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고 또 일어나라. 양이 사자가 될 때까지”
칸영화제 개막작에 걸맞게 스팩터클한 영화다.
<하녀>나 <시>는 ‘남자’들이 몰입해서 볼 만한 영화가 못되는데(?) 비해 이 영화는 부부가 나란히 앉아서 보더라도 옆 사람이 재미없어 하면 어쩌나 신경 안 써도 된다.
그들은 오래된 전설 속의 인물, 12C 영국의 <로빈후드>를 불러내서 참으로 감탄할 만한 인물을 창조해 낸다.
우리의 義賊 <홍길동>이나 <임꺽정>이나 <장길산>처럼 그도 가난한 민중들의 속풀이를 해준 인물 정도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십자군 전쟁에 참가했다가 전사한 사자왕 리처드의 왕관과 기사의 검을 가지고 돌아오는, 황당한 각본을 바탕으로 한 영화로 우리를 沒我의 경지로 몰아넣는다.
늠름하고 강인하고 신의 있고 카리스마 넘치고 거기에 부드러움까지 갖춘 매력 만점의 사나이의 종횡무진하는 모습- 게다가 사자왕 리처드, 존왕 같은 실존 인물과의 활약상은 사실감마저 느끼게 한다.
음모와 방화와 약탈과 살육 -인간이 발명해 낸 최악의 결과물-전쟁-이 빚어내는 모든 것을 다 보여준다. 자연이 선사한 광활한 평원과 쪽빛 바닷가에서.
엄청난 제작비를 들여 만든 영화라서 ‘보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준다.
그러나 짜릿한 감동 같은 건 기대 안 해도 된다.
감동이라면 <워낭소리> <맨발의 기봉이> 이런 소품들이 전하는 애잔한 감동에 비할까?
(2010.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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