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영화 ·강연 이야기/책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

맑은 바람 2022. 1. 5. 15:33

 

A카렌 블릭센 장편소설/민승남 옮김/열린책들/368쪽/2008년9월초판1쇄/읽은 때 2022.1.4~1.14
(꽤나 두꺼운 책이 의외로 가벼워 마음도 가볍다/글씨가 진해서 행간이 좁다는 느낌이나 글자가 또락또락해서 읽기 좋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라는 제목은 라틴어 경구'Ex Africa semper aliquid novi'에서 따온 것으로,
그 뜻은 '아프리카로부터는 항상 무언가 새로운 것이 생겨난다 '이다.
--번역자의 책 소개에서

카렌 블릭센(1885~1962)향년 77세/유복하고 지식층 가정에서 자라남/10세 때, 아버지가 매독에 걸린 것을 비관하여 자살함/스위스와 코펜하겐에서 공부함/1907년(22세)첫 소설 '은둔자들'과 '농부'를 발표함./1909년 아버지의 사촌의 아들 한스 본 블릭센피네케 남작과 사랑에 빠짐/1912년 블릭센 남작(1886~1946)과 약혼함/1913년 아프리카로 떠남/1914년 나이로비 근처에서 커피 농장을 운영/1915년 남편에게서 매독이 옮아 덴마크로 돌아감/1916년 다시 아프리카로 돌아가 친척들이 투자한 돈으로 카렌 커피 회사 설립/1918년(33세)영국인 사냥꾼 데니스 핀치해턴(1887~1931)을 만남/남편과 이혼, 핀치해턴과 동거, 그들 사이의 아이를 유산/1931년(46세) 농장이 팔리고 핀치해턴은 비행기 사고로 죽자 17년간의 아프리카 생활을 접고 덴마크로 돌아감/1937년 52세 때 <아웃 오브 아프리카>출간/1952년 '바베트의 만찬' 출간/두 번이나 노벨상 후보에 올랐으나 1954년엔 헤밍웨이가, 1957년엔 카뮈가 수상함/1962년 77세에 영양실조로 고향 롱스테드룬에서 세상을 떠남(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위궤양 수술을 받았다니 그 때문인 듯)

--역자의 말--
이 책은 17년간의 아프리카 생활을 담은 회고록이다.
유럽의 매력적이고 이지적인 남작부인이 원시적 신비가 살아 숨쉬는 아프리카 땅에서 이주민 농부로 살아가면서 겪은 모험과 깨달음을 시적이면서도 담담하고 절제된 필치로 담아냈다.
***영화는 1985년에 나옴

차례
1.카만테와 룰루
(13)은공 언덕 기슭의 농장: 해발1800m가 넘는 고지대로 낮이면 마치 태양 가까이까지 높이 올라간 듯한 기분이 들지만 이른 아침과 저녁은 청명하고 평온했으며 밤에는 추웠다.
(18)소작인인 원주민:내가 소유한 땅은 6천 에이커였기에 커피 플랜테이션 말고도 남는 땅이 많았다. 농장의 일부는 원시림이었고 1천 에이커 정도는 '샴바'라고 불리는 소작지였다. 소작인인 원주민들은 백인의 농장에 속한 땅 몇 에이커를 차지하고 살면서 그 대가로 정해진 날짜만큼 지주에게 노동력을 제공했다. 내 소작인들은 그 관계를 좀 다른 시각에서 보는 듯했다. 그들 중 대다수가 농장에서 태어났고 그들의 아버지 또한 그곳에서 태어났기에 그들은 나를 일종의 상급소작인으로 여기는 듯했다.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 '땅'이라고 생각하고 사는 사람들에게 어느날 느닷없이 총칼을 들고 나타나 자기 땅이라고 울타리를 친 흰 얼굴의 사람들--그들은 욕심껏 땅따먹기를 한 연후에 그곳에 교회를 세우고 땅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며 감사의기도를 올린다. 원주민들은 눈뜨고 코 베 간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볼까?)
(19-20)나이로비:총독 관저와 주요 본부들이 있음/차가 없어 노새 여섯 마리가 끄는 수레를 타고 다님/우리는 그곳에서 물건을 사고 소식을 듣고 호텔에서 점심이나 저녁을 먹고 클럽에서 춤을 출 수 있었다./나이로비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를,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아요"(우리는 이토록 젊은 모습으로는 --이토록 규율 없고 탐욕스러운 모습으로는--두번 다시 함께 찾아오지 않아요)
"나이로비의 거리들이 없다면 세상은 없다."
(20)소말리족:나이로비에서 멀리 떨어짐/여인들이 지적이며 매혹적이다/그들의 가옥은 맨땅에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었고 대못으로 뚝딱뚝딱 박아놓아서 겨우 일주일이나 버틸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유목생활) 그러나 안에 들어가 보면 놀랍게도 매우 정갈하고 산뜻했다. 아랍향로 냄새가 은은히 풍기고 좋은 양탄자와 벽걸이, 놋쇠그릇과 은그릇, 상아 칼집에 든 녹슬지 않는 재질의 날을 지닌 칼들이 보였다. 소말리족 여인들은 예의바르고 기품있게 행동했고, 친절하고 쾌활했으며 웃음소리가 마치 은 종소리 같았다. 나는 아프리카에 사는 동안 그림자처럼 내 곁을 지키던 소말리족 출신 하인 파라 아덴 덕에 소말리족 마을에 대해 잘 알게 되었으며 그들의 축제에도 많이 참석했다./소말리족은 전국을 무대로 소를 거래하고 물건을 파는 일을 했다./씨족간의 싸움이 잦았다
(4살 때 아프리카로 간 베릴과 28세 때 그곳으로 건너간 카렌은 생각부터가 다르다. 베릴은 그 어디에서도  '하인'이니, '소작인'이니, '우리의 도시 나이로비'니 하는 지배민족의 말투를 쓰지 않았다.)
(23)야영지에 대한 기억:버펄로, 코끼리 떼, 기린, 무소들, 사자들에 관한 기억/나는 129마리의 버펄로 떼가 구리빛 하늘 밑 아침 안개 속에서 나오는 광경을 본 적이 있었다. 한 마리씩 나타나는 모습이 마치 강력한 뿔을 수평으로 휘두르는 저 검고 육중하고 무쇠같은 동물이 먼 곳에서 다가오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눈 앞에서 창조되어 차례로 내보내지는 듯했다.

