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소나무
맑은바람
설악산 귀면암 골짜기
물소리도 숨죽인 밤
솔씨 하나 작은 바람에 실려와 살몃살몃
바위틈에 자리잡는다
햇살은 종일토록 우듬지 보듬고
오가는 형제바람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어린 솔
묵묵히 새 잎 촉 키워낸다
때론 먹구름 폭풍으로 달려와
여린 가지 뿌리째 내놓으라 으르렁대고
지치도록 한 모금 물 고대하나
가슴속까지 태우는 불볕뿐
천년 설악 멧부리
너른 가슴에 품을 날
오롯이 기다리며 오늘도
파란 꿈으로 영그는
아기 소나무
(2002. 9.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