대로 쓰는 일은 위험성이 있긴하다.가족을 소재로 쓰다 보면 글 속의 어느 한 귀절이 가족의 자존심이나 비위를 건드릴 수도 있다. 두고두고 원망을 살 수도 있다.그래서 작가들은 혼자 사나 보다.이리저리 부딪고 싶지 않아서~~비약이 심했나?
1980년 5월 18일, 서른둘이 된 나는 이곳 서울에 앉아서 매스컴이 자기들 입맛대로 골라 보여주는 뉴스를 통해. 광주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졌구나 하는 것만 알았다.그리고 나 개인도 죽고싶을 정도로 힘든 하루하루를 살아내느라 역사적인 사건은 이내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지금 팔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대한민국 대통령은 구치소에 앉아 있고 국민은 양극단으로 달려 마음도 몸도 상할대로 상하고, 경제는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이 책을 대하니 묘한 긴장감과 함께 내가 광주시민이 되어 그들 속으로 들어가 계엄군을 마주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감정이입이 기막히다.)
내용이 너무 끔찍하고 마음이 무거워져 읽다 말았다는 이도 있었다. 그점 나도 공감하지만 작가가 끌고가는 힘이 있어 이틀만에 읽었다. 문장이 짤막짤막하고 사건 서술이 세밀하고 담담하다. 함축적이어서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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