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오현스님

맑은 바람 2009. 7. 1. 01:06

 

 

얼마 전 명륜동 ‘시인의 집’ 행사 때 뵌 적 있는 조오현 스님.

올해 나이 75세. 5척 短軀의, 코가 두툼하게 복 짓게 생긴 분이다.

그때, 시인들에게 뭔가 좋은 말씀 한 마디 부탁한다고 사회자가 말하니,

“술 사 준다고 한번 놀러 오라기에 왔더니 무슨 강의냐”고 입을 좀체로 열려하지 않으셨다.

<정지용문학상> 수상을 허락하시고도 스스로를 被毛戴角(몸에 털 나고 머리에 뿔 난 짐승)

이라 하셨으니--

 

1970년대 신흥사 주지 시절 초등학교도 못 나온 처지에 주지가 되니 뭔가 갖추어야 될 것 같아

행정대학원 학위도 돈 주고 사고(?), 시인이라도 되면 세상이 알아준다기에 미당보다 잘 썼다

소리 듣는 시인도 되고-- 이제는 스스로 落僧을 자처하고 늘 술 속에서 산다.

천하의 중광도 그 앞에서 머리 숙였다는 큰 스승 霧山-

 

<그의 인터뷰 가운데 음미해볼  구절들>

 

**기자가 술 얘기를 꺼냈더니

“밥 잘 먹고 시비하고 사람을 때려죽이면 그게 술취한 놈이고

술 마시고 기분 좋게 잘 살면 그것은 밥이지” 라고 술밥의 철학을 편다.

 

"세상에서 제일 즐겁고 기쁜 날이 죽는 날"

불교의 다비문이라는 염불책의 끝 구절이 ‘快活’이라고 되어 있는 것을 보면

모든 근심 번뇌에서 다 벗어났으니 얼마나 기쁘겠냐는 것이다.

 

"세속의 길은 해가 뜨는 길, 종교의 길은 해가 지는 길"

그래서 俗人은 ‘노릇’ 잘하고 돈과 명예와 욕망을 위해, 더 많이 가지기 위해,

새벽부터 밤까지 뛰어다니고,

出世者는 모든 것을 버리고 비우기 위해 수행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속 길과 종교 길은 방향이 다를 뿐 나중에 만나는 것은 똑같다고.(알쏭달쏭)

 

-깨달음이란-

“우리가 먹고 살고 죽는 '삶의 모든 것'에 대한 회의가 없어지는 것”

마치 사람이 어린아이였을 때 그 어미가 멀리 떨어져서도 아이의 울음소리만 듣고

아이가 뭘 원하는지 훤히 아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내 것 네 것 따지는 일에 대해-

“내 것이라고 자꾸 그래도 내 것은 사실 하나도 없어.

천지만물이 한 몸이라 그렇게 다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내 것 네 것은 없어“

 

-윤회를 확신하느냐?-

"오늘 내가 점심을 대접하면 이것이 옮겨가서 언젠간 내게 아름다운 소문으로

돌아오는 것과 같은 것“ 이라고              (2007.6.16 조선일보기사 중에서)

 

 ( 2007.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