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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섭의 식탁

맑은 바람 2020. 6. 12. 20:40

2015년 발행/움직이는 서재/400쪽

최재천1954~
-취미독서가 아닌 기획독서를 하라. 직업과 이어지는--
기획독서는 당신을 통섭형 인재로 만들어 준다.
**통섭consilience(지식의 대통합)우리나라에서 이 용어를 2005년부터 쓰기 시작함
우리나라 사람이 이 단어를 빨리 받아들일 수 있었던 이유:
비빔밥 문화, 많은 반찬을 조합해 먹으려는 두뇌 활동이 끼니 때마다 벌어진다.--머리말에서

(28)손에 들고 다니던 파파야를 내려놓고 석양의 장관을 지켜보던 침팬치

(과천 동물원에서 우리를 향해 신경질을 부리며 돌팔매질을 하던 침팬치가 떠오른다)
(39)--인간과 침팬치가 공동조상에서 분화된 때: 500만년 전(지구의 역사를 하루에 비기면 1분도 안 됨)
--현생인류가 탄생한 때: 20만년 전
--우리를 만물의 영장으로 만들어 준 것:불을 사용한 요리의 발견(리처드 랭엄의 주장)
(저자는 몇 페이지 간격으로 끊임없이 새 책을 소개한다.
그런데 그 책들을 만날 때마다 호기심이 동해 기쁘다.
코로나19에 대한 저자의 인터뷰를 보다가 서가에 꽂혀 있던 이 책이 생각나 다시 펼쳤는데, 바로 이 책을 읽을

타이밍이 온 것이다. 읽을 만한 책이 저녁시간에 날 기다려 주는 것만으로도 나의 하루는 덜 고달프다.

책은 나의 카페다. 원하는 누구든 만날 수 있는)
(70)의생학:자연을 흉내내는 학문/자연을 표절하는 학문/인문학과 자연과학을 공학의 실로 꿴다--통섭의 의미
(76)하늘은 모든 걸 가져가시고 희망이라는 단 하나를 남겨주셨다--이상묵
(79)대학 1학년 때 독서동아리에서 읽었던 로마클럽의 <성장의 한계>는 내 인생의 항로를 송두리째 뒤바꿔 놓았다.
잊을 만하면 한번씩 마음 깊숙한 곳으로부터 스며오르는 <성장의 한계>의 구절들이 끝내 나로 하여금 생태학자의 길을 걷게 했다.

(82)이 책 전체를 꿰뚫는 사상적 토대는 '생명'과 '지속가능성'이다.
(84)기후변화와 환경파괴의 시대에 우리 인간이 살아남는 유일한 길은 우리가 '현명한 인간인 호모사피엔스'라는 자만을 버리고 '공생인간인 호모심비우스'로 거듭나야 한다.
호모심비우스의 정신은 우리의 협동은 물론 이 지구생태계에 함께 사는 모든 생명과의 공생을 우리 삶의 최대 목표로 삼자는 자성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94)우리는 드디어 '과학자 하인리히'에 덧붙여 '시인 하인리히'와 '화가 하인리히'를 보았다.그의 그림은 따뜻함과 정확함을 아우른 격조 높은 세밀화다.<베른트 하인리히, 동물들의 겨울나기>

(98)우리자신이 사회적 동물이다 보니 우리는 이 세상이 대충 사회적 동물들로 이뤄져 있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실상은 정반대이다. 이 세상의 거의 모든 동물은 다 혼자 산다. 사회를 구성하고 사는 것이 오히려 예외다. 하지만 실제로 이 세상은 그 몇 안되는 사회적 동물들이 지배하는 곳이다.
(이 책은 인문학과 과학서적을 두루 소개하여 책을 읽는 재미에 빠져보라고 유혹하는 글이다. 한 권 한 권 소개할 때마다 '얼마나 맛있는지 먹어보지 않으면 못배길걸!'하고 유혹한다. 갑자기 읽고싶은 책의 목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 책들 언제 다 읽지?)
(116)우리는 한때 우리의 운명이 별들 속에 있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운명이 상당 부분 우리의 유전자 안에 있음을 안다. 이제 유전자 과학이 만나야 할 학문은 심리학이다--DNA구조를 밝힌 왓슨박사
(133) 英美인들의 야생동물에 대한 윤리기준:아름다운 새와 귀여운 동물은 선한 동물,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지닌 동물들은 해롭고 사악한 들짐승으로 규정했다.

