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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 겉 --알베르 카뮈

맑은 바람 2021. 9. 5. 17:14

알베르 카뮈  전집 6/김화영 옮김/책세상/1998년 10월 초판 1쇄/2021년 2월 개정 1판 11쇄 /읽은 때:20210901~0905
**'안과 겉'  프랑스판은 1958년 3월 새 '서문'과 함께 재판 출간

(<페스트>는 글을 읽을 수도 없는 어머니에게, 그리고 노벨문학상 시상식장에서 읽은 '스웨덴 연설'은 초등학교 때 담임 제르맹 선생님께. 지금 이 책<안과 겉>은 고등학교 때  선생님 장 그르니에게 바쳤다.
카뮈라는 거목을 키운 이들이다. 그리고 보은을 할 줄 아는 카뮈라서 더욱 돋보인다)

옮긴이의 말
(5)<안과 겉>은 카뮈의 처녀작으로 서투르고 불분명한 데가 있는 것이 우리에게 유별난 감동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삶의 안과 겉--이 두 가지의 뗄 수 없는 상관관계는 알베르 카뮈가 다루는 필생의 주제다./그래서 작품 '안과 겉'은 그의 모든 작품의 출발이요 원천이다. 이 작품을 이해하지 못하고  카뮈를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내가 나에게 도달하려고 노력한다면 그것은 저 빛 한복판에서이다."--카뮈

서문 (1954년 작)
(15)매우 적은 부수로 출판되어 절판되었으나 재판을 거절한 이유:'안과 겉'의 서투른 면이 유별나게 마음에 걸려서
(16)그러나 브리스 파랭은 말한다:

서투른 이 책 속에는, 그 뒤에 나온 다른 모든 책들의 경우보다도 진실한 사랑이 더 많이 담겨  있다.
(17)나로서는, 나의 원천이 '안과 겉' 속에, 내가 오랫동안 몸담아 살아온 그 가난과 빛의 세계 속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세계의 추억이 지금도, 모든 예술가들을 위협하는 두 가지의 상반되는 위험, 즉 원한과 만족으로부터 나를 지켜주고 있는 것이다.
우선 가난이 나에게 불행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빛이 그 부를 그 위에 뿌려주는 것이었다.
심지어 나의 반항까지도 그 빛으로써 밝아졌었다. 나의 반항은 언제나 모든 사람들을 위한, 모든 사람들의 삶이 빛 속에서 향상되도록 하기 위한 반항이었다는 것을 나는 거짓없이 말할 수 있다.
(18)아무튼, 나의 어린 시절 위로 내리쬐던 그 아름다운 햇볕 덕분에 나는 원한이란 감정을 품지 않게 되었다. 나는 빈곤 속에서 살고 있었으나 또한 일종의 즐거움 속에서 살고 있었던 것이다./마음 속으로 자문해 본 결과, 내게도 많은 약점들이 있지만 우리들 사이에서 가장 흔히 발견되는 결점, 즉 뭇 사회와 뭇 주의에 대해서 그야말로 암적 존재라고 할 수 있는, 그 시기심만은 한 번도 그 속에 비쳐진 적이 없었다는 것을 나는 증언할 수 있다.(카뮈는 노벨문학상 수상 후에 그를 시기하는 무리들--프랑스 좌파 지식인들--로 인해 크게 고통받았다.)
그러한 다행스러운 면역의 공적은 나의 몫이 아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거의 모든 면에서 궁핍하기만 했으나 거의 아무것도 시기하지 않던 나의 집안 식구들 덕택이다. 글도 읽을 줄 모르던 이 가족이, 그 침묵과 겸허함과 타고난 질박한 자부심만으로 가장 드높은 가르침을 나에게 주었던 것이며 그 가르침은 지금껏  지속되고 있다.
(20)나는 소유할 줄을 모른다. 내가 가진 것, 내가 애써 가지려고 하지 않았지만 나에게 주어진 것 중  어느 것도 나는 간직할 줄을 모른다. 그것은 낭비 때문이라기보다는 다른 어떤 종류의 아까움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재물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사라져 버리고 마는 자유가 내게는 아까운 것이다.
가장 풍성한 호화로움이 나에게는 언제나 일종의 헐벗음과 일치하곤 했다.
(21)아무것도 부러워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은 나의 권리다.
(28)나에게는 이따금, 인간이란 살아 움직이는 불의라고 여겨지는 때가 있다.

