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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맑은 바람 2020. 12. 12. 09:34

-최재천의 동물과 인간 이야기-

효형출판/2001120일 초판1/322/읽은 때 2020.12.4~12.10

 

한동안 <오스만제국과 터키><튀르크인이야기>를 통해, 위정자들의 끝없는 정복욕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한 마리 벌레목숨 만큼도 못하게 전장에서 죽어간 이야기를 읽었다. 전쟁이야기라면 넌더리가 난다.

<생명이~>는, 아직 책장을 펼쳐보지는 않았지만 작가의 눈에 비친 사랑스런 생명들과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앞선다.

 

(40)흡혈박쥐의 헌혈-박쥐는 기회주의자가 아니다.

지구상에 사는 대부분의 박쥐들이 과일이나 곤충을 먹고 사는 반면, 흡혈박쥐들은 실제로 열대지방에 사는 큰 짐승들의 피를 주식으로 하여 살아간다. 그러나 소설이나 영화에서처럼 목정맥을 뚫어 피를 들이마시는 것은 아니다. 그저 잠을 자고 있는 동물의 목 부위를 발톱으로 긁어 상처를 낸 후 그곳에서 스며 나오는 피를 혀로 핥아먹는 정도이다.그런데 흡혈박쥐들은 피를 빨 수 있는 대상을 만나지 못해 굶주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흡혈박쥐 사회에서는 피를 배불리 먹고 돌아온 박쥐들이 배고픈 동료들에게 피를 나눠주는 헌혈 풍습이 생겼다. 이렇게 피를 받아먹은 박쥐는 그 고마움을 기억하고 훗날 은혜를 갚는다고 한다.그런데도 박쥐만큼 우리 인간으로부터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쓴 동물도 없을 것이다.

날짐승으로서의 박쥐의 비행은 한마디로 예술이다. 캄캄한 밤에 온갖 장애물을 피하거나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도망가는 나방을 낚아채는 모습이 그러하다.

열대림 속의 과일박쥐들은 또 어떠한가?

장대비를 피하기 위해 큰 나뭇잎들을 변형하여 텐트를 만드는 기발한 행동들은 경이롭기만 하다.

 

(50)동성애도 아름답다--동물 세계에 널리 퍼진 동성애

갈매기, 채찍꼬리도마뱀, 고릴라, 침팬지, 고양이 등은 동성애자들이다.

 

소크라테스는 동성애자였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그런 사실에 구애받지 않고 위대한 철학자로서 그를 숭앙한다.

 

동성애는 생물학적으로 설명하기 쉽지 않은 자연현상이다.

 

(60)종교가 왜 과학과 씨름하는가--물 위 달리는 예수도마뱀

한 다리가 빠지기 전에 다른 쪽 다리를 뻗는 식으로 물을 걷는다. 종교가 스스로 모래판에 내려와 과학을 붙들고 씨름을 하려할 때 나는 참 서글프다.

과학은 이른바 형이하학이지만 종교는 형이상학 중에도 으뜸이 아니던가. 과학은 모든 걸 증명해야 하는 멍에를 지고 있지만 종교는 그럴 필요가 없다. 믿음은 증명보다 훨씬 더 위대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믿음과 맹신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128)갈매기는 동물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일부일처제를 유지하고 있는 동물로 꼽힌다.

한번 혼약을 맺으면 평생을 같이하는 정절도 그렇지만, 집안일에서도 남녀의 차별이 없다는 점에서 완벽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갈매기들의 이혼율이 의외로 높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다그 이유가 바로 새끼를 제대로 키워내지 못한 데 원인이 있다고 한다.

새끼를 무난히 키워낸 부부는 이듬해 다시 서로를 찾아 살림을 차린다고 한다. 그런데 더러 헤어진 짝을 찾지 못해 목 놓아 임을 부르는 갈매기들의 절규는 우리 인간의 심금을 울리기에도 충분하다.

(여행지 곳곳에서 만난 다양한 갈매기들의 모습들-유난히 눈이 맑고 도도한 자세들이 눈에 선하다)

 

(157)기생충이 세상을 지배한다--생물들의 행동을 조정하는 기생충

우리 인간의 질병 대부분이 다 그들과의 전쟁이다. 대부분의 생물들이 암수로 나뉘어 골치 아픈 성문제를 겪어야 하는지에 대한 열쇠도 어쩌면 기생생물이 쥐고 있을 것이라는 게 현재 가장 유력한 학설이다.달팽이와 갈매기, 개미와 초식동물, 물고기와 왜가리, 거미와 맵시벌 애벌레--달팽이, 개미, 물고기, 거미 등에 기생한 벌레들은 그들이 평소와는 달리 잡아먹히기 좋은 행동을 하게 해서 갈매기, 초식동물, 왜가리, 맵시벌 애벌레 등의 먹이가 된다. 갈매기, 초식동물 등은 기생충의 목적지이기 때문이다. 미루어 짐작컨대 얼마나 많은 기생생물들이 우리 몸속에 들어와 우리로 하여금 하고 싶지 않은 크고 작은 일들을 하도록 조정하고 있을까 생각하면 적이 섬뜩하다.

(저자의<열대우림>의 매력에 비하면 이 글들은 맹송맹송하다.아무래도 일간지 독자를 염두에 두다보니 자신의 생각을 자유로이 펼칠 수 없었나 보다.제목이 주는 신선한 느낌도 글 속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던 안타까움!)

