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18회 이야기 33

봉원사와 안산자락길

오늘은 봉원사에서 영산재가 열리는 날이다. 가까운데 사는 친구들에게 카톡을 띄웠다. 영산재 보고 놀자고--이대부고 후문에서 하차하여 십여 분 남짓 약간 가파른 듯한 비탈길을 오르면 아주 오래된듯한 동네로 들어선다. 거기서 좀더 오르면 봉원사다. 행사장은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임에도 모두들 바쁘다. 주지스님인 듯한 분도 직접 나서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분주하시다. 오픈 시간인 열 시가 가까워지자 다행스럽게도 비가 그치고 하늘이 개기시작했다. 스님들의 독송 소리, 대취타 소리가 행사장 분위기를 띄웠다. 구경을 워낙 좋아하는 내가슴도 살짝 뛰기시작한다. 오후 5시까지 진행될 예정인 영산제 관람은 중도에 접고 절밥을 먹으러 들어갔다. 불자들도 아니니 시주함에 밥값을 내고 절밥을 먹었다. 발우공양의 미덕에 따라..

소무의도 여행

2020년 10월 10일 코로나 만연 중-- 네 잎 클로버가 나들이를 떠났다. 들어앉아 있으라 들어앉아 있으라 하지만, 이러다가 우리 나이에 다리힘 다 빠지면 옴짝달싹 못하게 된다고, 가까운데 콧바람이라도 쐬주자고 날을 잡았다. 우선 김포공항역에서 만나 인천공항역으로 이동했다. 공항 3층에서 밖으로 빠져나와 버스를 타야겠기에 공항 안으로 들어갔다. 공항은 텅 빈 채로 가슴을 휑하게 만들었다. 그 많던 사람들과 활기와 왁자지껄한 웃음소리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언제쯤 그들이 돌아올는지,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건지~ 착잡한 마음으로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중간에 환승을 해야 하는 306번, 을왕리해수욕장 가는 버스를 탔다. 수다들 떨다가 내릴 곳을 놓쳤다. 뭐한 김에 쉬어간다고, 해수욕장 입구에..

글벗회-봉숭아학당

2018년 10월 23일 오후 3시, 명륜동 찻집 로 20명의 18회 고교친구들이 속속 모여들었습니다. 일찌감치 글벗모임에 초대받고 가슴 설레며 이 날을 기다리던 친구들은 얼굴에 환한 미소를 머금고 서로 인사 나누며 오랜만의 회포를 풀었습니다. 십여 년 전 그날에 비해 조금씩은 몸도 마음도 낡고 녹슬었지만 그날의 영롱한 눈빛들은 여전하기만 합니다. 찻집 문 앞에서 벗들을 기다리는 글벗회 친구들 봉숭아학당의 1일 교사 김** 談笑를 나누기도 하며 주최측에서 준비한 習作詩들을 읽고 있군요 아주 오랜만에 나온 친구가 로 분위기를 띄웁니다 글벗회 송회장의 환영 인사 글벗회의 발전을 위해 찬조를 아끼지 않은 동창회장의 祝辭 50년 외길을 걸어온 老將 평론가 김**이 오늘도 8편의 匿名의 시들을 앞에 놓고 마술사의..

봉원사 영산제

서대문구 봉원동에 위치한 에서는 매년 6월 6일, 대한민국 중요 무형문화재 50호로 지정된 '靈山齋'를 올린다. 이 의식은 이미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에 등재된 것이기도 하다 죽은이의 명복을 빌기 위해 불보살에게 재를 올려 그 넋이 정토나 천계에서 태어나도록 기원하는 천도재의 일종이다. 6월 6일을 기해 호국영령을 위로하는 자리이니 뜻깊다. 나도 돌아가신 부모님을 그리며 기회 있을 때마다 이 자리에 참석한다. 조선시대 는 亡者의 혼을 달래주는사찰이었다 한다. 아침밥도 못 먹고 나온 내게 친구는 곤드레 주먹밥과 오이김치를 가지고 나왔다. 속깊은 친구, 언니처럼 푸근한 친구다. 안산둘레길에서 만난 금강초롱꽃 이모꽃(이름모를 꽃)1 이모꽃2 말발도리 비슷한데 향기로운 이 꽃은 나비를 유혹하건만~~ 掛佛이 걸..