 

(143)이 세상에 개미만큼 성공한 동물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 지구 생태계에 과연 몇 마리의 개미들이 살고 있을까?
아마 100조 마리 정도는 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다 성장한 인간의 몸을 이루는 전체 세포의 수와 비슷하다.
'게으른 자여, 개미에게로 가서 그 하는 것을 보고 지혜를 얻으라.'--솔로몬
(146)우리 인류가 야생꿀벌로부터 꿀을 채취해 먹었다는 사실은 기원 전 1만 3000년 전의 암각화에서 드러날 정도로 오래된 일이다.
(149)이 세상에 우리 인간을 제외하고 꿀벌과 개미처럼 복집한 사회를 구성하고 사는 동물은 없다.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노라면 너무나 자주 우리 삶의 옆모습이 보이고 때로는 우리 삶이 갖추지 못한 아름다움과 지혜가 느껴진다.
(花粉은 미용영양제로 많이 먹는 건강식품이다.
그런데 그 화분이 고 작은 벌들의 다리에 묻은 꽃가루를 턴 것이라는 사실을 얼마 전에 알았다.
벼룩의 간을 내어 먹는 인간들이여ᆢ!)
(154)배우는 줄 모르면서 배우는 것만큼 훌륭한 교육은 없다. 정부희 박사가 우리를 그렇게 은근슬쩍 가르친다.
--정부희 <곤충의 밥상>을 소개하면서 피력한 글

 

(159)세상을 살면서 한 권의 책 때문에 인생관, 가치관, 세계관 등이 하루아침에 뒤바뀌는 경험을 해보는 이들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은 아마 단 한번도 그런 짜릿함을 경험해 보지 못하고 말 것이다. 내게는 그런 엄청난 책이 한 권 있다. 바로 <이기적 유전자>이다.
그에 의하면 살아 숨쉬는 우리는 태초에서 지금까지 여러 다른 생명체의 몸을 빌려 끊임없이 그 명맥을 이어온 DNA의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일 뿐이다. 도킨스는 그래서 DNA를 가리켜 '불멸의 나선 immortal coil'이라 부르고 그의 지령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모든 생명체를 '생존기계survival machine'라 부른다.
태초에는 보잘것없는 한낱 화학물질에 지나지 않았던 DNA는 단세포생물을 거쳐 오늘날에는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의 몸속에 살아남아 면면히 그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192)<초파리의 기억>이라는 책에선 행동도 당연히 유전자에 적혀 다음 세대로 전달되어 마땅하다고 믿고 그 증거를 찾아낸 한 위대한 생물학자 시모어 벤저와 그의 연구 과정을 마치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책이다.
(193)유전자는 단백질을 합성하는 정보를 담고 있는 화학물질이다. 단백질은 생물체의 몸을 만든다. 행동이란 바로 단백질이 만들어낸 구조와 기능의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219)생물학자들은 지금과 같은 수준의 환경파괴가 계속된다면 2030년경에는 현존하는 동식물의 2%가 절멸하거나 조기절멸의 위험에 처할 것으로 추정한다.
게다가 이번 세기의 말에 이르면 현존하는 동식물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222)생물 다양성의 보전은 우리 인류의 생존과 안녕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생물다양성은 또 생명의 기원을 규명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단서이기 때문에 아주 작은 일부라도 잃는다면 우리자신의 존재 이유와 기원의 비밀을 푸는데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225)우리 인간에게는 생명에 대한 태생적인 사랑의 심성이 있으며 그를 조정하는 유전자가 염색체 17번에 존재한다고 한다. 에드워드 윌슨의 <바이오필리아>는 바이오:생명, 필리아:좋아함 즉 '생명사랑'이라는 뜻으로 생물다양성의 보전을 호소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대책으로 탄생한 개념이다.
(243)<고마운 미생물, 얄미운 미생물>의 저자는 지구의 역사가 곧 미생물(박테리아, 곰팡이, 바이러스, 프라이온)의 역사라고 말한다. 46억 년 지구의 역사를 한 달에 비유한다면 지구가 만들어진 지 3일째 되던 날 최초의 생명체가 탄생했고 14일째 되던 날 광합성을 할 줄 아는 시아노박테리아가 등장한다. 그에 비하면 우리 인간이 태어난 것은 마지막 날 즉 30일 밤 11시 50분이었다. 미생물은 이 지구에서 가장 연장자이자 지금도 가장 활동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275)서양에서는 다윈을 인류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 10인 중 하나로 꼽는데 주저함이 없다.
(301)아프리카에서 야생동물들을 위해 평생을 바친 대표적인 여성들은
제인구달(1934~), 다이앤 포시(1932~1985), 그리고 존 루트(1936~)이며 이들은 1930년대 출생한 백인여성들이다.

