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강남팀 모임-무엇이 우리를 여기까지--

맑은 바람 2012. 4. 14. 21:21

  

서 선생님의 제안으로 오늘 우리집에서 강남팀 모임을 가졌어.

목련꽃 매화꽃이 피거들랑 꼭 초대하라는 서 선생님의 엄명(?)을 받든 거지.

이삼 일 전부터 하루가 다르게 꽃이 피어나서 한창 예쁠 때 볼 수 없으면 어쩌나 불안했는데 오늘 딱이었어.

마당의 제비꽃, 민들레, 냉이꽃을 위시해서 목련 매화 금낭화 들에게 눈인사를 보내고 들어와 차와 과일과 떡과 빵과 커피까지 골고루 먹고 마시고-여자들은 젊으나 늙으나 음식 앞에서 모두 적극적이고 의욕적이거든-

<와룡공원>으로 갔지.

 

매화나무가 줄 지어 서있는 길에 들어서니 은은한 향기가 입가에 절로 미소를 떠오르게 하더구나.

금강이가 뛰놀던 작은 운동장을 전환점으로 해서 <만해 한용운 생가> 쪽으로 방향을 잡았지.

밖의 낡고 오래된 골목들을 지나 <尋牛莊>에 들어서니 방문객들이 꽤 많이 찾아들더라.

선생님 影幀에 절하고 잠시 툇마루에 앉아 있으려니 멀지 않은 곳에서 꿩이 우는 소리도 들린다.

 

심우장 바로 아래에 건강식을 강조하는 <강촌 쌈밥집>으로 선생님들을 모셨어.

영양 돌솥밥과 푸짐한 야채, 편육과 된장찌개가 주 메뉴인데 가격 대비 음식이 좋은 편이어서 비교적 만족스럽게 식사들을 하셨지. 바쁜 서 선생님과 오 선생님은 먼저 가시고 젊은 것들-한두 살 아래라고 이렇게 말해 보는 거야-은 남아서 커피 한 잔씩하며 노닥거렸다.

 

                   우리집에서

 

                 <와룡공원>의 매화

 

 

 

               성북동 어느 집 담벽화

 

                    담벽화

 

                      40년 지기들

 

일 년에 한두 번씩, 그리고 오늘처럼 불과 서너 시간 동안밖에 못 만나도, 만날 때 아무 허물없고 뒤끝이 깨끗한모임은 아마 이 모임밖에 없을 거야.

무엇이 이 만남을 40 년이 넘도록 지속할 수 있게 한 걸까?

단 한 번도 누구 하나 마음을 다치거나 불쾌한 기억이 남은 일이 없이--

모임의 특성을 생각해 봤어.

 

우리는 모두

국어 교사, 카톨릭 신자, 대모와 대녀 사이, 한 살이 위라도 상호 상하 서열을 분명히 지키지.

구심점은 대모인 오 선생님, 서로들 자기 자랑뿐 아니라 자식 자랑도 하지 않아.

물론 자기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뻗대 본 일도 거의 없어.

게다가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들의 아이들이 모두 같은 병원(상도동 김동균 산부인과)에서 출생했다는 거야.

대모님부터 연줄연줄--

 

이러니 40년이 아니라 그 두 배 되는 시간이 흐른 뒤에라도 이 모임은 화목하게 지속되리라 믿어.

마치 싸움이 습관이 안 된 부부가 다투지 않고 오래도록 조화롭게 잘 사는 것처럼 말이야~~

(2012.4.14. 토)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광대 김명곤  (0) 2012.05.28
신경림 시인의 시와 인생 이야기  (0) 2012.04.20
루비 로사 집에 오다  (0) 2012.04.09
<백김치>를 담그다.  (0) 2012.03.23
단세포의 영화읽기  (0) 2012.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