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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이야기-퍼옴

맑은 바람 2014. 7. 27. 17:28

***종진님의 <저 절로 가는 세상>에서 퍼 온 것입니다. 퍼갈 수 있게 열어놓으셔서 감사합니다.

 

토끼는 일반적으로 꾀가 많은 동물로 상징된다. 토끼가 등장하는 이야기들에는 ‘지혜로움’이 먼저 떠오른다. 듬직하고 의젓하기보단 때론 너무 재빨라 일을 그르치기도 한다. 힘 약한 사람이 자신보다 강한 사람을 이기는 방법은 지혜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야기 속 토끼는 영특하게 묘사된다. 늘 당하기만 하는 백성들에게 삶의 방법을 깨우쳐 주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토끼는 약한 짐승이다. 그래서 쫓기는 자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토끼의 왕성한 번식력은 약자의 생존전략 중 하나다. 일정한 발정기 없이 아무 때나 짝짓기를 해 새끼를 잉태할 수 있는 생물은 인간을 제외하고 오직 토끼뿐이라고 한다. 잡아먹히는 숫자보다 더 많은 새끼를 낳아야만 종족을 보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중·일 삼국에서는 토끼를 신비함과 영원성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여긴다. 세 나라의 불교와 도교, 신화나 전설 등에서 토끼는 하나의 문화유형으로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세 나라 문화 속에서 토끼는 달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토끼가 달 속에서 떡방아를, 중국에선 약 방아를 찧는다고 믿는다. 절구질하는 토끼는 인도와 중국의 신앙과 설화가 결합돼 한국과 일본으로 이어진 것이다. 토끼가 가지는 상징성 때문에 사람들은 예부터 이상적으로 생각하던 달에 토끼가 산다고 믿었던 것이다.

 

불교 설화에서 토끼는 자기희생의 상징으로 묘사돼 있다. <대당서역기(大唐西域記)>에 제석천(帝釋天: 불교의 수호신)을 위해 스스로를 소신공양하는 토끼의 이야기가 나온다. 제석천이 노인으로 변신해 여우·원숭이·토끼에게 먹을 것을 청했을 때, 여우는 생선을, 원숭이는 과일을 가져왔으나, 빈손으로 돌아온 토끼는 불 속에 제 몸을 던져 제석천을 공양했다는 이야기다. 토끼의 소신공양에 감동한 제석천은 토끼의 형상을 달에 새겨 후세의 영원한 본이 되게 하였다고 한다.

양산 통도사, 수원 팔달사 등의 벽화에는 거북이 등에 탄 토끼 모습을 볼 수 있다. 불교에서 토끼의 이미지를 중시했음을 방증한다. 토끼가 희생제물이 되어 병자를 고쳤다는 이야기는 민간전설로도 전해진다.

그래서인지 불교경전에는 토끼와 관련된 부처님 말씀이 속속 등장한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시길“앞에 나타나는 대상을 분별하는 그림자일 뿐이다. 그런데 앞에 나타나는 대상은 항상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므로 만약 변하여 없어질 때에는 이 마음이 곧 거북의 털이나 토끼의 뿔과 같을 것이니 곧 너의 법신도 함께 끊어져 없어지는 것과 같으리니 그러면 그 무엇이 무생법인(無生法忍)을 닦아서 증득하겠느냐?” <수능엄경>

우리나라나 동양고전에 등장하는 토끼는 작고 약해 보이지만 꾀가 많아 언제나 재치 있게 위기를 극복한다. 또 다른 설화에서는 사람에게 은혜를 갚고 동물들 사이 분쟁의 해결사로 등장하기도 한다. 호랑이 같은 맹수에 비하면 토끼는 약한 동물이다. 하지만 재치와 꾀로 강한 동물에게 지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이용한다. 이로써 약자를 보호하고 이익을 얻는 존재로 등장한다. 신묘년(辛卯年) 토끼해에 영리한 토끼에게서 삶의 지혜를 찾아보자.