나는 코끼리 떼가 울창한 야생의 숲을 지나는 광경도 목격했는데, 코끼리 떼는 무성한 덩굴 식물 사이로 조각난 햇살들이 흩뿌려진 숲길을 마치 세상 끝에서 약속이라도 있는 듯 묵묵히 걸어갔다. 코끼리 떼의 세상 끝은 초록색, 노란색, 흑갈색으로 물들인  매우 낡고 진귀한 페르시아산 양탄자와도 같은 숲의 가장자리였다. 나는 때때로 초원을 가로지르는 기린의 행렬도 지켜보았는데, 그 기이하고 독특한 식물적인 우아함이 마치 동물의 무리가 아니라 긴 줄기를 가진 희귀하고 거대한 얼룩무늬 꽃들이 천천히 움직이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나는 아침 산책에 나선 무소 두 마리를 따라가 보기도 했는데, 무소들이 새벽 공기 속에서-코끝이 얼얼할 정도로 날씨가 추웠다.--킁킁거리며 콧김을 내뿜는 모습은 마치 네모진 거대한 돌 두 개가 긴 계곡에서 굴러다니며 함께 삶을 즐기고 있는 듯했다. 나는 백수의 왕 사자가 동트기 전 이우는 달빛 속에서 사냥을 마치고 얼굴이 귀까지 피로 붉게 물든 채 은빛 풀밭에 검은 궤적을 그리며 잿빛 초원을 가로질러 걸어가거나, 한낮의 낮잠 시간에 짧은 풀 위나 아프리카라는 그의 정원에서 자라는 커다란 아카시아 나무들이 이룬 용수철처럼 가느다란 그늘에서 가족에게 둘러싸여 만족스럽게 휴식을 취하는 모습도 보았다.
(24)아프리카의 리듬:나는 야생 속에서 갑작스러운 움직임을 자제하는 법을 배웠다. 그곳의 생명체들은 겁이 많고 경계심이 강하며 전혀 예기치 못한 때에 도망치는 재주가 있다. 집에서 키우는 동물은 야생동물처럼 완전한 정지상태를 유지할 수 없다. 문명인은 그런 정지 상태를 유지하는 능력을 잃었으며 야생동물로부터 그것을 배워야만 그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갑작스럽지 않은 부드러운 움직임은 사냥꾼이, 특히 카메라를 든 사냥꾼이 우선적으로 익혀야 할 기술이다. 사냥꾼은 독단적으로 움직여서는 안 되며 주위의 바람과 색깔, 냄새와 하나가 되어 전체의 템포에 따라야 한다. 이따금 같은 동작이 반복적으로 요구되기도 하지만 그 템포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 일단 아프리카의 리듬을 파악하면 아프리카의 모든 음악이 그 리듬으로 이루어졌음을 알게 된다. 그리하여 나는 동물에게서 배운 기술을 원주민을 상대할 때도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었다.
(24-25)남쪽나라들과 남쪽사람들을 동경하는 감수성은 북유럽인의 특징이다.---내 경우에도 아프리카에 처음 도착하면서부터 원주민에게 뜨거운 애정을 느꼈다.---흑인종의 발견은 내 인생의 새 지평을 멋지게 열어주었다.---나는 원주민을 만난 후로 그들의 교향악단에 맞추어 일과를 시작했다.
(26-28)원주민에 대해:
원주민을 제대로 알기란 쉽지 않았다. 그들은 예민한 청각을 지닌 바람같은 존재였다. 그들을 놀라게 하면 눈 깜짝할 사이에 자신들의 세계로 숨어 버렸다. 원주민과 아주 친해지기 전에는 솔직한 대답을 듣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소를 몇 마리나 갖고 있느냐고 대놓고 물어도 '어제 말한 만큼'이라는 식으로 애매한 대답을 했다. 우리가그들의 행동에 대한 설명을 강요하면 그들은 최대한 뒤로 빼다가 기괴하고 유머러스한 환상을 동원하여 우리를 엉뚱한 길로 이끈다.---우리가 원주민의 삶 속으로 침범하면 그들은 개미처럼 행동한다. 우리가 막대기로 그들의 개미굴을 쑤시면 그들은 지칠 줄 모르는 활력으로 조용하고 민첩하게 피해를 복구한다. 마치 흉한 짓거리를 지워버리기라도 하려는 듯이.
그들은 모종의 심오한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 우리를 두려워하는 척 시늉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결국 그들이 우리 앞에서 보이는 행동은 이상한 장난에 지나지 않으며 그 수줍은 사람들은 우리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원주민들은 백인들에 비해 삶의 위기감이 훨씬 적었다. 나는 사파리 사냥 중에, 아니면 농장에서 극도로 긴장된 순간에 원주민들의 눈빛을 보고 그들과의 거리감을 느끼곤 했는데 그들은 내가 두려움에 떠는 모습이 의아하기만 한 듯했다.
깊은 물 속에 사는 물고기들이 익사에 대한 두려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그들도 삶 그 자체에, 우리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그들 고유의 영역 안에 있어서 삶의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나는우리의 첫 조상이 잃은 지식을 그들은 아직 간직하고 있기에 그런 확신을, 헤엄치는 기술을 갖고 있는 것이리라 생각했다. 신과 악마는 하나이며, 그들의 위엄이 함께 영원하며, 그들이 창조되지 않고 자존하는 두 존재가 아닌 한 존재라는 지식을 우리에게 가르쳐 줄 곳은 다른 대륙이 아닌 아프리카이다.
---원주민은 피와 살이 아프리카였다. 그레이트 리프트 밸리 위로 높이 솟은 롱고노트 산의 사화산도, 강가에 줄지어 선 무성한 미모사나무도, 코끼리와 기린도 원주민만큼 아프리카적이진 못했다. 거대한 풍경 속 작은 형체들. 그들 모두가 하나의 정신의 다른 표현이자 동일한 주제의 변주였다.---우리 백인은 장화 신은 발과 늘 서두르는 몸짓으로 아프리카의 풍경과 종종 충돌을 일으킨다. 그러나 원주민은 언제나 그것과 조화를 이루며, 몸이 홀쭉하고 피부와 눈동자가 검은 그들은 여럿이 길을 갈 때도 한 줄로 다녀서 도로라고 해 봐야 좁은 길들뿐이다.
---고원 지대에 살다 보면 어느 시인의 시가 떠오른다.

나는 깨달았다
원주민은 고귀하고
이주민은 무미건조함을.

---나는 농장에서의 삶과 아프리카라는 땅에 대해, 초원과 숲의 거주자들에 대해 가능한 한 정확하게 기록할 것이며 그 기록은 얼마간의 역사적 의의를 지닐 수도 있을 것이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1937년 카렌의 나이 52세 때 출간됐고, 베릴의 '이밤과 서쪽으로'는 1942년 미국에서 출간되었다. 베릴은 카렌의 작품에 얼마나 영향을 받았을까, 카렌의 남편도 애인도 베릴은 아주 가깝게 지낸 사이였는데--아무래도 내가 보기에, 카렌의 글이 '靑'이라면 베릴의 글은 '藍'이다)

(29)카만테:우리 농장 키쿠유족 소작인의 아들로 어린 소년이었다.

(아이를 발견한 건 죽음이 임박해보이는 최악의 상태였을 때였다. '나'는 그 아이를 데려다 극진히 치료한다. 그러나 차도가 없자 스코틀랜드 선교사가 운영하는 병원에 입원시켜 여러 달 후 마침내 완치시킨다. 그후 과묵한 카만테는 카렌 곁에 남아 12년 동안 그녀를 위해 일했다.)
(30)나는 그들이 우리를 마음 깊은 곳에서 두려워하는 것은 우리가 규칙을 맹종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들은 규칙의 지배 속에 갇히면 슬픔으로 죽고 만다.
(37)카만테는 장난기와 악마성을 반반씩 갖춘 환상적인 인물로 아주 약간만 수정을 가해서 파리 노트르담 사원 꼭대기에 앉혀 놓으면 딱 어울릴 듯했다.---카만테는 생각이 깊은 아이였다.---그는 평생 자신의 방식으로 고립된 삶을 살았다.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했다.
(38)야간학교 설립, 운영:선교사들이 와서 원주민 교사들을 교육했다.---나는 학교로 쓰는 골함석 지붕을 인 길쭉한 창고 건물에서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내곤 했다.
(41)요리 천재 카만테:
카만테는 개를 돌보기도 하고 환자들을 치료할 때 조수노릇도 하고 요리사로서의 능력도 발휘했다.
만일 카만테가 유럽에서 태어나 훌륭한 스승의 가르침을 받았더라면 요리사로 이름을 떨치고 요리의 역사를 쥐고 흔들었을 터였다.
이곳 아프리카에서도 그는 유명해졌으며 요리라는 예술에 대해 장인의 태도를 갖고 있었다.
(42)악마와 함께 일하는 건 감동적인 일이다. 명목상으로는 내가 부엌의 주인이었지만 카만테와 함께 일하다 보면 부엌뿐 아니라 그와 협력해서 일하는 모든 분야가 그의 손에 넘어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48)가뭄과 작가의 길:
원주민은 가뭄 아래서 침묵했다.
그들이 우리보단 날씨의 징조에 대해 더 잘 알 텐데도 나는 그들에게서 아무런 전망도 얻어낼 수 없었다. 가뭄은 그들의 생존 자체가 걸린 문제였다. 엄청난 가뭄이 든 해에 가축의 90%까지 잃을 수 있다는 것은 그들에게나 그들의 아버지들에게나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었으니까.---시간이 흐른 뒤 나는 그들의 그런 자세를 배워서 마치 수치심에 싸인 사람처럼 고난의 시절에 대해 얘기하거나 불평하는 걸 포기했다. 그러나 나는 유럽인이었고 아프리카에서 그리 오래 살지도 않았기에 수십 년 동안 체류한 이들처럼 원주민의 절대적인 수동성을 습득하진 못한 상태였다. 나는 젊었고 농장 길에 풀풀 날리는 먼지나 초원의 연기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자기 보존 본능에 따라 무언가에 에너지를 쏟아야만 했다.그래서 저녁이 되면 내 마음을 멀리 다른 나라와 다른 시대로 데려가 줄 동화나 로맨스 같은 이야기를 쓰기시작했다.
(49)원주민 소년들의 문명에 대한 관심:자기 아버지의 염소와 양을 농장으로 끌고와 풀을 뜯기는 어린 소년들에게 문명의 중심적인 상징은 식당에 걸린 오래된 독일제 뻐꾸기 시계였다. 아프리카 고원지대에서는 시계란 것 자체가 완전한 사치품이었다. 1년 내내 태양의 위치만 보고도 시간을 알 수 있을 뿐더러 기차 시간에 신경 쓸 필요도 없고 농장의 삶은 그다지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기에 시계가 중요하지 않았다.---매시 정각만 되면 뻐꾸기 소리로 울어댔다. 농장의 아이들은 뻐꾸기가 나타날 때마다 신선한 기쁨을 느꼈다.
(64)기독교인 카만테:원주민은 시체를 두려워하며 도망갔으나 카만테는 그렇지 않았다. 뱀도 무서워하지 않았다. 카만테는 원주민 환자뿐 아니라 병든 동물도 잘 치료했다. 그리고 룰루를 돌본 것도 역시 카만테였다.
(66-68)룰루:스와힐리어로 '진주'라는 뜻/아프리카 영양 중 가장 예쁜 부시벅 종 새끼 영양/원주민 아이들에게서 사온 룰루는 몸집이 고양이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크고 고요한 자줏빛 눈동자를 갖고 있었다. 다리는 어찌나 연약한지 앉거나 서면서 다리를 접고 펼 때마다 부러질까봐 겁이 날 정도였다. 귀는 비단처럼 매끄럽고 대단히 표현력이 풍부했다.그리고 코는 송로버섯처럼 까맸다. 작은 발은 전족을 한 옛날 중국 여인의 모습을 연상시켰다.그토록 완벽한 존재를 소유한다는 건 드문 체험이었다.

