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6시, 자명종보다 먼저 새들의 영롱한 지저귐이 잠을 깨운다.
5시 반 정도면 어김없이 어디선가 모여들어 아침인사들을 나눈다.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닌데, 무거운 몸을 일으키며 옷을 주섬주섬 입는다.
일단 대문을 나서면 ‘잘했다, 나오기를 잘했다.’ 생각하며 공원을 향한다.
학교운동장엔 이미 운동부 아이들이 뛰고 있다. 한참 잠 많을 나인데 얼마나 힘들까
하면서도 그 과정을 잘 견뎌내고 있는 아이들이 참 장하다는 생각을 한다.
학교 담 밑에는 봉숭아, 백일홍들이 아침 이슬에 젖은 채 웃고 있다.
공원으로 향하는 언덕배기에는 벌써 강아지를 데리고 한 바퀴 돌고 내려오는 사람들이 있다.
부지런도 하지! 성 밖에서 아침 닭이 운다. 도심 한복판에서 듣는 닭 울음소리,
향수를 자아내는 그 소리가 좋다.
어디선가 뻐꾸기가 울며 계속 앞장을 선다.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모습은 드러내지 않은 채-
서울 성곽을 따라 가파른 계단을 두어 차례 오르면 공원 꼭대기에 닿는다.
남으로는 발아래 성균관 대학 캠퍼스가 자리 잡고 있고 저만치 창경궁 종묘 창덕궁의 녹색 띠가
펼쳐지고 멀리 남산타워가 불빛을 깜박거린다. 뒤로는 성북동 마을이 북악산 자락에 빼곡히 들어차 있다. ‘성북동 비둘기’는 다 어디로 갔을까,
대학로에서 빵부스러기를 주워 먹는 비둘기들이 바로 그들인가?
공원에서 북악산 쪽으로 이어지는 <근린자연공원>에 들어서면, 굳이 먼 데까지 가지 않아도 좋다고
여겨질 만큼, 적당한 오르내리막 길이 펼쳐지고 여기저기 운동시설이 고루 갖추어져 있어 단골을
불러들인다.
성벽을 따라 가파른 길로 들어선다. 흙길의 촉감이 부드럽고 상쾌하다.
숲속 산길을 걷다 보면 감사의 마음이 저절로 우러난다. 건강한 아침을 내게 선사한 모든 존재에게-
그래서 산책로 양 옆에 늘어선 소나무, 잣나무, 벚나무, 정향나무들에게도 다가가 한번 어루만져 주며
아침인사를 건넨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늘 자리를 지켜줘서 고마워.’
와룡공원 입구
아침햇살이 스며드는 성곽길
산 아래 명륜동이 내려다보이고
쑥부쟁이와 나비
땀이 맺히기 시작~
햇살무늬가 아름다운 계단 길
벤치가 계단이 되었네
근린공원의 완만한 길
뿌리의 멋-앉지 마세요!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 나무의 힘!
메마른 계곡의 다리를 건너
수고했다, 좀 쉬어라~
아예 누워도 되고~
우리꽃 백색 단심 홑무궁화
성균관대학과 창경궁이 바라다보이고~
원추리도 활짝~
멀리 남산타워가-
사물이 잠에서 깨어나는 이른 아침에 숲속을 한 바퀴 돌고 나오면 처진 어깨에 힘이 실리고
자꾸만 가라앉던 마음도 가벼워진다.
활기찬 하루를 여는 데 큰 힘이 된다.
일찍 일어난 하루는 길다.
돈보다 귀한 시간과 건강을 얻을 수 있으니 일거양득인 셈이다. (2009.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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