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랑방/자작시

엄지이야기

맑은 바람 2009. 6. 10. 00:43

 

엄지이야기

맑은바람

 

바위처럼 늠름하던 엄지가

어느 날부터

검지 쪽으로 기울기 시작한다

 

키만 훌쩍 큰 검지는 힘에 겨워

새끼 쪽으로 서서히 몸 기댄다

마침내

그 작고 여린 것에게 마음까지 내주는 걸 보고

 

엄지 옆에 슬픈

옹이 하나

산처럼 부풀어 올랐다

 

(2004.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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