---카만테는 룰루에게 우유를 먹이고 밤이면 집 근처까지 내려오는 표범의 먹이가 되지 않도록 집에 가두었다. 그래서 룰루는 유난히 카만테를 따랐다. 룰루는 이따금  카만테가 제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카만테의 가느다란 다리를 거칠게 들이받았으며, 룰루가 너무 예뻐서 둘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면 '미녀와 야수'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69)사슴사냥개 더스크:스코틀랜드 산/기품이 있다/봉건시대의 분위기를 풍긴다/결혼선물로 받은 것으로 처음 아프리카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이를테면 메이플라워호를 탈 때부터 나와 함께했다. 더스크는 용감하고 관대한 개였다.전쟁초기에 내가 정부를  돕기위해 우마차로 마사이족 보호구역까지 군수품을 수송할 때도 더스크는 내곁을 지켰다. 하지만 2년쯤 지나서 더스크는 얼룩말에게  목숨을 잃었다. 룰루가 처음 우리집에 왔을 때 나는 더스크의 새끼인 수캉아지 두 마리를 데리고 있었다.
(70-71)내 개들은 룰루가 집안에서 어떤 권력과 지위를 갖고 있는지 알아차렸다. 뛰어난 사냥개들의 오만함은 룰루 앞에서 종적을 감췄다. --룰루가 눕는 자세는 감히 어느 누구도 흉내낼 수 없을 만큼 얌전했으며 영락없이 완벽한 숙녀가 조심스럽게 치맛자락을 모으고 앉은 모습이었다.---룰루는 꽃다운 나이가 되자 날씬하고 고운 선을 지닌 암사슴의 자태를 갖추었고 코끝부터 발가락 끝까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마치 하이네의 노래에 등장하는 갠지스 강가의 영리하고 온순한 가젤영양을 세밀화로 그려낸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룰루는 사실 온순하지 않았고 속에 악마가 들어 있었다.---동물 전문가인 하겐베크는 모든 동물 중에서 가장 믿을 수 없는 것은 사슴이며 하다못해 표범도 믿을 수있지만 어린 사슴을 믿으면 조만간 녀석이 등 뒤에서 공격해 올 것이라고 했다.
(룰루 이야기가 매우 서정적이고 표현이 아름다워서 다 베끼고 싶지만 갈길이 멀다.  룰루는 집을 나가 결혼도 하고 새끼까지 데리고 나타났으나 결코 집안에 발을 들여놓지는 않았다.)
(75)룰루는 야생의 세계에서 돌아와 우리의 돈독한 관계를 증명했고 우리집을 아프리카의 풍경과 하나가 되게 만들어 어디부터 아프리카의 풍경이 끝나고 우리집이 시작되는지 아무도 알 수 없게 했다.
(77)룰루와 그 식구들이 우리 집을 찾던 때가 내가 아프리카에서 보낸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다.
그런 이유로 나는 숲에 사는 부시벅들과의 만남을 커다란 혜택이요  아프리카에서 얻은 우정의 상징으로 여겼다. 아프리카의 모든 것이, 좋은징조와 오랜 서약이, 하나의 노래가 거기 담겨 있었다.

내 사랑하는 이여, 서두르소서.
향기나는 산들 위에  있는 노루나 어린 사슴같이 되소서.--솔로몬의 노래 8장
(80)카만테의 편지:
(영어도, 글씨도 쓸 줄 모르는 카만테는 우체국 앞에서 대필해 주는 인도인에게 편지를 부탁한다.
그녀가 데리고 있던 사람들은 도로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는 소식.  카만테도 훌륭한 요리 솜씨를 가졌음에도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
"음사부가 돌아온다면 우리에게 편지 보내주세요. 우리는 음사부가 돌아온다고 생각해요.그건 왜냐고요? 우리는 음사부가 우리를 못잊을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그건 왜냐고요? 우리는 음사부가 아직도 우리 얼굴과 우리 어머니 이름을 기억한다고 생각하니까요."

2.농장에서 일어난 오발사고
(84-85)밤꿈과 낮꿈:
밤에 잠을 자면서 꿈을 꾸는 사람들은 낮의 세계가 갖지 못한 특별한 종류의 행복에 대해 안다. 그것은 평온한 황홀이고 마음의 편안함이며 혀 위의 꿀과도 같다. 그들은 또한 꿈의 진정한 영광은 무한한 자유의 분위기에 있음을 안다.---진정으로 꿈꾸는 자의 기쁨은 꿈의 내용에 있는 것이 아니다.  꿈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자신의 통제력 밖에 있으며 자신이 간섭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깨어있는 세계에서 꿈과 가장 가까운 건 아는 얼굴이 없는 대도시의 밤이나 아프리카의 밤이다. 거기에도 무한한 자유가 존재하며, 일들이 벌어지고 당신을 둘러싸고 운명들이 만들어지고 사방에서 행위들이 일어나지만 당신은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는다.
(100)원주민들이 주위 유럽인들에게 붙이는 이름:
*일인분--손님을 초대하는 일이 없는 비사교적 인물
*탄창 하나--탄창 하나면 사냥감을 죽이는 스웨덴 사람 에리크 오터
*반인반차--자동차광
*미스터 코끼리--런던동물원에서 은퇴한 공직자로, 늘 코끼리우리 앞에서 코끼리를 들여다봄
*놋뱀--카렌을 가리킴(출애급 당시 모세의 지팡이 위에 장식된 뱀/뱀에 물린 사람들이 그 놋뱀을 쳐다보면 살아났다)
(126-127)카베로가 돌아오다:
(실수로 산탄총을 발사해, 한 친구를 죽이고 또 한 친구는 불구로 만든 카베로는 마사이족에게 시집간 누나에게 피신해 있다가 5년 후에 돌아왔다)

