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8시 친구와 함께 남부터미널을 출발, 35번 대전 통영 간 고속도로를 달려, 3시간 15분 만에 원지에 도착,
다시 중산리행 버스를 타고 40분 가까이 가서 삼당이라는 곳에서 하차,
비가 오락가락하는 속에서 이해욱 신부님의 영접을 받았다.
삼신봉터널을 빠져나가자마자 오른편 아래쪽에 <마리아처럼>이 있었다.
텅빈 마당 끝에서 성모님이 홀로 비를 맞고 계신다.
<마리아처럼>피정의 집과 성당(청암면 묵계리 1111번지)
어서들 오게~
코끝에 빗방울을 달고 계신 어머니
우선 성당 안으로 들어가 주님께 문안 인사를 드리고 다른 일행들과 함께 청학동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청학동에서도 거의 산꼭대기 <도인촌>이라는 곳의 <청학동식당>엘 들어갔다.
점심값은 신부님이 내겠다고 하시자 4인 가족의 가장이 얼른 계산을 했다.
초면인 분한테 얼떨결에 신세를 졌다.
성당과 제대
"주님의 종이 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
청학동 훈장의 글씨로 "심여일월 면유화풍"
(마음이 해와 달과 같아서 얼굴에서 평화로운 빛이 나네)
신부님은 식사 중에 즉석 강론을 하셨다. ‘내맡김의 축복’ 에 대해서-
예수님과 마리아야말로 내맡김의 본보기를 보인 가장 대표적인 분들임에, 우리도 내맡기며 살자.
내 자유 의지가 나를 망친다. 그러니 나를 내려놓고 오로지 하느님께 나를 맡기자.
그 순간부터 일은 잘 풀리고 걱정 근심도 사라진다
모든 걸 내맡기며 산다는 건 어찌 보면 무책임한 게 아닌가?
하느님께 몽땅 내맡기고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자신의 맡은바 일에 최선을 다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하늘에 맡기자.
修 人 事 待 天 命-
그래, 사실 지상에 새로운 것은 일찍이 아무것도 없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조상들이 알고 실천한 것들을 오늘 다시 돌아보고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일 뿐이다.
준비해온 재료로 저녁밥을 맛있게 지어먹고 방으로 돌아왔다.
밤이 깊어 갈수록 빗줄기가 굵어지고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점점 커졌다.
숙소 안에 계신 예수님
숙소 안의 성모자님
태풍이 오늘 내일 중으로 동해안으로 빠져 나간다는데 그 영향으로 비가 이렇게 퍼붓고 있나 보다. 바로 앞 계곡에 물이 바위를 때리고 흘러내리는 소리가 탱크의 굉음처럼 들린다.
건물 바로 위가 찻길이다. 편히 잠이 오지 않는다.
지나치게 많은 비로 산사태가 나서 집이 파묻히면 어쩌나,
개울물이 급작스레 불어 물바다가 돼서 집이 붕괴되면 어쩌나,
빗길에 차가 미끄러져 지붕 위를 덮치면 어쩌나--
<내맡김의 집>에 와서 나는 밤새 아무것도 내맡기지 못하고 전전긍긍했다.
(2010. 8. 1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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