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14일 목 (11도/2도) 흐린 뒤 갬
-DMZ 펀치볼 둘레길 탐방- 3시간, 8km, 11412보 걸음
오늘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며칠간 워밍업을 했다. 산책을 줄이고 보건소에서 타온 관절염약을 어제오늘 복용하고--
9시 20분 '펀치볼 야생화공원'에 도착, 숲길체험지도사의 안내를 받아 '오유밭길' 탐방에 나섰다.
펀치볼은 우리나라 최대의 분지로 그 안에 들어서면 가슴이 탁 트인다. 6.25 땐 밀고 밀리는 전투가 치열했던 곳으로 주변에 '도솔산 전투전적비', '피의 능선 전투전적비', '펀치볼 전투전적비' 등이 말없이 당시를 증언하고 있다.
지금은 양구 특산물인 시래기와 사과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楊口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곳엔 버드나무가 많다. 5가지 버드나무가 있는 곳이라는 의미로 '五柳밭'길이라는 이름도 생겨났다 한다. 처음엔 완만한 산을 오르는가 했는데 갈수록 가파르고 숨이 찬다.
어느 시점에 이르러서 숲길 안내자가 철문을 따고 들어간다. DMZ 안으로 들어선 것이다. 이곳은 지정된 도로 이외의 곳은 지뢰밭이라 엄격히 통제되고 있다.
제한된 길을 따라 걸어가는데 가까운 군부대에서 포사격 훈련이 있는지 따콩따콩 쿵! 연달아 포소리가 들려온다.
안내자가 땅을 자세히 보라 한다.
햇살이 닿는 땅바닥엔 눈을 크게 떠야 들어오는 작은꽃들이 천지삐까리다.
꿩의 바람꽃,개별꽃,남산제비꽃, 얼레지꽃과 현호색이 제일 많이 눈에들어오고 발 아래 밟히기도 한다.
그때 저만치 두 여인이 등을 구부리고 뭔가를 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나물을 캐다가 발각되면 5000만원 벌금이라는데,어쩌나 하며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지도사가 다가가더니
"무얼 채취하셨습니까" 하니 아무 말없이 자루를 열어 보여 준다.
명이나물과 얼레지가 가득하다.
"어서 여기서 나가세요. 다시는 여기 들어오시면 안됩니다."
지도사는 가타부타 말없이 우릴 데리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두근거리던 가슴을 쓸어내렸다.
꽃을 찾는 즐거움에 빠져 오르내리막을 언제 다 지나왔는지, 다리가 아팠는지 어땠는지 모르게 어느새 DMZ 를 벗어났다. 고라니와 살쾡이도 많이 다닌다는데 그들의 똥밖에 보지 못했다.
원시자연을 체험한 듯하여 기분이 날아갈듯 상쾌하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으니 자연이 제대로 숨을 쉬는가 보았다.
매일 이렇게 하루에도 몇차례 숲길 안내를 해주고 있을 숲길체험지도사에게 거듭 감사의 말을 전하며 작별인사를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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