 

<출처:주간불교>

 

 

토끼의 신화는 전국시대에 보이다가 한대에 와서는 항아신화로 발전한다. 그리고 토끼신화와 결합해 옥토끼가 절구에 불사약을 찧고 있다는 새로운 신화가 탄생한 후 동북아로 퍼지면서 불로장생의 버전으로 재탄생한다. 오래 살고 싶은 것은 모든 이의 열망이다. 진시황의 불로초를 이야기할 것도 없이 우리는 오래오래 살기를 바랐다. 오복에서도 수(壽)가 제일 먼저 온다.

 

십이지의 토끼 코드는 묘(卯)다. 묘자에는 만물의 성장, 번창, 풍요를 뜻하는 의미가 있다. 이것은 토끼의 속성이기도 하다. 방위로는 정동이고, 목성이다. 오방색중 토끼는 푸른색이며, 계절로는 봄이다. 음양오행코드에서는 양이요, 목이다. 그러니까 동방, 밝은 빛과 청춘을 상징한다.

토끼는 지혜롭다. ‘교토삼굴’이라고 토끼는 세 구멍을 파서 항상 어려움에 대비한다고 한다. 도주로를 여러 개 마련해두면 추적자를 쉽게 따돌릴 수 있다. 별주부전의 토끼처럼 설화 속의 토끼는 위기일발 속에서도 자신의 간을 지키는 순발력을 발휘한다.

토끼의 귀는 매우 길다. 그래서 조그만 소리도 잘 듣는다. 여기서 잘 듣는다는 말은 소식을 잘 듣는다는 말이다. 우리는 우물 안 개구리라는 말을 듣는다. 세상을 잘 모른다는 말도 듣는다. 정보에 어둡다는 뜻이다. 아는 자가 앞서 가고 리드한다. 결국 정보는 힘이요. 권력이다.

인도에는 석가모니의 전생을 그린 ‘본생경’이라는 설화집이 있다. 거기에는 노인 한 명이 굶주려 죽어가고 있을 때, 그것을 본 토끼가 노인을 살리기 위해 자기 몸을 불구덩이에 던져 사신공양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 등 의롭고 자비로움의 상징에 다름 아니다.

만물의 성장, 번창, 풍요, 의롭고 자비로움, 그리고 지혜를 생각해 임실 삼계서원(오수면 주천리) 삼계사의 건물에 하얀색 옥토끼를 조각한 것인가. 왜 사당에 토끼 모양을 담아냈는지 아직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토끼는 늘 같은 길로 다니는 습성이 있다. 그러나 새봄이 오면 다른 동물로 부터 방어하기 위해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 빠르고 안전한 길을 안식처와 연결해 놓는 치밀하고 명석한 동물로, 외길 인생을 사는 학자, 교직자에 비유할 수 있어 이곳에 토끼를 조각한 것인가. 토끼는 번식력이 왕성하다. 그래서 다산의 상징이며, 선비의 상징인 붓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한퇴지의 ‘모영전’에 의하면, 중국의 진시황 때 몽염장군이 점을 쳐서 점괘대로 오늘과 같은 붓을 토끼털로 만들어 모필의 발명가가 되었다고 하는 만큼 어쩌면 고고한 선비의 상징으로 토끼를 건축물에 담아냈는지도 모른다. 하얀 원은 진리를 상징하며, 두 마리의 토끼가 각각 다른 방향에서 둥그런 원을 바라보고 있음을 상징할 때는.

 

수양대군이 단종을 폐위하고 자신이 왕위에 즉위하자 그는 사육신 등과 함께 통곡하고 감악산으로 은퇴하였다가 임실의 노산에 은거하면서 후진을 가르친 곽도, 명나라의 장병들과 함께 평양에서 왜적을 쳐부수어 공을 세운 곽흥무, 조선 후기의 문인이자 의병인 곽유번 등 삼계서원의 배향 인물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은 아닐까.

