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 부는 바람이 예사롭지 않았다.
회오리바람이 은행나무를 매섭게 후려치니 노란 잎이 우수수 소나기처럼 쏟아진다.
길을 걷다가 이 광경을 보고 발을 멈추는데 나이 지긋한 아줌마도 스마트 폰을 열어 낙엽소나기를
찍는다.
엊저녁 대문 밖 낙엽을 한 푸대나 쓸어 담았는데도 간밤에 한바탕 비바람 불더니 그새 나뭇잎이
수북이 쌓여 아침 일찍 옆집 수녀님이 또 비질을 하신다.
층계와 흙바닥에 떨어진 잎새들을 본다.
노랑 빨강 연노랑, 초록--빛깔도 가지가지, 모양도 제각각--
이제는 보내야 할 때가 된 나뭇잎을 달고 어쩌지 못하는 나무의 운명을 아는 비와 바람은
세찬 비바람을 몰아다가 나뭇잎들을 떨어낸 것일 게다.
예기치 못한 비바람에 한순간 나무와 작별한 잎새들은 알록달록 조각이불을 짜서 흙바닥을 덮고 있다.
이제 저들은 나무 아래서 뿌리를 덮은 채 겨울을 건너며 마르고 썩어 가리라.
이른 봄 또 하나의 생명을 키워 내기 위해--
세찬 비바람에도 아직 가지에 붙어있는 잎새들을 본다.
누렇게 시들고 벌레 먹은 잎새를 보며
늙고 병들어, ‘죽는 게 소원’이라면서도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구차한 삶이 떠오른다.
온전한 모습의 완연한 단풍인데도 나뭇가지를 꼭 붙들고 있는 잎새는 캥거루족을 연상시킨다.
취업 시기도 놓치고 부모에 얹혀서 어영부영 ‘나이 들어가는 자식들-’
자연의 가르침을 따라 順理대로만 살아도 삶은 덜 고달플 텐데--
“가야 할 때를 아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형기 <洛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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