마사이족 보호구역은 농장에서 어린 새끼양을 데려다가 젊은 표범으로 키워놓았던 것이다. 카베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마사이족이 되어 서 있었다.
마사이족 전사의 모습은 근사하다. 마사이족 청년들은 나름의 독특한 스타일을 지니고 있다. 그들은 대담하고 무척이나 별나 보이지만 굳건히 자신들의 본성에, 내재적인 이상에 충실하다. 그들의 스타일은 일부러 꾸민 것도, 외래의 모범을 흉내낸 것도 아니고 내부에서 자라난 것이며 마사이라는 종족과 그 역사의 표현이다. 그들의 무기와 아름다운 복장은 수사슴의 뿔처럼 그들 존재의 일부이다. 카베로는 마사이 방식으로 머리를 길러 끈과 함께 두툼하게 땋아 내리고 이마에는 가죽 끈을 두르고 있었다. 자세도 영락없는 마사이족으로 턱을 쑥 내민 모습이 마치 무뚝뚝하고 오만한 얼굴을 쟁반에 받쳐 내미는 것 같았다. 카베로는 마사이족 전사의 딱딱하고 수동적이고 오만한 자세를 지니고 있어서 마치 동상처럼 그 자신은 보지 않고 남에게 보이는 존재, 관조의 대상으로 느껴졌다.
마사이족 전사 모라니는 우유와 피만 먹고 살며 그런 식생활 때문인지는 몰라도 피부가 비단결처럼 매끄럽다. 광대뼈와 턱뼈가 돌출된 얼굴은 주름 하나 없이 팽팽하며 뭘 보고 있는 것 같지 않은 흐릿한 눈은 모자이크에 정확하게 끼워맞춘 두 개의 검은 돌처럼 박혀 있다.
마사이족 전사는 전체적으로 모자이크와 흡사하다. 목의 근육은 성난 코브라나 수컷 표범, 싸움소의 목처럼 불길하게 부풀어 있고 두툼한 목은 여자를 제외한 세상 전부에 선전포고를 하는 듯한 호전성을 뚜렷이 나타낸다. 매끄러운 얼굴과 두툼한 목, 넓고 둥그스름한 어깨, 놀라울 정도로 가느다란 허리와 엉덩이, 마른 허벅지와 무릎, 길고 곧은 근육질의 다리가 이루는 극명한 대비 혹은 조화는 엄격한 훈련을 통해 강탈과 탐욕과 탐식의 절정에 이른 생물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마사이족은 가느다란 발을 똑바로 옮기며 뻣뻣하게 걷지만 팔과 손목, 그리고 손동작은 매우 유연하다. 마사이족 청년이 활을 쏠 때 당겼던 활시위를 놓으면 긴 손목의 힘줄이 화살과 함께 허공에서 울림소리를 내는 듯하다.

&lt;나는 마사이족이다&gt;라는 책 속에서

(133쪽까지 왔다. 초반엔 이야기에 몰입이 안 돼서 끌탕을 했다. 일단 접어놓고 다른 것부터 읽을까, 왜 이리 진도가 나가지 않는 걸까, 그러나 룰루의 등장으로 카만테의 얘기가 더 재미있어지고, 농장에 총기 오발 사고가 나서 원주민들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목표는 새로 주문해 놓은, 마사이족에 관한 책들이 오기 전에 이 책을 다 읽는 거다. 이틀 남았다)
(132)키난주이:키쿠유족 보호구역에 살고 있는, 10만이 넘는 키쿠유족의  족장/거구로 기품과 교활함을 함께 갖춘 노인이다. 그의 진정한 위대함은 그가 세습족장이 아니라 여러 해 전 이곳 키쿠유족의 합법적인 통치자와 사이가 틀어진 영국인들의 도움으로 족장의 자리에 오른 사람이라는 점이다(?우린 그런 사람을 '앞잡이'라 하는데~)./그의 마을은 다른 키쿠유족 마을과 마찬가지로 더럽고 파리 떼가 들끓었다.
그곳은 이가 빠져 합죽이 입을 하고 목다리를 짚고 걷는 깡마른 노파들부터  날씬하고 보름달 같은 얼굴에 가젤영양의 눈을 지녔으며  팔과 긴 다리에 반짝이는 구리철사를 감은 젊은 여자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그의 부인들로 활기가 넘쳤다. 그의 어린 자식들은 곳곳에 파리 떼처럼 모여 있었다. 그리고 청년이 된 아들들은 멋지게 장식한 머리를 꼿꼿이 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사고를 쳤다. 그에겐 전사가 된 아들이 54명이나 된다고 했다./키난주이가 나와 단둘이 있는 자리에서 거리낌없이 자신의 의견을 말할 때면 독창적이고 풍요롭고 대담하고 상상력 넘치는 정신을 엿볼 수 있었으며 인생에 대해서도 깊은 성찰에서 우러난 강한 견해를 지니고 있었다.
(136)케냐의 몸바사 항구와 잔지바르 항구는 아랍 상인들의 거점 도시였다. 상아와 노예 무역이 이루어지고 巨富의 아랍 상인들이 호화저택을 짓고 향락적인 삶을 살던 곳. 퀸의 프레디 머큐리가 잔지바르에  살았던 이유를 알겠다. 그의 조상도 페르시아인이었으므로~)
(138-139)아랍인과 소말리족/스와힐리족/마사이족:
**아랍인--죽음을 우습게 여기며 일하는 시간이 아닌 때에는 천문학과 대수학, 여자를 즐기는 냉혹하고 관능적인 사람들이다. 
**소말리족--홍해를 건너온 아랍인들의 영향을 받아 이슬람교로 개종. 성질 급하고 싸움 잘하고 금욕적이며 탐욕스럽다. 소말리족은 서출이라는 신분을 만회하기 위해 적출들(아랍인)보다 더 열성적으로 마호메트의 가르침을 따르는 독실한 무슬림이었다.
**스와힐리족--스와힐리인(Swahili)은 반투족과 아랍인의 혼혈인 아프리카 종족이다. 소말리아에서 모잠비크까지 아프리카 동부해안을 따라 살고 있다. 이슬람교를 신봉하며 스와힐리어를 쓴다. 노예 근성을 지닌 그들은 잔인하고 음란하고 도둑질 잘하고 농담 잘하고 나이가 들면서 몸에 살이 붙었다.
**마사이족-- 고원지대의 원주민 맹금. 마사이족은 창과 무거운 방패를 들고, 형제들을 팔아먹는 이방인들(노예무역상 아랍인들)에 대한 불신에 차서, 길고 가느다란 검은 그림자처럼 조용히 다가왔다.
(139)소말리족과 원주민의 관계: 양치기 개와 양의 관계 비슷한 것이 되었다.---소말리족은 돈과 가치를 매우 중요하게 여겨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면 식사와 잠까지 포기할 수 있었고 뼈와 가죽만 남은 몸으로 원정에서 돌아왔을 터였다. 파라도 그와 같았다.
---한편 양(원주민, 키쿠유족?)들은, 그 참을성 있는 종족들은 이빨도, 발톱도, 힘도, 지상의 보호자도 없이 과거에나 지금이나 체념이라는 대단한 재능으로 운명을 견뎠다. 그들은 마사이족처럼 속박을 받으면 죽지도 않았고 소말리족처럼 모욕이나 사기나 멸시를 당했다고 느낄 때 성내며 운명에 대항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외국에 노예로 팔려가서도 신과 친구가 되었다.
(140)파라와 키난주이:양치기 개와 늙은 숫양이 한자리에 있었다. 파라는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이루어진 터번에 아랍식 실크 정장과 자수 장식이 놓인 검정색 조끼차림을 하고 세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사려깊고 예의 바른 모습으로 꼿꼿이 서 있었다. 반면 어깨에 원숭이 가죽만 달랑 걸친 반 벌거숭이로 돌 의자에 드러눕다시피  앉아 있는 키난주이는 늙은 원주민이요 아프리카 고원지대의 흙 한 덩어리였다. 그들은 서로를 정중히 대했으나 직접 상대할 일이 없을 때는 모종의 의례에 따라 서로 못 본 체했다.

