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영화 ·강연 이야기/전시·공연 45

엄마에게 하지 못한 말

2023년 10월 3일 11시, 대학로 스카이 씨어터 2관 "고마워, 사랑해, 참 예뻐요!" 요새 젊은 아이들은 '사랑해' 라든가 '이뿌다'는 말을 누구에게나 남발하듯 하고 살지만 지금 경로증을 가지고 다니는 나이든 세대들은 그런 입에 발린(?)소리들을 못하고 살았다. 남정네들은 특히 지 부모는 고사하고, 마누라한테도 그런 소리 좀 하면 어디가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다. 이 연극은 보수적인, 전형적인 꼰대 남편을 둔 아내가 70에 치매에 걸리자 온가족이 뒤늦게 후회하고 애통해하는 얘기다. 후회한들 소용없으니 멀쩡할 때 잘해! 라고 얘기한다. 늦은 나이에 연극에 투신한, 칠십다섯된 노배우가 우리 동창이라 동창회에서 많이 참석해서 자리를 채웠다. 관객은 대부분 60대에서 많게는 90초반의 고등학교 동문들이었..

소태산홀 클래식 감상회

우연히 흑석역에 있는 에 들렀다가 여러 가지를 알게 되었다. 커다란 건물꼭대기에 원이 그려져 있는 걸 보니 원불교와 관련이 있는 건물인가 보다 했다. 알고 보니 이곳은 원불교의 창시자 이라고 한다. 찻집 한켠으로 여러 개의 입간판이 보였다. 그 가운데 눈에 띈 것이 '클래식 음악감상회' 안내판이었다. 월 2회, 둘째ㆍ네째 목요일 오후 2시~3시 30분 가까운 친구들을 불러모아 오늘 두 번째로 참석했다. 주최측에서는 입장하기 전 차 한 잔씩 들라며 송편과 연꽃차를 준비해 놓았다. 정갈하기가 이를 데 없다. 참석자 가운데는 그림처럼 아름다운 노부인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진행자의 조예깊은 해설과 소태산 홀의 음향시설이 훌륭해서 만족도 높은 감상을 할 수 있었다. 이 음악감상회의 단골이 한 명 확보되는 순..

토마스 헤더윅전 문화역서울284

2023년 8월 6일 일요일 1925년 9월 르네상스식 건축물로 이 건립되어 1947년 으로 역이름이 바뀜. 2004년 서울역사가 폐쇄되고 2011년 옛모습으로 복원, 로 재탄생함, **284는 사적 번호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런던 기반의 는 1994년 토마스 헤더윅이 설립했으며 이번 전시에 30여 점이 선을 보였습니다. 한영 수교 140주년 행사의 일환으로 '감성'을 보여주는 전시입니다. 뉴욕 허드슨 야드의, 16층 높이의 구조물 ㅁ 2010 엑스포 영국관

음악회 나들이

얼마만인지요? 롯데콘서트홀에서 알 만한 사람이 연주회 지휘를 맡는다길래 친구들과 번개팅을 해서 보러갔습니다. 토요일 저녁 7시-- 청중들 속에서 우리들이 유독 눈에 띄네요. 둘러보니 아마도 최고령 할머니군단이 출두한 것 같아요. 하긴 이 시간이면 할매할배들은 밥상 물리고 TV 앞에 풀어져 있을 시간이니까요. 연주는, 영화 3편의 OST를 엮은 것인데 우리할미들은 듣도 보도 못한 것들이에요. 첨엔 시큰둥했었는데, 30여 명의 합창단과 60여 명의 연주자들이 50cm도 못되는 지휘봉 끝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아름답고도 청아한 음악을 만드는 걸 보면서 오랜만에 가슴이 뻥 뚫리고 행복감이 밀려왔습니다. 콘서트홀을 가득 메웠던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는 걸 보니 대부분 2.30대 젊은이들이었습니다. 우리는 다른 ..

어느 전시회(호텔 신라에서)

호텔에서 전시회를 한다구? 주변에 그림 그리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도 호텔 전시회는 가 본 적이 없다. 칠월 초하루의 땡볕을 이마에 고스란히 받으며 허위허위 언덕을 올랐다. 12층 전층이 갤러리였다. 재밌는 것은, 객실의 가구들을 그대로 둔 채 입구부터 작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소파 위에도, 침대 위에도, 심지어 화장실 안에도 작품이 놓여 있다. 호텔 운영자의 기발한 아이디어에 놀랄 뿐이다. 더욱 놀란 것은, 新放科 출신의 친구 속에 놀라운 미술적 재능이 숨어 있었던지, 辛酸한 삶 속에서 풀어낸 것들이라는 작품들이 수준급이다. 친구야, 그만하면 잘살았다. 더는 욕심내지 말고 맘 편히 살아라~~

화가의 벗. 시대공감 (이중섭 편)

서울 성북구에 자리잡은 에서 '화가의 벗 시대공감' 특별기획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동시대를 살면서 각자의 개성있는 화풍을 발휘하며 한국화단을 빛낸 박수근ㆍ윤중식ㆍ 이중섭 작품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한점 한점 들여다보는 동안 그 시대와 공감하는 우리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전시기간은 4월27일부터 6월30일까지입니다.이중섭(1916~1956)평안남도 평원출생/도쿄문화학원 재학 중 자유미협전에서 태양상을 받으며 재능을 인정받음/1945년 후배 마사코와 결혼, 전란 중에 부산과 제주도에서 생활하다가 부인과 아이들을 일본으로 보내면서 이별의 아픔을 품고 삶/1955~56년 성북구 정릉 청수골에서 삶/친구 박고석이 유골 일부를 청수골에 뿌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