전남 승주 선암사 원통전의 출입문 궁창에는 두 마리의 토끼가 계수나무 아래에서 방아를 찧는 모습이 새겨져 있다. 이 문양은 부처의 전생 설화와 관련이 있다. 사찰 경내에 종종 불교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조각이나 그림들이 눈에 띈다. 토끼와 자라(거북)가 그런 예에 속한다. 이들은 주로 그림이나 조각 형태로 법당 문이나 평방또는 벽면에 장식되는 경우가 많다.

김제 금산사 보제루에는 누운 자세로 건물 부재를 받치고 있는 한 쌍의 토끼를 볼 수 있으며, 구례 화엄사 구층암 천불보전의 공포 밑 안초공에 용머리 대신 거북이 등을 탄 토끼의 모습이 조각되어 있다.

남원 선원사 칠성각의 외벽과 밀양 표충사 대광전 수미단, 양산 통도사 지장전의 내벽, 상주 남장사 극락보전 내부 창방의 그림, 여천 흥국사 대웅전 축대에 토끼와 자라 조각은 불교와의 관련을 보여준다.

사찰 장식의 토끼와 자라(거북)는 별주부전의 주인공이며, 부처의 본생담의 주인공인 화현과 반야귀선이다. 자라는 불교의 이상향인 용궁으로 이끄는 인도자이다. 전생의 부처는 죽음과 고통의 세계(차안, 此岸)를 건너게 하는 자라를 등장시켜, 자기 꾀에 빠진 토끼 같은 중생들을 피안(彼岸)에 이르게 했다고 한다.

방아를 찧는 토끼는 부부화합과 다산, 풍년, 재산증식의 기원으로, 우리 조상들은 부적으로 지니거나 각종 그림과 필통, 벼루, 기와 등에 새겨 넣었다. 토끼는 공예품에도 많이 그려지고 새겨졌다.

국보 제95호 청자칠보투각향로의 받침은 토끼 모양이고, 연적으로도 만들어졌다. 고려백자연꽃모양향로는 토끼와 연꽃을 조형 모티브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국보 제95호 청자투각칠보무늬향로와 유사성이 엿보이며, 향로의 받침으로 만들어진 세 마리 토끼의 친근성과 고려 백자의 맑은 색으로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다. 또 귀토설화문 목각판은 토끼와 거북 부조의 수지법으로 볼 때 18세기에 가까운 수작으로 판단되며, 국내에서 유일하다는 평가다.

창덕궁 대조전 뒤뜰의 굴뚝에 새겨진 토끼의 형상, 경복궁 교태전 뒤뜰의 석련지에는 두꺼비와 토끼의 형상이 새겨져 있다. 이곳은 모두 여성들의 생활공간으로 달, 곧 월궁을 형상화한 것이다. 그 속에는 아무 근심 걱정없이 영원히 살 수 있는 선계가 있다고 믿었고, 그 선계에서 월궁 항아처럼 살고 싶은 여성들의 간절한 소망을 현실의 지상공간에 토끼와 두꺼비 장식으로 상징화한 것 같다. 달 속의 토끼는 두꺼비와 함께 달 또는 월궁이나 월신(月神)으로서 상징될 뿐만 아니라 영속하는 생명 내지 재생, 부활의 상징으로서 보다 높은 상징성을 가진다.

 이밖에 김유신묘, 진덕여왕릉, 원원사지 서탑 기단석의 십이지신상에서도 토끼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토끼는 예로부터 조그맣고 귀여운 생김새와 놀란 듯 쫑긋 세운 귀, 놀란 듯한 표정으로 약하고 선한 이미지를 가져왔으며, 재빠른 움직임과 천적으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한 본능으로 인해 꾀가 많고 영특한 동물로 인식되어 왔다. 때문에 옛 이야기 속에서 토끼는 힘이 약하고 몸집은 작지만 특유의 지혜로움으로 꾀를 써 위험을 피하는 한편, 호랑이 등 크고 힘센 동물을 속이거나 우둔한 이를 골탕먹이는 동물로 등장한다. 주위를 미리 경계하고 민첩한 행동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토끼의 습성은 전래동화 속에서 더욱 부각되어 삶의 지혜를 일깨우는 교훈을 전하기도 한다.


