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익의 역사소설 <아버지의 길>이라는 원작을 토대로 만든 영화,
한국 영화사상 최대 제작비 300억을 들여 만든 영화
<마이웨이>-
강제규 감독은 말했다.
“--<태극기 휘날리며>에서는 3만 여 시간을 쏟아 부었는데 <마이웨이>에는 내 운명을 쏟아 부었습니다.”
흥행이 안 되는 걸 몹시 안타까워하며 꼭 가서 보라는 친지의 권유가 하도 간절해서 남편과 손잡고 가서 보았다.
2시간 30분의 상영시간 내내 수많은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폭 빠져들어야 할 텐데 온갖 잡생각이 버섯구름처럼 피어나 뒷골이 다 땡겼다.
‘이 영화가 사람들을 끌어들이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인테리 집안의 하세가와 타츠오-
마라톤을 잘하지만 장래 의사가 될 수 있을 만큼 똑똑한 청년을 비겁한 인간,
복수의 화신, 피눈물도 없는 악독한 인물로 설정한 것은 관객의 공감을 사기 어렵다.
그런 ‘비뚤어진 일본인의 전형’으로 일본인에 대한 분풀이가 될까?
지금 <남대문시장>이며 <명동>에 넘쳐나는 게 일본사람들인데 그들이 이 영화를 봤다면 뭐라 할까?
우리가 허리우드 영화를 볼 때 가끔 불쾌(모욕)감이 드는 이유가 동양인들을 대개 야비하거나 무식한 얼간이쯤으로 그리기 때문이 아닌가.
한국 최고 배우의 반열에 있는 주인공 장동건-제 2의 손기정을 꿈꾸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달리고 또 달리는 조선인 마라토너 김준식은 우리에게 특별한 감동을 주지 못한다.
‘아름다움’이 보이지 않는다.
사랑의 아름다움, 우정의 아름다움, 희생의 아름다움--‘거룩한’ 김준식은 억지스럽다.
필연성이나 진실성이 부족하다.
이 영화가 맥 빠지는 이유다.
거대한 한편의 전쟁 영화-
시종일관 총알이 빗발치듯 쏟아지고 대포에 몸이 튕겨져 나가 산산조각이 나고 탱크에 짓이겨지고 화면은 피바다를 이룬다.
‘조국을 위해서’라는 기치 아래, 전쟁을 지시하고 조종하는 세력들이 숱한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내몰아, 존귀한 생명들이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처럼 피를 뿌리며 사라진다.
일부러 돈 내고 영화관에 들어앉아 가슴 졸여가며, 서부 사나이들의 총질이나 전쟁터에서 무참히 죽이고 죽는 장면들을 보는 것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도 있지만, 보고 있자니 전쟁을 조종하는 자들에 대한 미움이 분노로 변한다.
장장 두 시간 여에 걸쳐 옛날이야기 하듯이 서술한 점-
김준식이 일본군에 끌려가서 소련군 포로가 되었다가 독일군 포로가 되고 다시 미군 포로가 되는 긴 여정을 소상히 그렸다. 이점 또한 대중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어려울 것 같다.
러시아나, 노르망디 어느 해변에 이야기를 풀어놓아 회상하는 식으로 사건을 만들어 갔더라면 이국적인 분위기와 함께 제작비도 절감할 수 있었을 텐데--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했었으면> 난 어떤 각도에서 이 영화를 말했을까? (2012.1.1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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