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소개는 없고 역자소개만 있는 稀罕한 책
Pierre Sansot(1928~2005) 프랑스 철학자. 소르본느에서 철학 공부, 철학 인류학 교수
퇴직 후 집필 활동
***이 책은 특별한 감상이 필요 없다.
글쓴이의 훌륭한 문장들을 천천히 음미하는 것으로 독서 감상을 대신할 수 있다.
아래에 글쓴이의 名文을 그대로 옮겨본다.***
-나는 내 길을 선택하기로 했다. 바로 느림이 존재하는 영역이다.
나는 굽이굽이 돌아가며 천천히 흐르는 로 江의 한가로움에 말할 수 없는 애정을 느낀다.
그리고 거의 여름이 끝나갈 무렵, 마지막 풍요로움을 자랑하는 끝물의 과일 위에서 있는 대로 시간을 끌다가 마침내 슬그머니 사라져버리는 9월의 햇살을 몹시 사랑한다.
또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얼굴에 고귀하고 선한 삶의 흔적을 조금씩 그려가는 사람들을 보며 감동에 젖는다.
시골의 작은 마을 카페, 하루의 노동을 끝낸 사내들이 가득 채운 포도주 잔을 높이 치켜든 채 그 붉고 투명한 액체를 가만히 응시한다. 지그시 바라보다가 드디어 조심스럽게 입으로 가져가 마시는 모습은 경건해 보이기까지 한다.
수백 년이 넘는 아름드리나무들, 그들은 수 세기를 이어 내려오면서 천천히 자신들의 운명을 완성해 간다. 아주 천천히, 그것은 영원에 가까운 느림이다.
느림, 내게는 그것이 부드럽고 우아하고 배려 깊은 삶의 방식으로 보여진다.
-나는 살아가면서 겪는 모든 나이들, 모든 계절들을 아주 천천히, 경건하고 주의깊게 느껴가면서 살기로 결심했었다.
<느림의 삶을 받아들이는 태도, 우리에게 한결같은 평안함을 보장해 주는 몇 가지 태도>
1. 한가로이 거닐기: 나만의 시간을 내서 발길 닿는 대로, 풍경이 이끄는 대로 걷기
2. 듣기: 신뢰하는 이의 말에 완전히 집중하는 것
3. 권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하루에 감사하며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사소한 일들을 오히려 소중하게 인정하고 애정을 느끼는 것.
우리를 가두어 놓는 온갖 것들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느긋한 마음으로 바라보기.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한 절제된 권태. 온천에서 며칠 지내보기
4. 꿈꾸기: 내면의 의식을 때때로 일깨워 보기
5. 기다리기: 무한히 넓은 미래의 지평선을 향해 마음을 열어보기
6. 마음의 고향: 지나간 낡은 시간의 한 부분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보기.
잡동사니들로 가득한 시골집 다락방.
7. 글쓰기: 우리 안에서 조금씩 진실이 자라날 수 있도록 마음의 소리를 옮겨보기
이는 자신을 드러내기 위함이 아니라 자신의 참모습을 발견하고 게을러지지 않기 위함이니 인내와 겸손이 필요하다.
또한 영적인 탐색작업이므로 신중함이 요구된다.
8.포도주: 지혜를 가르치는 학교, 그 순수한 액체에 빠져보기
포도주를 마시는 그 자체가 詩的인 행위
9.모데라토 칸타빌레(보통빠르기로 노래하듯이): 소유와 능력과 가치를 추구하는 것보다 고귀한 삶의 자세는
절제라기보다는 아끼는 태도, 그 방식을 따라보는 것. 적은 것으로 살아가는 기술 터득하기.
<내 몸 돌아보기--우리 몸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잠시도 쉬지 않고 하는 일>
*편안히 쉬고 있는 순간에도 나의 심장은 하루에 18만 번을 뛰고 8600리터(15톤가량)의 피를 실어 나른다.
*매일 12000리터의 공기를 필요로 한다.
*射精 때마다 1억 8천만 마리의 정자들이 쏟아져 나온다.
*조용히 앉아있을 때조차 하루에 1만 1천 5백 번 속눈썹을 깜박거린다.
*잠자는 중에도 우리는 평균 30번 정도 몸의 자세를 바꾼다.
*하루 평균 1리터의 唾液을 내놓고 담낭과 장은 담즙 1리터를 분비한다.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나고 있는 이 놀라운 사실을 우리는 경탄하지도 않고 자랑스러워한 적도 없다.
바로 지난번에 읽은 책 <나이듦의 기쁨>과 이 책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는 둘 다 나이든 후에 필요한 삶의 태도에
관한 지침서의 일종이다.
그런데 <나이듦의 기쁨>에서는 뭔가 창조적이고 의욕적인 행동을 통해 노년의 보너스 시간을 보내라 권유하고,
피에르 쌍소는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진 후에 느긋한 삶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삶을 즐기라 권한다.
퇴직을 앞두고 골몰했던 생각들이 떠오른다.
‘난 이제부터 뭘 하고 살지?’ 하는 의문과 함께
‘또 뭔가 해야만 되는 거야? 그저 쉬엄쉬엄 살면 안 될까?’(2018. 0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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