 

(216)잠자리는 공룡시대에도 살았다.--사라져가는 가문의 역사

(*drangonfly는 잠자리의 영어명이다.)-

그들은 공룡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걸 지켜보았을 뿐 아니라 새들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걸 목격한 동물이다.

중생대 때 익룡들과 함께 하늘을 날던 시절에는 그들의 날개가 까마귀의 날개만 했으니 가히 용이라 칭해도 손색이 없으리라.

잠자리는 한 시간에 40km를 난다고 한다. 잠자리의 비행은 속도보다 유연성에서 진기를 나타낸다. 후진 비행은 물론 급정거와 급회전 그리고 공중회전 등 다양한 묘기들을 갖고 있다. 몸무게의 1/3에서 거의 반이 다 날개 근육이라니 짐작이 가고도 남으리라.공룡이 다 사라진 오늘에도 꿋꿋이 살아남은 잠자리들이지만 드디어 인간의 등쌀에 한 많은 이 지구상의 삶을 접는 종들이 적지 않은 듯싶다.

 

(225)동물계의 요부, 반딧불이--다른 종 유혹하는 포투리스 반딧불이

반딧불이들이 꽁지에 불을 밝히고 하염없이 밤하늘을 나는 것은 사랑을 나눌 연인을 찾기 위해서다. 어두운 밤, 깜빡이는 불빛으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반딧불이의 신호만큼 아름다운 것도 그리 흔치 않으리라.암컷들은 대개 풀잎 끝에 앉아 독특한 불빛 무늬를 그리며 날아다니는 수컷들의 춤을 감상하다 마음에 드는 수컷이 가까이 오면 사뭇 은근한 불빛 신호를 보내 자신의 위치를 알린다.

포투리스 반딧불이는 미국동부에 사는 종으로 다른 종의 수컷들이 보내는 신호들을 아는 것은 물론, 그 종의 암컷이 보내는 응답신호를 흉내 낼 줄도 안다. 몸짓도 큰 이 암컷들은 속임 신호인 줄도 모르고 내려앉은 수컷들을 품에 안고 저녁식사를 즐긴다.

 

(231)언어는 인간만의 특권인가--정찰벌의 춤언어

인간 말고 다른 동물들도 언어를 사용하는가?

동물들의 언어를 연구하는 일이 과연 인간 언어의 기원과 발달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인가?

벌들은 춤을 상징적인 의사소통 수단으로 사용하며 서로 얘기를 나눈다. 아침나절 꿀을 찾아 나섰던 정찰벌들이 돌아오면 제각기 춤을 추며 동료들에게 꿀 있는 곳을 알려 준다.

그들은 숫자 8을 옆으로 뉘어놓은 것과 같은 모습의 이른바 '꼬리춤'을 춘다. 이는 바로 꼬리춤 속에 더 정확히 말하면 꼬리춤에서도 특히 직진춤 부분에 먹이가 있는 방향과 거리에 관한 정보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240)제비가 그립다.-가정적인 아빠제비, 눈 높은 엄마제비

제비는 수컷들이 암컷들보다 며칠 먼저 이동지에 도착하여 제가끔 자기 터를 마련하기 위해 열심히 노래를 한다.

실제 제비 수컷들은 무척 가정적인 아빠요, 헌신적인 남편이다. 제비의 꽁지가 길어진 이유는 좀더 일찍 장가가기 위해서지 바람피우기 위해서가 아니다. 연미복의 뒷단이 길면 길수록 제비 암컷들이 좋아한다.

제비는 새들 중에서도 일부일처제를 지키는 모범적인 새다.

전 세계에서 단위 면적당 일본 다음으로 많은 양의 농약을 쏟아 붓는 이 땅에 그만큼 많은 곤충이 남아있을 리 없으니 이것을 알아차린 제비들이 우릴 포기한 것이다.

(청산도 여행 중, 어느 집 처마 밑에서 제비집을 발견했을 때 얼마나 반갑던지~)

 

(251)개미도 나무를 심는다--씨뿌리는 환경 파수꾼 개미

인간을 제외하고 자연계에서 나무를 심는 거의 유일한 동물은 바로 개미다.

우리 산야곳곳에 서식하는 애기똥풀을 비롯하여 전 세계의 많은 식물들은 개미들이 일부러 심어주지 않으면 새로운 지역으로 이주할 수 없는 것들이다.

이런 식물들의 씨에는 특별히 지방질이 풍부한 일레이오좀이라는 부분이 따로 붙어 있다. 개미들은 이런 씨들을 집으로 거둬들인 다음 일레이오좀만 떼어먹고 씨부분은 다치지 않게 해 집 밖 쓰레기장 주변에 뿌린다. 개미들의 쓰레기장에는 으레 다른 음식 찌꺼기들도 많아 씨들은 영양분을 이용하여 빠르게 성장한다.

(나이드니 내 주변에 살고 있는 곤충들을 함부로 죽이지 못하겠다.

비온 후 여기저기 땅 위에 널부러져 있는 지렁이들-보는 대로 작대기나 나뭇잎에 실어 화단에 넣어준다. 손녀들에게도 마당을 오가는 개미 한 마리도 함부로 죽이지 못하게 한다. 거미도, 초파리도--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다울’테니까.

다만 한여름내 우리를 괴롭히는 모기들은 어쩔 수 없이 처치하기는 하나, 전자 모기채에 찌지직- 불타 버리는 순간은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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