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Farewell~ until we meet again."

맑은 바람 2012. 12. 19. 08:56

 

서울로 돌아오는 機內에서 영화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를 보았다.

유대인이면서 富者 사장 아들을 둔 데이지 할머니는 고집스럽고 거만하고 까탈스럽기 그지없다.

이제 연세가 많으니 운전을 그만두시라는 아들의 말을 무시하고는 마침내 차를 비탈길에 처박고 나서야

운전을 중단한다.

아들이 흑인운전기사 호크를 고용했으나 데이지할머니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아무 물건도 못 만지게 한다.

심지어는 캔 하나 먹은 것 가지고도 운전사를 의심하며 아들한테 불평을 쏟아 붓는다.

 

그러던 데이지여사가 어느 날

당신은 내 친구라며 호크의 손을 잡는다.

치매로 사람들을 거의 알아보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호크와 아들이 찾아왔을 때 아들에게

젊은 간호원이나 꼬셔 보라.”고 등 떠밀고는 호크와 마주앉아 호크가 떠주는 죽을 한 입 한 입 받아먹는다.

얼굴 가득 행복한 미소를 담고--

 

호크의 한결같은 정중함, 다소곳함, 솔직함, 상대방을 인정하는 -”가 데이지의 얼어붙은 가슴을 녹인 것이다.

 

나는 수천마일 머나먼 땅에 시아버님을 모셔놓(安葬) 돌아왔다.

아버님은 20여 년 전 딸 덕에비행기를 타고 캐나다 땅에 도착하시더니 이내 永住하셨다.

그후 치매로 가족들조차 잘 알아보지 못하면서도 보호자인 큰딸과 요양원의 간호사들,

몇몇 사람과는 마음을 주고받았다.

 

“He's very nice person."

간호원이 아버님(98)을 그렇게 말했다. 한때는 데이지 할머니와 莫上莫下였던 분이

어떻게 그런 소리를 들을까 의아했다.

그런데 하루는 머리가 하얀 서양할머니 한 분이 두 간호원의 부축을 받고 병실로 들어오셨다.

서양할머니는 할아버지를 가만히 내려다보더니 얼굴과 가슴을 가만가만 쓰다듬는다.

그러더니 울먹울먹 하며 뭐라 혼잣말을 한다.

“His girlfriend~"

간호원이 나를 보고 싱긋 웃으며 말했다.

이 두 분은 요양원에서도 소문난 커플이었다 한다.

할머니는 영어로, 할아버지는 한국말로 이야기하면서도 깔깔 껄껄하시며 서로 소통하셨단다.

 

나는 절대로 휠체어나 지팡이에 의지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시고는 언제나 꼿꼿이 걸어다니셨던 아버님-

인물이 단정하고 훤하셨던 아버님은 주위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게다가 간호원이 혈압을 재거나 옷을 갈아입혀 드릴 때마다 땡큐!”를 입에 달고 사셨다 한다.

바로 옆방에 계신 할머니는 병실이 조용해지면 휠체어를 타고 주춤주춤 들어와서는 침대 모서리를 잡고

조용히 기도를 올린다환자 돌보느라 애쓴다며 내게 귤이며 쿠키도 갖다 주셨다.

그분도 딸 덕에 비행기 타고 와서 여기 계신 거라고- 同病相憐이라서인지 우리에게 친근하게대해 주셨다.

 

환자와 가족들이 오래 고생하면 안 되는데--‘하시며 나가신다.

그분의 기도처럼 아버님은 가족들이 모인지 일주일 만에 세상을 뜨셨다.

壽衣 속에 누워 계신 아버님은 生前의 그 어느 때보다 평화로워보였다.

 

"Farewell~ until we meet ag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