아이러니
죽음을 기다리는 노파-죽을 수밖에없는 인간-할머니를 중심으로 하는 가족사

긍정과 부정의 사이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는 여자의 목소리"
(파리에서 알제의 고향집으로 돌아온 '나'와 어머니의 추억)
(51-52)어떤 이민이 고국으로 돌아옴: 그 당시 내가 나 자신을 내맡김으로써 사랑에 잠길 수 있었다는 것은 마침내 나는 내자신일 수 있었다는 뜻이 된다. 왜냐하면 우리를 우리 자신으로 돌아오게 해주는 것은 사랑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시 우리 자신으로 돌아온다. 우리는 우리의 슬픔을 느끼며 그로 인하여 더 많은 사랑을 느낀다. 그렇다. 그것이 아마 행복인지도 모른다. 즉 우리의 불행을 측은히 여기는 감정 말이다.
(54)가난한 자의 여름밤의 의미:가난 속에는 어떤 고독이 있다. 모든 것에 가치를 부여하는 고독이다. 어느 정도 부유해지면 하늘도, 별이 가득찬 밤도  예사로운 자연의 재화로 여겨지게 된다. 그러나 하류 계층에선 하늘이 본래의 모든 의의를 되찾아 가지게 된다. 즉 그것은 값을 헤아릴 수 없는 은총인 것이다. 별들이 깜빡거리는 신비로운 여름밤들!
(61)단순하다. 모두가 단순하다. 초록빛, 붉은 빛, 흰빛의 등대 불빛들 속에서는. 밤의 서늘한 바람, 나에게까지 풍겨 올라오는 도시의 냄새, 빈민가의 냄새 속에서는. 오늘 저녁 나에게 되살아오는 것이 어떤 유년 시절의 영상이라면, 내가 그것으로부터 끌어낼 수 있는 사랑과 가난의 교훈을 어찌 맞아들이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지금 이 시간은 긍정과 부정 사이에 비어 있는공간과도 같은 것이므로  삶의 희망이나 환멸 같은 것은 다른 때에나 생각하기로 하고 접어둔다. 그렇다. 오직 잃어버린 낙원의 투명함과 단순함만을 맞아들일 일이다. 하나의 이미지 속에.

영혼 속의 죽음 1937년 작
(**프라하 여행은 아내 시몬 이에와 함께였다. 린츠에서 각혈을 한 후 아내는 떠나고 무일푼으로 남는다)
(67)프라하에서/허름한 주머니 사정-값싼 호텔-싸구려식당-권태
(72)여행은 인간을 깨우쳐 주는 것이다. 하나의 커다란 부조화가 그와 사물들 사이에 생겨난다. 전보다 덜 단단해진 그 마음 속으로 세계의 음악이 더 쉽게 흘러든다. 그렇기에 그 커다란 헐벗음 속에서는, 덩그러니 서있는 가장 보잘것없는 한 그루 나무일지라도 가장 부드럽고 가장 진귀한 이미지가 될 수 있다. 예술작품과 여인의 미소, 저희 땅 속에  뿌리박은 인종, 수세기의 과거가 요약되어 있는 고적들, 그것은 여행이 마련해 주는 감동적이고도 생생한 풍경이다.
(77-78)비첸체 근방의 어느 언덕 위에서 보낸 엿새 동안:나는 이탈리아로 들어간다. 나의 영혼에 꼭 들어맞는 그 땅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징조를 하나씩 하나씩 알아볼 수 있다. 처음 마주치게 되는 비늘 같은 기와를 인 집들, 유화작용으로 인하여 푸르게 된 벽에 달라붙은 포도나무들이 그것이다.
그리고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사이프러스나무들이며 올리브나무, 먼지가 뽀얗게 앉은 무화과나무다.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들의 아늑히 그늘진 광장들, 비둘기들이 쉴 곳을 찾는 정오 무렵, 완만과 나태, 영혼은 거기서 저의 반항을 누그러뜨린다. 정열은 차츰자츰 눈물로 변해 간다. 그리고 마침내  비첸체에  닿은 것이다.
여기서는, 암탉의 울음소리로 흐뭇하게 부푼 아침으로부터 달콤하고 부드러운 저녁, 사이프러스나무들 너머로 비단처럼 보드랍고 이따금씩 길게 매미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그 비길  데 없는 저녁 때에 이르기까지, 하루하루가 제자리 걸음으로 돌아간다. 나를 따라다니는 이 내면의 정적은 하루를 다른 하루로 이어가는 느린 시간의 흐름으로부터 생겨난다.

