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17일 토
한국의 3대 전통정원이 서울,담양,보길도에 있다고 합니다.
지난번 광주 여행 때 두 번째로 이름난 정원, 담양의 <소쇄원(瀟灑園)>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집에서 도보로 20분거리에 있다는(최근에 안 사실)<城樂園>은 이사온 지 20년이 넘었는데도 아직 가 보질 못했습니다. 사실 얼마 전까지는 그 존재도 몰랐으니까요.
작년 이맘 때 월ㆍ화ㆍ토요일에 개방했었다니 혹시 몰라 오늘 가 보기로 했습니다.
카카오맵을 보며 쉽사리 목적지에 닿았습니다.
입구에 매표소 비슷한 게 있기는 한데 대문은 굳게 닫혀 있고 사람의 그림자를 볼 수 없었습니다.
연락가능 한 곳에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아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으나 아쉬움을 안고 돌아섰습니다.
담을 따라 조금 올라가 보기로 했습니다.
의외로 담장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이어져 있고 중간중간에 문들이 여럿 있었습니다.어마무시한 규모였습니다.
성락원 주변은 널찍널찍한 저택과 대사관들이 몰려있어서 어디 먼 곳에 온 기분이 들고 四圍가 조용해서 홀딱벗고새(검은등뻐꾸기)가 어디선가 '홀딱벗고 홀딱벗고' 할 것만 같았습니다.길은 점점 가파르고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어 길이 어느쪽으로 뻗어 있는지 물을 수도 없었습니다.아무도 없는 낯선 길인데도 무섭지 않았습니다.
마침 맞은편에서 내려오는 사람에게 길을 물으니 엉뚱한 곳으로 가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다리통증이 점점 심해져 뒷걸음으로 내려왔습니다.
오다 보니 반가운 국기가 보였습니다.
엊그제 이원복 선생님 수업시간에 보았던 세모가 두 개인 국기,바로 네팔 국기가 펄럭이고 있었습니다.
<네팔 대사관>이더군요.
'아는 게 힘이야, 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우쭐했습니다.
<선잠단지>가 가까워오는데 참새가 날개를 접게하는 방앗간이 보였습니다. 바로 빵가게입니다.
먹음직스런 통밀빵 한 덩어리를 사들고 걸음을 재촉해서 돌아왔습니다.
영감한테 어서 먹자며 커피랑 내놓았더니 한입 베어물고는 요상한 표정을 짓더군요.
"맛이 어때?"
"당신이 해준 빵(밍밍한 오트밀빵)이 더 맛있어!"
오지게 비싼 빵값에 비해 빵맛은 '밀개떡맛'이었습니다. '두 번 다시 그집 빵은 안 사먹을 거야.'
두 시간여, 좀 버겁긴 했지만 벼르던 성락원을 겉핥기하고 비온 뒤 오월의 싱그러운 바람 속에서 자유로운 산책을 즐겼습니다.
함께여도 좋고 혼자여도 좋은 게 '散策'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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