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전라도

유선여관과 대흥사

맑은 바람 2016. 3. 11. 00:13

오전 11시 출발-오후 8시 도착, 숙소에 들다.

종일 운전대를 잡고도 피곤한 내색 않는, 70老益壯 우리 대니 따봉!!

 

출발 때부터 잔뜩 흐리더니 간간이 비까지 뿌린다.

완전 날궂이하게 생겼군!’

원래는 3월 말에 남도나들이를 계획했었는데, 영감님이 아들의 성능 좋은 새 차 몰고 싶어 좀이 쑤시는데다 미키도 월말엔 바쁘니 이번에 갔다 오시란다.

생일 축하금을 아들과 남편한테서 받았으니 그들 원할 때에 써야 할 것도 같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가방을 쌌다.

 

일기예보대로 산과 들은 뿌연 비안개 속에 갇혀있고 꽃도, 연두빛도 없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전라남도 땅으로 들어서서야 地勢가 바뀌면서 들판의 푸른빛이 눈에 들어온다.

파밭과 마늘밭 그리고 보리밭이리라.

 

게다가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일마다 꼬인다.

새만금(새로운 만경, 김해 평야라는 뜻)을 내달려 선유도 쪽으로 방향을 잡았더니 38일까지 다리공사 때문에 통제라 다리를 건널 수 없단다.

더 어둡기 전에 선암사 동백이나 보려고 내달렸으나~ ~ ~, 매표마감 10분 전인데,

오늘은 끝났습니다.” 하고 들여보낼 생각을 않는다.

허기사 입장료도 없는 노인 둘이 다 저녁 시간에 반가울 리 없잖은가?

눈치껏 돌아서야지~

 

<대흥사> 입구 奇松亭에서 돌솥비빔밥을 먹었다.

이미 영업을 끝냈는데 내가 문밖에서 우왕좌왕하는 걸 보고 여주인이 들어오라며 저녁을 지어준 것이다.

비빔밥도, 우거지국도, 숭늉도 모두 맛있다.

좀 전의 야속함과 노여움이 스르르 녹아내린다.

奇松亭이라는 식당상호가 예사롭지 않아 벽에 걸어놓은 글씨에 기송이란 글자가 보이길래 누구냐 물었더니 작고 가냘퍼 보이는 주인 남자가 바로 자신이란다.

    


저녁 830분에야 유선여관에 들었다. 언제부터인지 상호가 <遊仙館>으로 바뀌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읽고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한두 번씩 다녀갔거나 종종 찾아들게 되는 유선여관-

방으로 들어서니 편백나무향이 코끝에 확 스민다. 기분이 좋아진다.

벽에는 글씨 한 점, 그림 한 점이 있고, 그리고 거울과 옷걸이뿐, 그 흔한 TV,시계도 없다.

이야말로 진정한 휴식공간이다.

옆방의 두런거리는 말소리 사이로 가까이 시골 개 짖는 소리가 정겹다.

잘잘 끓는 방바닥에서 오늘은 내복바람으로 양말도 벗어 내던지고 자야겠다.

.



                               따땃한 방에서의 하루는 몸을 가쁜하게 해준다.


                      

                            짭잘하고 간이 딱 맞는 고등어 조림, 조기구이, 그리고 젓갈이 입맛을 돋운다             


                            손님들의 음식을 익혀내는 장독들-

 


                              < 반야교>를 넘어 대흥사로 들어선다.





                             동백이 한창 피고지고-

                                <두륜산 대흥사>


                                 산세가 와불상~~



                          홍매가 이리도 고운 줄을-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나태주의 싯구에서





                             고목의 위용이 발을 멈추게 한다.


동백, 홍매화, 백매화를 보며 남녘의 봄을 느꼈다.

오랜만에 와도 이처럼 꽃으로 반가이 푸근하게 맞아주는 친구같은  대흥사, 또 다른 마음의 고향이다.

'국내여행 > 전라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송광사 불일암 가는 길  (0) 2016.03.12
울돌목-운림산방-나로도  (0) 2016.03.11
홍도 흑산도 여행   (0) 2015.10.11
천리포수목원에서 순창까지  (0) 2015.03.13
누룩실재의 봄  (0) 2014.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