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작별의 나날/알랭 레몽(김화영 옮김)
***2002년 7월에 산 책을 15년 후 歲暮에 읽는다.
우연찮게 바로 전에도 <남아 있는 나날>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뭐, 살아온 날들보다야 남은 날이 짧을 수밖에 없지만, 120살까지 살기를 소망하는(?) 내게 ‘남아있는 나날’이라든가 ‘작별의 나날’이란 말은 아직은 실감나지 않는다.
나이든 이들이 하나같이 그런 것처럼~~
이 책은 성장소설이자 實名소설이다.
저자는 우리나라엔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인지 인명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그래서 생몰연대가 확실치 않은, 2001년 현재 프랑스 유명 주간지 <텔레라마>의 편집국장이라고 소개됐다.
다만 譯者가 신뢰할 만하고 호감이 가는 사람이라 망설임 없이 선택한 책이다.
노르망디와 브르타뉴 사이에 있는 '몽생미셸Mont-Saint-Michel'이 멀리 바라다보이는 ‘트랑’이 주인공의 행복과 불행의 터전이다.
프랑스에서도 奧地인 이곳이 유년기 소년에게는 꿈의 공간이자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놀이터였다.
-시골집 마당-우리는 거기서 수백만 시간의 때묻지 않은 행복의 시간을 보냈다.
나는 거기서 어머니와 함께, 어머니 덕분에, 햇빛과 놀고 햇빛을 길들이고 날씨를 즐기고 나뭇잎들의 유희를 음미하고 땅 위로 뻗어오는 그림자를 감상하는 것을 배웠다.
그러나 아버지가 귀가한 저녁 시간은 매일매일이 전쟁터이고 지옥이었다. 술취한 아버지의 난동(고함, 아이들의 비명)은 가족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아들들은 아벼지에 대한 증오심을 키워갔다.
마침내 술은 아버지를 빼앗아 갔고 어머니는 위암으로 돌아가시고 누이동생은 정신병원을 들락거리다 자살하고 만다.
주인공은 책의 말미에서 이렇게 말한다.
-내가 사랑하지 못했던 우리아버지,
나는‘전쟁’을 끝내기 위해 이 책을 썼다.
나는 산 사람들, 그리고 죽은 사람들, 그들 모두와 평화롭게 지내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내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생각했다.
어쩌면 이리도 그들과 닮아 있을까!
환갑을 넘기자 바로 돌아가셔서 어느덧 30년이 훌쩍 넘어, 이제는 꿈에 조차 안 오시는 아버지,
참으로 고단한 삶을 사시다가 87세에 페암에 걸려서 더는 어찌해 볼 도리가 없는 엄마에게,
“빨리 털구 일어나셔야지.” 하니까
“더 살아서 뭐하게?”하며 곡기를 끊고 세상을 떠나신 내 어머니--
아직도 그때 마지막 날들의 어머니 모습이 조금도 퇴색되지 않은 채로 생생히 떠올라 순간 울컥하고 눈물이 솟는다.
‘잘 살게, 엄마! 내 수호천사가 되어 끝까지 지켜줘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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