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기다리는 일

맑은 바람 2014. 5. 10. 11:15

사는 일이 어쩌면 <기다리는 일>이 아닌가 싶을 때가 많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 스무날 하고도 사흘,

오늘도 진도 팽목항에서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며 가족의 屍身이라도 건져 올리기를 뜬눈으로 기다리는 가족들-

올 시간이 지났는데도 전화 한통 없이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며 부아를 삼키는 아내-

스마트폰을 꺼놓고 PC방에 앉아 게임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는 줄도 모르고, 학원에서 공부하겠거니 믿으며 밤늦도록 멀뚱히 기다리는 엄마-

입사원서 내놓고 입에 침이 마르고 속이 바삭바삭 타들어가게 기다리는 젊은이들-

제대 날짜를 시간으로 환산해서 카운트다운 하고 있는 말년 군인들-

사랑하는 이에게 문자를 띄워놓고 수십 번도 더 열어보며 가슴 콩닥거리는 戀人들-

결혼한 지 數年이 흘렀어도 아이가 없어 勞心焦思하는 夫婦-

 

몸은 고달프지 않아도 기다리는 일은 사람을 힘들고 지치게 한다.

차라리 내가 나서서 해낼 수 있는 일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은, 내 능력 밖에서 누군가가 움직여줘야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 누군가가 믿고 의지할 만한 사람이면 그리 애태우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내 속이 타는 것은, 그들에 대한 깊은 신뢰가 부족할 때이다.

그러니 저 혼자 안달복달해 봐야 돌아오는 게 없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듯, 기다림의 끝도 언젠가는 오는 법-

참고 기다리는 방법을 깨달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내일은 포항에 내려가 몇몇 제자들이 베푸는 '스승의 날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야말로 엔돌핀이 팍팍나오는 기쁜 기다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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