3인의 칸타빌레

2015년 7월 14일 서울역 트레인스 뷔페 작은 방에서 조촐한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3인 수필집 그 중 한 분의 초대를 받고 祝賀宴에 참석했다. 가족과 친지들로 홀 안은 북적거렸고 모두들 반갑고 기쁜 얼굴이다. 회장단의 축하화환-식장을 훤하게 밝혀준다 부회장단의 축하인사 이 기쁜자리에 푸초님이 빠질소냐~ 오늘의 주인공 글벗회 부회장님도~ 일일이 작가가 싸인을 해준다 발행인 안종환 사회자 작가의 인삿말 18회 응원단 일어서서 인사를 했다 작가를 대신해서 라는 작품을 낭독했다. 작가가 한때 십리밖도 나다니지 못하는 중병환자였으나 이제는 '나는 자연인이다'에 출연해도 될만큼 심신의 건강을 되찾았다는 얘기를 전했다. 자리를 빛내준 동문들-작가의 행복한 파안대소 책 제목을 들여다본다. 想念을 붓가는 대로 이끌어..

시마을문학관

그리운 나무 -정희성 나무는 그리워하는 나무에게로 갈 수 없어 애틋한 그 마음 가지로 벋어 멀리서 사모하는 나무를 가리키는 기라 사랑하는 나무에게로 갈 수 없어 나무는 저리도 속절없이 꽃이 피고 벌 나비 불러 그 맘 대신 전하는 기라 아아, 나무는 그리운 나무가 있어 바람이 불고 바람이 불어 그 향기 실어 날려 보내는 기라 완벽한 숫자 30 이 시마을 예술촌으로 향했습니다. 오월의 햇살 아래 微風이 더 할 나위 없이 감미롭고 해도 지기 전에 개구리 합창이 들려옵니다. 바야흐로 만물이 생동하는 계절, 작은 동물들도 짝을 부르는 소리라네요. 어떤 이가 웃으며 말합니다. “쟤네들이 뭐라고 하는 소린 줄 알어? 나는 어떡하라구~~ 하는 거여.” 이분한테 연락하면 아무때고 문을 열어주며 환영한답니다. 천안시 동남..

山史 현대시 100년관-백석대학교

2015년 5월 23일, 충남 천안시 소재 백석대학교 내 창조관에 있는 을 찾았다. 은 우리나라 최초의 시전문 박물관이다. 부관장 이제인 여사의 안내를 받으며~~ 대표시인의 초상화와 대표시, 당대 발간된 귀중한 시집들이 연대순으로 전시되어 있다. 고은 선생의 육필병풍 글씨 시와 그림: 대표시인들의 시를 화가들이 보고 그린 그림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제 4관: 시의 숨결이 느껴지는 시의 숲을 걷는다. 제비를 뽑아 즉석 시낭송대회도 열었다. 만해의 을 암송하는 최여사 뭐이 그리 재밌는지~~

안평대군의 기일-다시 교동도 3

--2013년 11월 22일-- 어제가 안평대군 기일(1453년 음력 10월 18일)이다. 역사 속에서 고의적으로 흔적이 지워져 망각의 늪으로 사라진 안평대군의 자취를 찾아 오늘도 그녀는 교동도를 향한다. 강화군청 앞에서 관장님과 합세했다. 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오늘 우리의 일정에 따라 움직이고 싶다고 해서 오신 분이다. 아침부터 서둘러 출발한 덕에 11시 좀 넘어서 강화도 에 닿았으나, 배가 오후 3시 넘어서 출항한단다. 교동도를 한 바퀴 돌리라던 애초의 계획이 순간 무너진다. 뭍에서만 사는 이들이라 ‘물때’를 알지 못하니 당황할 수밖에-- 자하미술관 관장님의 안내를 받고 강화성당 부근의 유명한 묵밥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시간이 남아 철종의 어린 시절 潛邸 을 찾았으나 수리 중이라 역시 발길을 돌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