3.농장을 찾은 손님들
(147 )--데니스 펀치해턴:농장을 찾는 손님의 한 사람
--원주민의 춤 잔치 '은고마':이때엔 1500~2000명 정도의 사람이 찾아옴
--인도인 대사제의 방문:부유한 인도인 목재상 촐레임 후세인이 주선하여 대사제를 초대함
(158)인도인 대사제--그는 키가 몹시 작은 노인으로 얼굴은 아주 오래된 상아로 조각한 듯 섬세하고 우아했다.--그는 안전하고 완벽하게 안정적인 상태로 존재하는 듯한 묘한 인상을 풍겼다.---대사제의 차분한 얼굴은 세상이 다 호기심의 대상이되 무엇에든 놀랄 줄 모르는, 아직 말도 배우기 전의 어린 아기의 얼굴이었다. 나는 어쩌면 그 오후의 한 시간 동안 하느님의 아들 예수와 같은 고귀한 아기와 벗하며 돌 의자에 앉아 이따금 영혼의 발로 요람을 흔들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161-163)파라의 여인들(소말리족 여인들):
활기차면서도 유순한 검은 비둘기떼 같은 여인들/파라가 말하기를 자신의 장모는 소말리랜드에서 딸교육을 잘 시킨 훌륭한 어머니로 존경받고 있다고 했다. 그녀의 딸들은 그곳에서 양가집 규수의 표본이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이곳의 세 처녀도 더할 나위 없이 기품이 넘치고 정숙했다. 나는 그처럼 숙녀다운 숙녀들을 본 적이 없었다. 그들의 정숙함은 옷차림으로 더욱 강조되었다. 그들은 폭이 엄청나게 넓은 치마를 입었으며 내가 자주 실크나 사라사 치맛감을 끊어다 줘서 잘 아는데, 치마 하나를 만들려면 감이 9m나 필요했다. 그 거창한 치마 속에서 그들은 교묘하고 신비한 리듬에 따라 날씬한 무릎을 움직이며 걸었다./소말리족 처녀들은 자신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무슬림 처녀는 자신보다 신분이 낮은 남자와 결혼할 수 없다./소말리족 처녀는 아랍 남자와 결혼 할 수 있으되 아랍 처녀는 소말리랜드로 시집갈 수 없다./여성만이 혼인을 통한 신분 상승이 가능하다.
(164)소말리족의 신부 수업:
자연적 필요에 따른 것인 동시에 예술이었다. 그것은 종교이자 전략이자 발레로 응분의 헌신과 훈련, 재주를 요했다. 그것의 달콤한 매력은 상반된 힘들의 작용에 있었다. 끝없는 반박의 이면에는 관대함이, 얌전 빼는 태도의 이면에는 잘 웃는 성격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가 있었다. 전사의 딸인 그들은 우아한 출전의 춤을 추듯 남자를 정복했다. 겉으론 새침하게 얌전을 빼면서도 적의 심장에 흐르는 피를 마실 때까지 교묘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흡사 양의 탈을 쓴 잔혹한 암늑대들 같았다. 소말리족은 사막에서, 바다에서 단련된 강인한 민족이다. 삶의 무게와 힘겨운 압박감, 높은 파도와 긴 세월이 소말리족 여인들을 그토록 단단하고 빛나는 호박보석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작가가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른 이유를 알겠다. 거기에도 남성 우월주의가 작용해서 헤밍웨이와 카뮈에게 밀렸나?)
(165)소말리족 여인들의 옷의 가치:
그들에게 옷은 전쟁물자이자 전리품이며 승전 깃발과도 같은 승리의 상징이다. 소말리족 남자들은 천성이 금욕적이고 음식과 술, 일신의 안락에 무관심하며  고국을 닮아서 강인하고 검소하다. 오직 여자만이 그들의 사치품이다. 그들은여자에 대해서는 만족할 줄 모르는 탐욕을 지녔으며 그들에게 여자는 지고의 선이다.

(167)소말리족은 여러 세대에 걸쳐 노예를 부려 왔기에 소말리족 여인들은 원주민과 잘 지냈으며 원주민을 침착하고 태연하게 대했다. 원주민에겐 소말리족이나 아랍인을 모시는 것이 백인 주인 밑에 있는 것보다 덜 어려웠는데 그건 같은 유색인으로 삶의 템포가 같았기 때문이다. 파라의 아내는 농장의 키쿠유족에게 인기가 높았고 카만테도 그녀가 매우 똑똑하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171)크누센 영감:
비관주의가 정신을 좀먹었다./외부환경은 잘못된 게 없으며 문제는 빌어먹을 비관주의, 비관주의라고, 그것이야말로 경멸해 마지않을 악덕이라고 주장했다!
(병들고 앞을 보지 못하는 백인 노인 크누센에게조차도 따뜻한 시선을 보내며,  그의 과거를 상상으로 이끌어 내는 작가의 추리력 또한 대단하고 독자는 즐겁다)
(178)도망자 엠마누엘손:
스웨덴인/한때 나이로비 한 호텔 지배인이었음/그는 말썽 일으키는 재주를 타고난 듯했고 인생의 쾌락에 대한 취향과 관점 자체가 정상인들과 달랐다./카렌에게 여비를 얻어 탕가니카로 가고 싶어함/엠마누엘손은 전직 배우/그는 신을 제외하곤 아무것도 절대로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하룻밤 재워주고 여비도 챙겨주고 차로 약간의 거리까지 배웅해 줬다./반년 후 도도마에서 장문의 편지가 날아왔다, 빌려준 돈과 함께/엠마누엘손은 그곳에서 바텐더로 취직이 되었고 그날에 대한 감사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었다. 善緣善果!
(186)카렌의 친구들**카렌은 1914년에서1931년(46세)까지 아프리카에서 살았다. 
나는 농장에서 친구들을 맞이하는 걸 큰 기쁨으로 여겼고 농장 전체가 그것을 알았다./사방을 떠돌며 텐트생활을 해 온 그들은 별의 궤도처럼 고정된 우리집 진입로를 돌아 들어오며 기쁨에 젖었다. 그들은 친근한 얼굴들이 맞아주는 걸 좋아했으며 나는 아프리카에 머무는 동안 하인들을 바꾸지 않았다. 나는 떠남을 갈망하며 농장에 머물렀고 그들은 책과 리넨 시트와 커튼 쳐진 넓은 방의 시원함을 갈망하며 돌아왔다.
*테니스 핀치해턴--하인들이 그를 '나리'라 불렀다. 카렌이 집을 비웠을 때도 농장에서 살았다.
*버클리 콜--카렌의 농장을 '나의 숲속 은둔처'라 표현했다.
*휴 마틴--토지국에 근무. 세계의 희귀문학에 정통한, 명석한 인물/술병과 잔을 앞에 놓고 그는 조용히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인생론을 펼쳤다. 아이디어들로 빛을 발하는 그의 모습은 마치 물질과 사상의 터무니 없을 정도로 빠른 燐光性 성장을 보는 듯했으며, 세상과 화해하고 악마 안에서 휴식하는 그 뚱뚱한 남자는 주님보다 악마의 제자임이 분명한 표시를 지니고 있었다.
*구스타프 모르--노르웨이 출신/나이로비 건너편에 농장을 가짐/카렌의 농장일을 많이 도움/화산의 돌처럼 불타는 가슴을 안고 농장으로 달려왔다./그는 방에 들어서면서부터 자정 너머까지 질 나쁜 담배로 몸을 망쳐 가며 사랑, 공산주의, 매춘, 함순, 성서에 대한 열변을 쏟아냈다.
*잉그리드 린스트롬--은조로에 농장을 가지고 있다./그녀는 공정한 정신의 소유자였고 부친과 남편이 스웨덴 장교였다. /아마밭을 사들여 떼부자가 되려다가 폭락하는 바람에 큰 손실을 입었으나, 그녀는 농장을 구하려고 양계장도 만들고 원예 작물도 재배하면서 노예처럼 일했다. 그렇게 사력을 다하는 동안 그녀는 농장과 소, 돼지, 원주민, 채소, 자신이 소유한 아프리카 땅을 필사적인 열정으로 깊이 사랑하게 되어 그것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남편과 아이들을 팔 수도 있게 되었다.
*대럴 톰슨 부인--시한부 삶을 선고받고 카렌을 찾아옴/그녀에겐 말들이 인생의 절정이요 영광이었다./죽은 후, 조랑말 푸어박스를 카렌에게 맡김/후에 장애물 경주에서 우승
*벌펫(엉클 찰스)--77세/카렌의 이상적 인물/빅토리아 시대의 영국 신사/헬레스폰투스 해협을 헤엄쳐 건넘/최초로 마테호른 등정한 인물 중 하나/라벨 오테로의 연인/나는 춘희의 주인공 아르망 뒤발이나 마농 레스코의 주인공 데 그리외와 식사를 하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헬레스폰토스 해협--다르다넬스 해협/에게 해와 마르마라 해를 잇는 터키의 해협이다. /‘헬레의 바다’라는 뜻