조상들은 특히 밤하늘의 달을 바라보며 달 속 계수나무 아래에서 불로장생의 약을 만들기 위해 방아를 찧고 있는 토끼의 모습을 상상해 왔다.
‘푸른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계수나무 한나무 토끼 한 마리’로 시작되는, 어린시절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노래에 등장하는 토끼가 바로 그것이다.


조상들에게 토끼가 살고 있는 달은 평화롭고 풍요로운 세계, 즉 극락으로 아무 근심 없이 살 수 있는 이상세계였다. 때문에 예로부터 토끼는 토끼를 달의 정령으로 삼아 이상향을 꿈꾸게 하는 상서로운 동물로 인식되어 왔다. 사실 토끼를 달이나 계수나무와 연관시켜 생각하게 된 것도 인도의 불교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전이된 것이다.


토끼는 원래 인도의 고대 범어에서 달(月)의 다른 명칭으로 쓰여졌고 특히 고대 인도설화에서 특히 자주 등장하는데, 설화가 불경에 흡수되는 과정에서 종교적의미로 성장하게 됐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대당서역기(大唐西域記)’에도 담겨있는 ‘토끼의 보시’다. 천상계의 제석천이 스님에게 자신의 몸을 시주하기 위해 스스로 불속에 뛰어든 토끼의 선행을 가상히 여겨 달 나라(극락)에 영원히 살게 하였다는 내용이다. 전래동화의 ‘달 속 토끼’의 불교적 해석인 셈이다. 또한 달나라의 천왕이 부리는 사자(使者)가 바로 토끼이기도 하다. 때문에 불교에서 토끼는 불사(不死)와 보시, 희생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부처님의 전생을 담은 본생경(本生經)의 ‘토끼의 전생이야기’와 ‘원숭이 왕의 전생이야기’ 등에 토끼에 얽힌 불교설화가 담겨있으며 중국의 한역경전인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을 거쳐 오늘날 우리의 설화와 소설로 정착한 ‘토끼전’으로 발전하게 됐다.


토끼전은 구토설화, 별주부전 등 다양한 명칭으로 알려져 있다. 토끼의 간을 용왕의 약으로 쓰기위해 바다 속으로 끌려가려던 찰나, ‘간을 밖에 꺼내놓았다’며 기지를 발휘해 위기에서 벗어난 토끼 이야기다. 토끼전을 불교 설화로 보기엔 무리가 있지만 자라, 혹은 거북이의 등에 탄 토끼가 묘사되어 있는 사찰 벽화나 부도가 많아 눈길을 끌기도 한다.


양산 통도사 명부전과 수원 팔달사, 정취암 응진전 등의 벽화가 대표적이다. 해남 미황사 부도의 상대석면 등에도 거북이 등에 실려 용궁으로 가는 토끼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토끼는 또 다산과 자손의 번창을 상징하기도 한다. 토끼의 번식력에서 비롯된 것도 있지만,묘(卯)자가 새싹이 덮어쓴 흙을 밀치고 나오는 것을 형상화한 것으로 한해 농사의 본격적인 시작과 만물의 생장, 번창, 풍요의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의미로 토끼의 모습은 향로나 고분벽화 등 역사유물로 남아있는 경우도 많다.


고려시대 만들어진 ‘청자투각칠보향로’가 대표적이다. 둥근달을 칠보문으로 투각하고 연꽃으로 받친 향로인데, 받침다리가 토끼로 만들어져 있다. 이는 ‘토끼 같은 자식’이라는 말처럼 부부애와 자손의 번창을 기원하는 의미를 사찰에서 쓰는 향로에 담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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