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랑방/자작시

갠지스 강의 아침

맑은 바람 2009. 6. 8. 21:15

**갠지스 강의 아침**

맑은바람

 

-눈 덮인 히말라야로부터 힌두스탄 평야를 적시고

뱅골 만으로 흘러드는 인도인의 젖줄, 성스러운 어머니 강-

 

강 위에 배를 띄운다.

 

즐비한 갓트 뒤로 힌두교 사원들이

산맥처럼 솟아 있고

강 언덕엔 명상하는 사두들

강가엔 세탁부들의 빨래가 한창이다.

수탉은 모이 한 번 쪼고

길게 목청 돋우고

강물에 몸을 씻는 남녀노소,

물 위에 몸을 띄우고 요가하는 사람들

 

이제 막 다비 의식을 끝내고

기름에 불을 붙인다.

한줌 불꽃으로 타올라 마침내

굴레에서 벗어난 영혼이 떠난 자리엔

비둘기들이 모여든다.

무언가를 열심히 쪼아먹고

강아지들은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재 위에서 뒹굴고 있다.

 

나도 *메리골드

꽃띠 두른 초에 불 붙여

강물에 띄운다.

별빛 소망을 실어

 

배 위의 일행들은 웅성거림을 멈추고

잠시 침묵으로 난 길의 순례자가 된다.

(2002. 5. 3)

 

*메리골드: 인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노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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