고풍스런 가구가 있고 손으로 뜬 레이스가 늘어져 있으며 벌판을 향해 문이 열린 이 방 이외에 또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81)비첸체를 볼 수 있는 눈이 없다면, 비첸체의 포도를 만져볼 손이 없다면, 몬테베리코로부터 발마라나의  별장으로 이르는 길 위에서 밤의 애무를 느낄 수 있는 살갗이 없다면  영혼 속에서 부활하여 다시 산다 한들 그것이 내게 무슨 소용이 있었을 것인가?

삶에의 사랑 (1936년 작)
(85)팔마의 밤:오직 남자들뿐인 작은 카페/그 좁은 공간 속에 밴드와 여러 가지 빛깔의 술병들이 보이는 바, 그리고 어깨와 어깨를 맞붙인 채  겹겹이 들어찬 손님들이 놀랍게도 용케 제자리를 잡고 있었다.
**팔마:스페인 동부 발레아레스 주, 지중해 마요르카 만의 남서 해안/섬/인구 50만이 채 못 되는 국가(한때 로마--비잔틴--아랍--아라곤의 지배를 받았음)
(88)여행을 귀중한 것으로 만드는 것은 바로 두려움이다. 여행은 우리들의 마음 속에 있던 일종의 내면적 무대장치를 부숴버리는 것이다. 사무실과 작업장에서 일하며 보내는 시간들 뒤에 숨어서 가면을 쓰고 지내는 짓은 더이상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89-90)성 프란체스코의 승원:그 우아하고 멋을 부린 주랑은 스페인의 오래된 고적들이 갖고 있는 아름다운 황금빛을 내며 빛나고 있었다./날아다니는 비둘기가 날개치며 내는 메마른 소리와 정원 한가운데 별안간 웅크린 침묵 속에서, 그리고 우물의 두레박이 떨어져 울리는 쇠 소리 속에서 나는 새로우면서도 낯익은 어떤 맛을 다시 찾는 것이었다. 그같은 현상계의 독특한 유희를 바라보면서 나는 맑은 정신이었고 또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금빛의 아름다운 햇살이 승원의 노란 돌들을 다사롭게 어루만지고 있었다./나는 그곳에서 비둘기들이 떼지어  날아가는 것을 보며 나의 목마름을 잊었었다.
(91)내 입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은총의 행위들이 아니라 태양에 짓눌린 풍경 앞에서가 아니고는 탄생할 수 없는 그 '나다(허무)'였던 것이다.
삶에 대한 절망없이는 삶에 대한 사랑도 없다.

안과  겉
(97)유별나고 고독한 여자:약간의 유산이 생기자 묘지를 샀다. 그리고 매주 일요일 오후, 묘지를 보러가는 일을 낙으로 삼았다.
(이 책은 문장이 난해해서가 아니라 요지를 파악하기 어려워 '해설'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본문은  68쪽이고 해설이 75쪽이다.)

해설/'안과 겉'에 대하여
(116)1934년 6월 16일 시몬 이에와 결혼했다. 2년 후 이혼
(128-129)1953년 10월 30일 르네 샤르에게 보낸 편지:----나는 최근에 알제와 내 어린 시절 생각을 했답니다. 나는 먼지 투성이의 거리와 더러운 모래사장에서 자랐습니다. 우리는 수영을 하곤했습니다. 조금만 더 멀리 가면 깨끗한 바다가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집에서 삶은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나는 마음 깊이 행복했습니다.
(191)두 번째 결혼:1940년 12월 3일,  오랑 출신이며 수학교사인 프랑신 포르와 리용에서 결혼

(그가 파리행 기차표를 주머니에 넣고 굳이 승용차를 선택한 이유:카뮈는 기차타기를 싫어해서 자전거로 60km를 달리기도 했다.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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