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피에르 쌍소(프랑스 1928.6.9.~2005.5.6. 77세)
--‘느림’은 우리에게 시간에다 모든 기회를 부여하라고 속삭인다.
그리고 한가롭게 거닐고, 글을 쓰고,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휴식을 취함으로써
우리의 영혼이 숨 쉴 수 있게 하라고 말한다.-피에르 쌍소
--느림은 오래된 포도주처럼 향기로운 삶이다.-쌍소
이 글은 어떤 인물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고, 특별한 사건을 다루는 것도 아니면서 231쪽이나 되는
적지 않은 지면을, 오로지 작가의 생각의 실타래를 따라가게 해서 마침내 ‘느림의 미학’을 발견하게 한다.
피에르 쌍소는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보라 한다.
-나는 누구였던가?
-지금 나는 누구인가?
-내가 언제 누군가에게 잘못을 저질렀던 일은 없었던가?
-어떤 신념을 배반한 일은 없었던가?
-언제부터 나는 내 운명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했던가?
그 질문에 답을 구하기 위해선 그는 여러 가지 행동을 제안한다.
한가롭게 거닐기,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기, 기다리기, 글쓰기, 한 잔의 포도주로 무장해제하기,
인적 드문 작은 온천도시를 찾아가보기---
나는 거기에 한 줄 더 곁들인다.
강물이 내려다보이는 찻집에 말없이 앉아 뒤척이며 흘러가는 강물에 마음을 맡겨보기.
현대는 노동(활동)을 고귀한 가치로 여기고 휴식을 취하거나 생각에 빠져있는 순간을 경계한다.
심지어는 은퇴 후에도 뭔가 끊임없이 활동하는 사람이 예찬 받는다.
나 또한 은퇴 후에 하고 싶은 일을 손꼽아 두었다가 한 가지씩 실천해 보았다.
성당에서 레지오 활동하기, 아이들을 위한 글쓰기 지도, 동화 口演, 맹인을 위한 음성 봉사--
그러나 시도도 못해본 일도 있고 일이 년 하다가 인간 벽에 부딪쳐 그만 접고 만 것도 있다.
어느날 아침, 눈을 뜨는 순간,
‘오늘은 뭘 하지?’ 하는 질문이 떠올랐다.
그 다음 순간,
‘그런데 왜 나는 매일 뭔가 해야 되나? 아무것도 안하면 안 되나?’
그 순간 나를 옥죄었던, 어떤 보이지 않는 사슬에서 풀려난 기분이 들었다.
지금은 마음이 원하는 대로 산다.(언제까지가 될지 모르지만)
여행하기, 영화보기, 책 읽기, 글쓰기, 좋은 풍경 사진에 담기---등은 아무리 해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다 편하고 쉬운 것만은 아니다.
하루도 빠트리지 않고 일기를 쓰는 일(어느 특정 기간 동안이지만), 여행을 가거나 좋은 영화 한 편 보려면
컴퓨터 앞에 앉아 주구장창[晝夜長川] 검색을 해야만 되고~~물론 돈 버는 일만큼 힘든 게 또 어디 있겠느냐마는--
--활동적인 생활전선에 뛰어드는 시간이 점점 지체되고 있는 젊은이들과 조기 은퇴를 하고 있는
그들의 선배들은 無爲를 이용해서 자신을 위한 문화교양을 쌓고 그들이 정말로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할 것이다.
이제부터 우리는 풍요로움으로부터 거절당했기 때문에, 우리에게 주어진 적은 것을 가지고 대신 질 높게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지나치게 비만했던 지나간 시대를 후회하지 말자.
정신의 높은 봉우리를 올라가려면 날씬해질 필요가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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