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70을 고비로 뚜렷이 하고 싶은 일도, 가고 싶은 곳도 없어져 자주 무력감에 빠져 있다.
지금쯤 이 세상을 하직한다 해도 뭐 큰 아쉬움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내가 세상을 떠났을 때 가족들이 해주어야 할 일들을 서류상으로 남겨놓아야겠다는 생각을 계속하며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마침 중앙일보 도서광고에서 이 책을 보고 구입, 단숨에 읽어나갔다.
지은이는 서울의대 내과학 교수로 재직 중에 올 1월 암 판정을 받고, 8월에 명예퇴직을 한, 죽음학의 선두주자다.
지은이가 전달하고자하는 것은 한 페이지로 족하지만 저자는 의사이기 때문에 많은 증명과 사례들을 소개하지 않을 수 없어서 책의 분량이 두꺼워졌나 보다.(총 379쪽)
내가 자라면서 그리고 어른이 된 뒤에도 무수히 들었던 ‘죽은 이들(귀신)과 관련된 이야기’와 내가 겪은 일들이, 적어도 이 저자의 말을 빌면 ‘헛것’이 아니라는 거다.
-돌아가신 지 얼마 안 된 시어머니가 꿈에 춥다고 하시며 이불을 달라고 해서 산소에 가서 태운 일,
-내가 몰타에 가 있을 때 18살 두리(우리집 애견)가 꿈에 나타나 ‘엄마 날 두고 어디 갔어!’라고 울부짖어서(며칠 뒤에 죽음) 자다가 벌떡 일어나 눈물을 쏟은 일-
-캐나다에 사는 시누이가 집을 사려고 어느 주택(집 주인부부가 지은 집으로 무척 애착을 갖고 살다가 돌아가심)에 들어갔더니 갑자기 머리끝이 쭈뼛해서 신발도 제대로 신지 못하고 뛰쳐나온 일 *이 책에서는 이런 혼령을 지박령(地縛靈)이라 한다.
-군에 간 아들이 낮잠 자는 아버지의 방문을 열고 뛰어 들어오는데 온몸이 피투성이였다(그 시간에 사고로 사망함)는 얘기 등은 단순히 몸이 허해서 보이는 망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특정 종교를 믿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완전히 종교적이다.
윤회, 전생, 환생, 체외이탈, 천국, 저승, 지옥의 세계를 말한다.
그러면서 죽음 저쪽의 세계에 관한 연구는 엄연히 의학의 한 분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고 한다.
심장이 멎은 환자가 심폐소생술로 다시 살아나기 전의 近死체험, 임종을 앞둔 환자가 겪는 삶의 종말체험 등의 영적체험은 분명한 실제임을 과학자의 입장에서 확언한다.
그들은 빛의 세계로 들어가서 먼저 떠난 이들을 만나기도 하고 아직 때가 안됐으니 돌아가라는 말을 듣고 다시 살아 돌아왔다고 한다.
우리의 육체가 더 이상 기능하지 않게 되어 부패해 가더라도 우리의 의식은 존재한다, 즉 영혼은 살아있다고 한다.
‘영혼이 불멸한다’고 認知하면 자신에 대해 새로운 이해와 힘이 깃든다고.
죽음은 꽉 막힌 벽이 아니라 열린 문이며 다른 차원으로의 이동을 뜻하는 것이라고.
따라서 저자는 ‘죽으면 끝이다’라고 말하는 이들의 의견을 반박하는 사례들을 열거하며,
-왜 하루하루 값있게 살아야 하는지,
(성공한 삶은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고, 행복한 삶은 남을 위해 사는 것)
-왜 자살하면 안 되는지
(죽음은 끝이 아니며, 뒤에 남은 사람들의 마음의 상처와 참담한 고통을 생각해야 한다.)
-미리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왜 필요한지 설득력 있게 들려준다.
(죽음은 소멸이 아니라 옮겨감이다. 그러니 평화로운 죽음을 위해 준비하는 삶이 필요하다.)
생각해 보면, 모태신앙을 갖고 추호의 의심도 없이 평생 올곧게 신앙(기독교든, 불교든~)의 길을 걸어온 사람들이 부럽다.
우리가 지상에 사는 동안 뭐 좀 안다고 하는 것이 사실, 대하의 물방울 하나거나 드넓은 해변의 모래 한 알 크기도 안 되는 것을~~
知人 중에 평생 비종교인으로 살아서, 저분은 절대 종교를 갖지 않을 거야라고 했던 분들이 末年에 종교인이 되는 걸 보면, 광활한 우주의 한 점 먼지에 불과한 자신을 늦게나마 깨달았다는 증거이리라.
“하늘과 땅은 나를 생겨나게 하고
삶으로 나를 괴롭게 하며
늙음으로 나를 한가롭게 한다.
또한 죽음으로 나를 쉬게 한다.
그렇기에 삶을 소중하게 여기고
죽음을 선한 것으로 대해야 한다.”
-莊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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