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원 수업을 마치는 대로 화정으로 갔다.
남편은 차를 정비소에 맡겨놓고 화정역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점심을 간단히 먹고 서해안 고속도로를 향해 내달렸다.
이번 여행은 딱히 목적지를 두고 출발한 여행이 아니다.
마음 가는 대로 맡기고 가보자는 심산이었다.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기로 한 것도 20년 단골 정비소가 화정에 있기 때문이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천리포수목원>으로 방향을 잡았다.
한번 가봐야지 마음먹었던 곳이다.
출발이 늦어진 바람에 목적지에 당도하니 입장시간이 지났다.
근처에서 묵고 아침에 찬찬히 보기로 하고 숙소를 물색했다.
가까이에 민박집이 있어 다가갔더니 꼬부랑 할아버지 한 분이 다가와 안내를 한다.
방을 둘러보고 숙박비를 물었다.
할아버지는 암말 않고 나와 남편 얼굴만 한참 바라보더니 “알아서 주슈.” 한다.
픽 웃음이 나온다.
아, 여기는 충청도지.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충청도 사람의 의뭉스러움에 웃음이 났다.
충청도 수박장수의 우스개 이야기가 생각난다.
서울사람이 충청도를 지나다가 길가에서 수박 파는 노인을 만났다.
흥정을 하려는데 얼른 가격을 얘기하지 않는다.
얼마냐 물으니,
“알아서 주슈~” 하길래 서울깍쟁이가 값을 후려쳐서 불렀다.
노인은 멀뚱히 바라보더니
“냅둬유~, 소나 갖다 먹이쥬~~.”하더란다.
이 노인도 비수기라서 숙박비 안내서에 있는 대로 받을 수가 없으니 어정쩡하게 말했나 보다.
얼마면 되냐고 다시 물으니 값을 얘기한다.
서울깍쟁이는 방도 값도 맘에 안 들어 다시 장소를 물색한 끝에 아주 만족스런 곳을 찾았다.
바로 해변에 닿아있는 삼층 방인데 모래톱과 밀려오는 파도를 방에서도 볼 수 있다.
성수기에는 값이 꽤 나갈 법한 방이다.
마침 일몰 때라 온전히 석양을 바라볼 수 있었다.
얼마 전 본 영화 <와일드>에서 주인공의 엄마가 딸에게,
“네가 맘만 먹으면 아침저녁으로 뜨고 지는 아름다운 해를 얼마든지 볼 수 있어”
하는 말이 떠올랐다.
언제 보아도 아름다운 일몰이다.
(2015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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