(305)지구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대충 다섯차례의 대절멸 사건이 일어났다.가장 최근의 대절멸 사건은 바로 6500만년 전 공룡들을 모두 멸종시킨 사건이었다.
우리는 지금 제 6의 대절멸 사건을 겪고있다. 그런데 지난 다섯번의 대절멸 사건들은 대개 대규모의 천재지변과 함께 일어난 것에 비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제 6의 대절멸사건은 그저 조용히 일어나고 있다.
어떤 학자들은 이 조용한 대절멸사건이 역대 가장 큰 규모가 될 것이란다.
(314)피는 물보다 진하다.라는 우리속담은 위급한 상황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평상시에 가족은 오하려 불행을 가져오는 존재일 수 있다. 비슷한 사람들이 비슷한 욕구를 가진 상황에서 경쟁은 언제나 더욱 치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상황이 어려워지면 경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따뜻한 사랑이 솟아난다. 이것이 바로 유전자의 참모습이다.
(322)자식을 갖지 않기로 한 부부의 몸 속에서 유전자가 통곡하고 있다.
(349)인류의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한결같이 우리 인류를 만물의 영장으로 만들어준 가장 결정적인 사건으로 농업혁명을 든다. 농경 덕택에 우리 인류는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급기야 이 지구를 정복하게 된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4만년 전 비록 작은 규모지만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우리 인류는 먹이동물의 수가 줄어드는 어려운 시기에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농사 때문에 늘어난 여분의 입을 먹여 살리는 길은 오직 농사밖에 없었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일을 해야만 결과물을 거둘 수 있는 게 농사라서 인간은 더는 게으름을 피울 수도 없게 되었다. 수렵채집 시절보다 식단이 훨씬 단순해지면서 우리 인간은 온갖 질병에 취약해지기도 했다. 이렇듯 농부가 된 인간은 '자기 성공의 희생자'가 된 것이다.
(355)<총 균 쇠>를 읽은 독자들에게 나는 반드시 <문명의 붕괴>도 읽을 것을 권한다. 전자가 문명의 흥성을 예찬했다면 후자는 문명의 쇠망을 애도한다. 그(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아나사지, 마야, 바이킹 등 한때 찬란했던 문명이 끝내 붕괴한 원인을 환경파괴, 기후변화, 이웃나라와의 적대적 관계, 우방의 협조여부, 사회의 위기대처능력 등 다섯가지로 분석한다.
그는 특히 환경파괴가 가장 중요하거나 유일한 원인은 아니지만 몰락한 문명에는 예외없이 나타난 공통분모임을 강조한다.
(요렇게 맛있게, 기분좋게 접시를 비운 건 참 오랜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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