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담임 Christine이 추천한 <Buskett Woods>엘 가기로 했다.
닭날개볶음으로 점심을 든든히 먹고 출발했다.
집에선 추운 줄 몰랐는데 바람이 차갑다.
발레타에서 임디나로 방향을 잡고
56번 버스에 올랐다.
목적지는 딩글리 해변에서 멀지 않다.
버스 기사는 딩글리 해안에서 멈추더니 한 30분 쉬었다 출발한다고 하며 원한다면 다음 정거장에서 픽업해 주겠다고 한다. 우리는 내려서 딩글리 해안을 따라 한 정거장 거리를 걸었다.
<딩글리 클리프트>는 전에 다녀 갔던 곳인 데다 바람이 세고 차서 더 걷고 싶지 않았다.
뒤따라온 버스를 바로 타고 목적지에서 내렸다.
수업을 마치고 점심까지 먹고 발레타를 들러서 목적지에 닿으면 이미 해떨어질 시간이 되서 제대로 구경을 하기 힘들다.
<Buskett Woods >는 벌써 어둠 속에 몸을 감추고 있었다.
입장료도 따로 없는 자연 휴양림 같은 곳이었다. 규모도 별로 크지 않고 따로 사람의 손길이 닿은 것도 없다.
한 정거장 거리의 숲길을 가로질러 다음 정거장쪽으로 나왔다.
크리스틴에게 <아침고요 수목원>이나 제주도의 아무 수목원이라도 하나 보여 줬더라면 우리에게 이 숲을 결코 소개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상이 마음에 안 들면 몸 상태가 더 예민해지는 법!
엄습해 오는 한기를 느끼며 마침 다가오는 버스에 올라 발레타로 향했다.
발레타 버스 터미널에서 잠시 기다린 끝에 우리집 자가용 버스 <16번>을 탔다.
버스에서 내려 5m 도로 하나만 건너면 바로 숙소 정문이니 뭐 자가용보다 못할 게 없다.
몰타에 와서 가장 자주 애용한 버스다.
어디서든 그 버스만 타면 집에 다 온 것 같아 맘이 편안해진다.
앞쪽에 앉아 두어 정거장인가 갔는데 머리가 하얀 할머니 한 분이 바로 우리쪽으로 다가와 서더니 대니에게 일어나라고 한다. 대니가 바로 일어날 기미를 안 보이니까 뭔가 카드를 꺼내 보인다.
장애인 카드 같다.
난 남편을 쿡 찌르며 얼른 일어나라고 했다.
남편은 자기도 경로석에 앉을 자격이 있는데 일어나라니까 불쾌한 표정이 얼굴에 스친다.
그 자리는 경로석이 아니었다.
임신부, 아이를 동반한 엄마.그리고 장애인석이었다.
그 조건에 맞는 이가 다가오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것이, 내가 두 달 동안 보아온 버스 속 정경이었다.
선진문화가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다.
아무런 갈등이나 충돌없이, 이미 정해놓은 규칙에 묵묵히 따르는 것이 진정 문화인이다.
내가 이곳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느끼는 또하나의 이유다.
딩글리 해안의 양떼들
행복한 나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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