**오테로에 관해 이야기하려면 먼저 대문자로 SEX라고 써놓고 시작하라. 그녀는 온몸에서 색기를 내뿜었다."

-모리스 슈발리에-

(192)고귀한 개척자, 버클리 콜:
버클리와 데니스는 이민을 떠날 때 영국친구들이 몹시 아쉬워했고 이곳 아프리카에서도 그토록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으면서도 이상하게도 추방자처럼 살고 있었다.
(194)버클리는 작고 왜소했으며 가느다란 손과 발, 붉은 머리칼을 지니고 있었다.심장병을 앓고 농장은 은행에 넘어가고 있는 상태에서 그는 마치 고양이처럼 앉는 곳마다 안락한 장소로 만드는 재주가 있는 걸 보면, 열기와 즐거움이 솟는 샘이라도 하나 안에 지닌 것 같았다./버클리의 매부가 델라미어경
데니스 핀치해턴:버클리가 스튜어트 왕조의 기사라면 데니스는 영국 역사를  더 거슬러  올라가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 인물이었다. 그는 그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필립 시드니경이나 프랜시스 드레이크경과 팔짱을 끼고 걸었을 터였다. 데니스는 엘리자베스 시대 사람들이 동경하고 글에 담았던 고대 아테네 문명에 조예가 깊기에 그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을 것이다. 사실 데니스는 19세기 초까지의 어느 시대와도 잘 어울렸다. 그는 스포츠맨이자 음악가이자 예술 애호가이자 훌륭한 사냥꾼이었기에 어느 시대에나 두각을 나타냈을 터였다. 그의 영국 친구들은 그가 돌아오기를 바라며 그곳에서 그가 할 일에 대한 계획을 담은 편지들을 보내 왔지만 아프리카가 그롤 놓아주지 않았다.
**필립 시드니 경(Sir Philip Sidney, 1554년 11월 30일 ~ 1586년 10월 17일)은 영국의 시인, 정치인이다.
(201)버클리는 심장병으로 죽었다. 버클리의 죽음은 아프리카 식민지 자체를 변화시켰다. 그와 함께 식민지 역사의 한 시대가 막을 내린 것이다. 그가 살아있을 때 식민지는 '풍요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땅'이었으나  그가 죽은 후 사업의 대상으로 서서히 변해갔다.
---버클리 없는 아프리카 식민지는 이스트 없는 빵과  같았다. 품위와 유쾌함, 자유, 힘의 원천이 빠져나간 것과 같았다.
(203)날개, 데니스  핀치해턴
데니스 핀치해턴은 아프리카에 우리 농장 말고는 집이 없었다.
--그가 농장으로 돌아올 때면 농장은 자신이 지닌 매력을 발산했다. 우기에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커피 플랜테이션이 자욱한 분필가루 같은 꽃을 피우고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로 이야기하듯 농장도 말을 했다.--데니스는 농장에서 행복하게 지냈고 스스로 오고싶을 때만 농장에 왔다. 그리고 그가 지닌 겸허함을 세상은 몰랐지만 농장은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은 절대 하지 않았으며 교활한 말을 입에 담는 법도 없었다.
데니스는 내겐 매우 소중한 특성을 지니고 있었는데 그건 이야기 듣기를 좋아한다는 점이었다.
나는 피렌체에 흑사병이 돌았던  14세기에 태어났으면  두각을 나타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
---데니스는 귀에 의존하여 살았기에 책을 읽는 것보다 듣는 걸 좋아했으며 농장에 찾아오면 이렇게 묻곤 했다.
"이야기 들려 줄 수 있어요?"
그는 나보다 이야기 내용을 더 잘 파악하고 있어서 등장인물 중 하나가 극적으로 등장할 때 이야기를 중단시키고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그 남자는 이야기 시작 부분에서 죽었어요. 하지만 괜찮아요."
데니스는 내게 라틴어와 성서 읽는법, 그리고 그리스 시인들에 대해 가르쳐 주었다. 그는 구약의 중요한 부분을 모두 외고 있었으며 여행을 떠날 때마다 성서를 지니고 다녀서 무슬림의 존경을 받았다.
내게 축음기를 준 사람도 그였다. 축음기는 내 마음의 기쁨이었고 농장에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이따금 데니스는 내가 커피밭이나 옥수수밭에 나가 있는 사이에 예고도 없이 새 레코드판을 들고 와서 음악을 틀어놓았고 그런 날이면 해 질 무렵 말을 타고 집으로 돌아올 때 맑고 시원한 저녁 공기를 타고 흘러오는 선율이 마치 그의 웃음소리처럼 그가 와 있음을 알려 주었다.

(카렌은 데니스에 대한 사랑의 표현을 이렇게 하고 있다. 저 오고 싶을 때만 나타나고, 입에 발린 말은 절대 안 하는 사람을 사랑하며 애타게 기다리는 카렌의 모습이 보인다. 영화에서는 이 부분에 상당한 비중을 둔 것 같다.)
(209)사자 사냥:
나는 집으로 들어가서 데니스에게 말했다.
"자, 우리 쓸데없이 목숨 걸러 가요.우리 목숨에 아무 가치도 없다는 게 바로 우리 목숨이 지닌 가치니까요. Frei  lebt wer sterben  kann(죽을 수 있는 자, 자유로이 산다)
(214)나는 데니스 펀치해턴 덕에 농장 생활에서 가장 황홀한 체험을 할 수 있었는데 그건 아프리카 하늘을 나는 일이었다. /데니스가 자신의 경비행기를 가져왔고 우리집에서 겨우 몇 분 거리에 있는 초원에 착륙이 가능하여  우리는 거의 날마다 비행을 즐겼다./비행의 체험을 제대로 표현하려면 기존의 어휘로는 부족하고 새로운 말을 만들어야만 한다./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건 경치가 아니라 활동이며 비행하는 사람의 기쁨과 영광은 비행 그 자체이다./나는 비행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땅으로부터 자유로움을 느낄 때마다 위대한 발견을 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 바로 이거였어. 이제 난 모든 걸 이해할 수 있어'

