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랑방/자작시

아기소나무

맑은 바람 2009. 6. 8. 21:41

아기소나무

맑은바람

 

설악산 귀면암 골짜기

물소리도 숨죽인 밤

솔씨 하나 작은 바람에 실려와 살몃살몃

바위틈에 자리잡는다

 

햇살은 종일토록 우듬지 보듬고

오가는 형제바람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어린 솔

묵묵히 새 잎 촉 키워낸다

 

때론 먹구름 폭풍으로 달려와

여린 가지 뿌리째 내놓으라 으르렁대고

지치도록 한 모금 물 고대하나

가슴속까지 태우는 불볕뿐

 

천년 설악 멧부리

너른 가슴에 품을 날

오롯이 기다리며 오늘도

파란 꿈으로 영그는

 

아기 소나무

(2002.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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