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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한강

맑은 바람 2025. 2. 18. 22:41

채식주의자. 한강 장편소설

한강/창비/275쪽/초판1쇄2007.10/개정판 55쇄 2024.11/읽은때. 2025.2.16~2.18

한강(1970~ )2024년 노벨문학상수상

--차례--
채식주의자(화자:영혜의 남편)
채식을 결심하고 냉장고의 육류와 해산물을 모두 버렸다.남편의 질책이 먼저 날아왔다.언니네 집들이날 온 가족이 모인 데서 육식을 거부하자 집안이 발칵 뒤집힌다. 아버지에게 뺨을 두 차례 맞고 아내는 손목을 칼로 긋는다. 집안은 발칵 뒤집히고 아내는 병원으로 실려간다. 거기서 또 환자복 상의를 홀랑 벗고 젖가슴을 드러낸 채 분수대에 앉아 있는 아내를 발견한다.모두 아내를 정신병자 취급한다.그녀의 손에서 떨어진, 죽은 동박새 한 마리.

(읽는 동안 작가가 '그녀'인 것같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내가 소설을 쓴다면 이 작가처럼 나를 3인칭 '그녀'로 표현하면 훨씬 자유롭게 그려 나갈 수 있을 것이다.좀 과하거나 모자라도 이건 '소설'이니까 하면 되니까)
(한강을 맞이하기 전,워밍업 단계로 한승원의 책을 먼저 구입했다.자전적 소설 '사람의 길'을 먼저 읽고 다산을 읽을 예정이었으나 마음이 급해  <소년이 온다>를 읽고 지금<채식주의자>를 읽는다.

몇몇 지인에게 재밌었냐, 역시 상 받을 만한 책이더냐 물었는데, 속시원한 답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막상 읽으니 문장이 술술 읽혀 진도가 잘 나가고 적당한 긴장감이 있어 흥미로운데~~사람들이 넘 거창한 걸 기대했나?)

몽고반점(화자:영혜의 형부)
처제의 엉덩이 몽고반점을 향한 유혹에 나는 바디 페인팅을 하고 그녀에게 접근해서 목적을 달성한다. 바디 페인팅을 하고 캠코더를 사용해서 작품을 만드는 것이 내 직업이니까.
단지 영혜와 한집에서 이 모든 행위를 한 사실을, 반찬을 만들어 영혜한테 가져온 아내가 다 알아버렸다는 점이 문제이긴 하지만.

나무불꽃(그녀--영혜의 언니)
늦은 유월, 마석읍 터미널 건너편 버스정류장
버스가 멈추자 한 젊은 여인이 물었다.
축성 정신병원 가지요?
버스 기사에게 던진 이 질문 하나로 버스 안 승객들의 시선을 끌 만했다.
**군산시에 축성산이 실제로 있다.

영혜는 퇴원하고 싶다고 한다. 병원에서는 환자의 의사를 무시하고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먹이려 드는 것이다.언니조차도 이것저것 싸와서 계속 먹이려 든다.
---언니도 똑같구나.
언니는 마침내 고함을 지른다.
네가! 죽을까봐 그러잖아!
---왜, 죽으면 안 되는거야?
(나의 엄마도 곡기를 끊고 일주일만에 돌아가셨다.

어느날부터 병원 식판이 들어오면 손사래를 치는 걸 보고 내가 말했다.
"좀 드시고 기운을 차려야 사시지!"
"더 살아서 뭐해?")
(230)영혜를 살기 싫게 만든 건 아버지의 손찌검이 아니었을까?:
아버지의 손찌검은 유독 영혜를 향한 것이었다---온순하나 고지식해 아버지의 비위를 맞추지 못하던 영혜는 어떤 저항도 하지 않았고, 다만 그 모든 것을 뼛속까지 받아들였을 것이다.(리어왕의 셋째딸이 그랬지)
영혜는 병원에서 지주 물구나무를 섰다.자신이 나무라도 되는 것처럼, 손은 뿌리가 되고 사타구니에서는 꽃이 피고~~

필사적으로 콧줄마저 거부하는 과정에서 위출혈을 일으켜 영혜는 서울의 큰병원으로 옮겨진다.
(268)조용히 그녀는 숨을 들이마신다.활활 타오르는 도로변의 나무들을, 무수한 짐승들처럼 몸을 일으켜 일렁이는 초록빛의 불꽃들을 쏘아본다. 대답을 기다리듯, 아니, 무엇인가에 항의하듯 그녀의 눈길은 어둡고 끈질기다.

(한강의 소설을 계속 읽다보면 우울증에 걸릴 것 같다. 삶의 무게가 어깨를 짓눌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