4.어느 이민자의 노트에서
(233)이구아나:
이구아나는 생김새는 예쁘지 않지만 색깔만큼은 그 아름다움을 따를 자가 없다.--사람이 다가가면 이구아나는 휙 사라지고 돌 위에 하늘색과 초록색, 자주색 섬광이 이는데 그 모습이 마치 혜성의 빛나는 꼬리처럼 공중에 색깔이 걸려 있는 듯하다.
나는 이구아나를 쏜 적이 있다. 가죽으로 아름다운 물건을 만들 수 있으리란 생각에서였다. 그러자 이상한 일이 일어났고 나는 그 일을 영원히 잊을 수 없다. 돌 위에서 총을 맞고 죽어 있는 이구아나에게 다가가는데 몇 걸음 옮기기도 전에 이구아나가 선명한 색을 잃어가는 게 보였다. 이구아나가 지닌 모든 색이 마치 긴 한숨을 내쉬듯 빠져나갔고 내가 다가가 만졌을 때는 콘크리트 덩어리처럼 우중충한 잿빛이 되어 있었다. 그 찬란한 빛을 발했던 건 이구아나의 몸 속에서 맹렬히 고동치던 살아있는 피였다. 그 불길이 꺼지고 영혼이 빠져나가자 이구아나는 모래 자루처럼 죽은 물체에 지나지 않았다.
*사파리--사파리(스와힐리어: safari)의 본디 뜻은 '여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248) 델라미어 경의 막사:
다음 날이면 막사를 철거하고 이동해야 했지만 그곳은 마치 하나의 도시 같았고 마사이족이 우글거렸다. 그건 델라미어경이 늘 그들에게 매우 우호적이었기 때문이며, 마사이족은 그곳에서 너무도 대접을 융숭하게 받았기에 일단 들어갔다 하면 나올 줄을 몰라서 우화에 등장하는 사자굴처럼 온통 들어가는 발자국뿐이지 나오는 발자국이 없었다. 왜소한 몸집의 델라미어경은 그 북새통의 중심에 있었는데 언제나 그렇듯 지나치리만큼 정중하고 친절했으며 흰 머리를 어깨까지 기르고 있었고 몹시도 편안해 보였다.
(249)마사이보호구역의 저녁:
일몰 후에 강이나 물 웅덩이에 도착하여 우마차에서 황소들을 풀고 길게 열을 지어 걸어갈 때 마사이족 보호구역의 저녁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가시나무들이 서있는 초원은 어느새 캄캄해졌지만 공기는 청명했고 우리 머리 위 서쪽 하늘에 밤이 깊어갈수록 점점 더 커지고 밝아질 별 하나가 황수정 속의 은빛 점처럼 막 떠올랐다. 폐에 닿는 공기는 차가웠고 긴 풀은 이슬을 떨어트렸으며 풀잎에서 강하고 자극적인 향이 풍겼다. 잠시 후 사방에서 매미들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풀은 나였고 공기와 보이지 않는 먼 산도 나였고 지친 황소들도 나였다. 나는 가시나무 사이로 부는 산들바람을 들이마셨다.
(258-262)키토시 이야기:
(백인 주인이 하인 키토시에게 일렀다. 말을 타지 말고 끌고 오라고. 키토시는 그 지시를 어기고 말을 타고 돌아왔다. 주인은 그에게 심한 매질을 가하고 창고에 묶어 놓았다. 물론 밥도 주지 않고. 키토시는 죽고 싶다고 말했다. 그날밤 키토시는 죽었다. 백인 주인은 중상해죄를 저지른 결과에 대해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262)무엇이 옳고 품위 있는 일인지를 잘 알았던 원주민 키토시, 죽음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지녔던 그의 모습은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도 그 아름다움으로 우리의 눈길을 끈다. 그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스스로 원하는 때 감쪽같이 사라져서 결코 우리 손에 잡히지 않는 야생동물의 바람 같은 면모를 엿볼 수 있다.


(263)아프리카의 새들:
--큰코뿔새--
큰코뿔새도 농장을 찾는 손님으로 케이프 밤나무 열매를 먹으러 왔다. 큰코뿔새는 참으로 기이한 새다. 큰코뿔새를 만나는 건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은 모험이요 체험으로 그건 이 새들이 지나치게 영악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아침 해가 뜨기 전에 집 밖에서 요란한 새 울음소리가 들려 테라스로 나가 보니 잔디밭의 나무들에 41마리의 코불새가 앉아 있었다. 코뿔새들은 새라기보다는 어린아이가 나무에 갖다놓은 환상적인 장식품 같았다. 코뿔새들의 검은 색은 아프리카의 매력적이고 고귀한 검은색으로 해묵은 그을음처럼 오랜 세월에 걸쳐 배어든 그 깊은 검음을 보고 있노라면 우아함과 활력, 생기에서 검은색을 따를 색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수정처럼 맑은 아침 공기 속에서 그 검은 새들은 신선함과 맑음을 만끽했고 나무들과 새들 뒤로 불그스름한 공처럼 보이는 태양이 떠올랐다.


(279)몸바사의 풍광:
몸바사는 어린아이가 그린 천국 그림 같은 풍광을 지니고 있다. 몸바사 섬을 둘러싼 깊숙한 만은 이상적인 항구를 이루고 있다. 희끄무레한 산호 절벽으로 이루어진 땅에는 가지를 넓게 뻗은 초록빛 망고나무들과 환상적인 잿빛 대머리 바오밥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몸바사의 바다는 수레국화처럼 푸르고 항구로 들어가는 입구 바깥으로는 인도양의 긴 파도가 비뚤비뚤하고 가느다란 흰 선을 그리며 바람이 잔잔한 날에도 낮은 천둥소리를 낸다. 좁은 거리들로 이루어진 몸바사 시가지 모두 황갈색, 장미색, 황토색을 띤 예쁜 색조의 산호암으로 지어졌으며 시가지 위쪽으로는 성벽과 총안이 있는 거대한 옛 요새가 솟아있는데 3백 년 전 포르투갈군과 아랍군이 대치했던 곳이다. 요새는 오랜 세월 시가지보다 높은위치에서 폭풍우 속의 저녁놀을 많이 마셔서인지 시가지보다 강렬한 색채를 뽐낸다.
몸바사의 정원들에 핀 타는 듯 붉은 아카시아꽃들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색채가 강렬하고 잎이 섬세하다. 이글거리는 태양이 몸바사를 태우고 그슬린다. 이곳의 공기는 소금기로 가득하며 바람이 날마다 동쪽바다에서 염분을 새로 실어오는 탓에 토양마저 소금기가 많아서 풀이 거의 자라지 않고 땅이 춤판처럼 헐벗은 모습이다. 하지만 수령이 오래된 망고나무들이 무성한 초록색 잎을 달고 있어서 인심좋은 그늘을 드리운다. 망고나무들은 발치에 둥그렇게 시원한 검은 그늘을 늘어뜨린다. 그리하여 내가 아는 그 어떤 나무보다 더 좋은 만남의 장소를 제공하고 마을 우물가처럼 사람들의 교류의 중심이 된다.
(280)잔지바르 왕국 이야기:
(나는 잔지바르라는 단어만 보면 프래디 머큐리가 떠올라 활자들에 잠시 머문다)
카렌의 지인 아랍인 알리 빈 살림의 집에는 1840년대의 섬세한 영국도자기 티세트가 있는데,  잔지바르 왕국 술탄의 아들이 페르시아 공주와 결혼할 때 젊은 영국 여왕부처가 결혼 선물로 보낸 것이라고했다.
(281)함부르크 동물원으로 실려가는 기린들:
기린들은 놀란 듯 가냘픈 목을 이리저리 돌렸는데 사실 놀랄 만도 했다. 바다를 본 적이 없을테니까. 나무 궤짝은 기린들이 겨우 서 있을 수 있을 정도로 비좁았다. 기린들의 세상이 갑자기 줄어들고 이상하게 변하여 기린들을 옭죄고 있었다.
기린들은 항해 후에 자신들이 어떤 신세로 전락할지 상상도 못할 터였다. 드넓은 초원을 여유롭게 거닐며 살아온 당당하고 순수한 생명체가 포로 생활과 추위, 악취, 담배 연기, 옴,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세계의 끔찍한 귄태를 어찌 알겠는가?
기린들은 앞으로 맞이할 긴 세월 동안 가끔 잃어버린 고향을 꿈꾸게 될까? 풀과 가시나무, 강과 물 웅덩이, 푸른 산은 지금 어디 있을까? 어디로 간 것일까? 초원 위의 높은 하늘과 달콤한 공기는? 울퉁불퉁한 땅 위를 나란히 함께 달리던 다른 기린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밤의 보름달은 어디로 갔을까? 기린들은 동물원 운반차에서, 썩은 지푸라기와 맥주 냄새가 진동하는 비좁은 상자 속에서 잠이 깨어 몸을 뒤챈다.
안녕, 안녕. 너희 둘다 항해 중에 죽어 하늘나라로 가기를.
그리하여 지금 궤짝 너머로 작고 고귀한 머리를 내밀고 몸바사의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놀라 두리번거리는 너희가 아프리카에 대해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함부르크에서 또 다시 외로이 고개를 두리번거리는 일이 없기를.
우리 인간으로 말할 것 같으면, 누군가에게 혹독하게 이용을 당해봐야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우리가 기린들에게 저지른 잘못에 대해 용서를 빌 것이다.

5.농장과의 작별
(323)데니스와의 마지막 시간들:
데니스의 작은 집은 몸바사 북쪽 50km 거리의 타카웅가 만에 있었다.--그곳의 경치는 신성하고 깨끗했으며 불모의 바다의 광활함을 지니고 푸른 인도양이 눈앞에 펼쳐져있고 깊은 탕가웅가 만이 남쪽에 있고 연회색과 노란색 산호암으로이루어진 길고 가파르고 중단 없는 해안선이 시야 끝까지 펼쳐져 있었다.--마침 나는 보름달이 뜰 때 타카웅가에 머물렀는데 환히 빛나는 고요한 밤의 완벽한 아름다움에 압도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은빛바다를 향해 문을 열어놓고 자면 따스한 미풍이 살랑거리며 푸석푸석한 좁은 모래밭을 지나 돌바닥으로 기어 올라왔다.
(325)사파리를 위한 코끼리 떼 탐사를 위해 보이 주변 비행에 나섰다--(카렌이 동행하기를 원했으나 데니스는 거절했다)./내가 데니스에게 비행기를 태워 달라고 했을 때 그가 거절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데니스는 8일 금요일에 출발했다. 그는 떠나면서 말했다.
"목요일에 돌아오겠어요. 당신과 점심을 함께 먹을 수 있도록 맞춰 올게요."
그는 차를 몰고 나이로비의 비행장을 향해 출발해서 진입로를 내려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내게 줬던 시집 한 권을 여행에 가져가겠다고 했다. 그는 한 발을 자동차 발판에 올려놓고 한 손으로 책의 시 한 편을 짚었다.

평원 위로 날아가는 회색기러기들을 보았네.
높은 공중에서 약동하며
지평선에서 지평선으로  흔들림없이 나는 야생기러기들
목구멍에서 빳빳이 굳은 기러기들의 영혼
기러기들이 거대한 하늘을 회백색 리본으로 장식하고
태양의 수레바퀴가 주름진 언덕들 위에 걸려 있었네.

그러곤 내게 손을 흔들며 영원히 떠나버렸다.
(326)나는 목요일이 되자 데니스가 보이에서 해뜰 무렵에 출발하여 은공까지 두 시간 정도 걸릴 거라는 계산으로 그를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는 오지 않았고 나는 마침 나이로비에 볼 일도 있던 참이라 차를 몰고 나이로비로 갔다.
---만사 되는 일이 없었던 아프리카에서의 마지막 몇 개월 동안 가끔 느닷없이 고립감이 마치 어둠처럼 나를 덮쳤고 나는 그것이 광기라도 되는 듯 두렵고 끔찍했다.
그 목요일 나이로비에서도 그 악몽같은 기분이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걷잡을 수 없이 강해져서 나는 이러다 미쳐 버리는 게 아닌가 싶을 지경이었다. 나이로비가, 그곳에서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깊은 슬픔에 잠겨 있었고 그런 가운데서 모두들 나를 외면했다.---나는 나이로비에서 무인도에 온 듯한 기분을 느꼈다.
(맥밀런부인이 전해주는 소식을 통해 데니스의 사고를 알았다)

(데니스는 베릴에게는 보이에 같이 가자고 했고, 카렌에게는 위험하니 혼자 가겠다고 했다. 두 여자는 모두 데니스와 특별히 친한 관계인 듯하나 카렌은 베릴에 대해 그 어디에서도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미스테리한 부분이다
1931년 카렌 나이 46세, 베릴 나이 29세,  만약  베릴이 데니스와 함께 그 비행기를 탔더라면 이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329)그날 이후 여러 해가 지나도록 케냐 식민지 사람들은 데니스의 죽음을 회복 불가능한 손실로 여겼다.---사람들은 그에게 훌륭한 스포츠맨이었다는 찬사를 보내면서 물론 그가 매우 명석했다는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그들이 진정으로 그를 기억하고 그리워했던 건 그가 자의식이나 이기심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인물이었으며 백치들에게서나 볼 수 있는 무조건적인 진실함을 지녔기 때문이었다.---원주민들은 백인들보다 데니스를 더 잘 알고 있었기에 근친을 잃은 것과 같은 슬픔에 빠졌다.
---그는 은공 언덕에 묻혔다. 그 비탈은 전망이 탁 트여 있어서 석양빛 속에서 케냐 산과 킬리만자로를 볼 수 있었다.
(336)나중에 데니스의 형 윈칠시 경이 데니스의 무덤에 오벨리스크 모양의 탑을 세우고 고인이 생전에 애송했던 시 '늙은 선원의 노래'의 한 구절을 새겨 넣었다.
---영국에도 데니스를 추모하는 기념물이 있다. 그의 동문들이 그를 추모하는 뜻에서 이튼의 두 운동장 사이로 흐르는 작은 강에 돌다리를 놓은 것이다.
---영국의 부드러운 풍경 속의 강과 아프리카의 산등성이 사이로 그의 인생길이 나 있었다. 이튼의 다리 위에서 활시위가 당겨졌고 화살은 궤도를 그리며 날아가 은공 언덕의 오벨리스크에 꽂혔다.
(348)소작인들과의 이별:
(그들은 갈 곳이 없었다. 그것도 '함께' 떠나길 원해서 카렌을 난감하게 했다.)
원주민들은 법적으로 땅을 매입할 수 없었으며 내가 아는 농장 중에 그들을 소작농으로 받아들일 만큼 규모가 큰 곳도 없었다.
---원주민들에게서 땅을 빼앗는 건 단순히 땅만을 빼앗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과거와 뿌리, 정체성까지 빼앗는 것이다. 그들이 보아 왔던 것이나 보게 될 것을 빼앗는 건 어찌 보면 그들의 눈을 빼앗는 것이다.
(349)마사이족은 철길 북쪽의 옛 터전에서 현재의 마사이족 보호구역으로 옮겨오면서 그곳의 언덕, 초원, 강의 이름을 가져와 새 터전의 언덕, 초원, 강에 붙였다. 여행자를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일이지만, 마사이족은 잘려 나간 자신들의 뿌리를 약으로 가져와서 유형지에서 그것으로 과거를 이어가려 한 것이다.
(351)카렌의 승리:(원주민의 땅을 강제로 빼앗은 백인들은 카렌의 소작인들이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서성거리게 만들었다. 카렌은 거의 사명감을 가지고 이들의 거처 마련을 위해 당국과의 끊임없는 조율에 신경을 썼다.
마침내 다고레티 산림 보호구역의 일부를 그들에게 내주기로 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농장 사람들은 심오하고 조용한 감동 속에서 그 소식을 받아들였다.
나로서도 소작농들의 거처 문제가 해결된 건 커다란 위안이었다.
---그리고 이삼 일이 지나자 아프리카에서 내가 할 일은 모두 끝났으니 이제 떠나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나는 내인생에 대한 일종의 몸값으로 소유물을 하나씩 버리는 것에 동의했는데 아무것도 남지않게 되자 나 자신이 운명이 버릴 것 중에서 가장 가벼운 것이 되어 있었다.
(353)작별---은고마(=춤판)
(정부가 은고마를 금지했으나 키쿠유족의 노인들은 카렌을 위해, 이 노인들이 추는 춤을 보여주기로 했다. 100여 명의 노인들이 농장으로 모였다. 추위를 타는 노인들이 그날은 춤을 추기 위해 벌거숭이가 된 채로 온몸에 문신을 했다. 그리고 춤을 추는 중에 원주민 병사가 편지를 가져왔다. 행사를 중단하라고.)
(355)키쿠유족노인들은 늙은 양떼처럼 서서 주름진 눈꺼풀 밑의 눈을 내 얼굴에 박고 있었다.---나는 그들에게 우리의 은고마가 끝났다고 말했다.--어쩌면 그들은 실제로 은고마가 열렸고 그것은 다른 모든 걸 무가치하게 만드는 강력한 힘을 지닌 비길 데 없는 은고마였기에 그것이 끝나자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책을 읽었으니 이제 다시 영화를 보면 구석구석 더 잘 보이고 좀더 깊은 맛을 느끼겠지?)

'책 ·영화 ·강연 이야기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마사이족이다  (0) 2022.01.16
마사이족, 아프리카~  (0) 2022.01.12
더블린 사람들  (0) 2022.01.04
매일이, 여행  (0) 2021.12.31
이 밤과 서쪽으로West with the Night  (0) 2021.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