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감사일기

속깊은 이웃

맑은 바람 2022. 8. 22. 19:15

2022년 8월 22일 월 (감사일기8)

이층에 세들어 살던 젊은부부가 갑자기 집을 사서 이사를 가야겠다고 합니다.

계약만료 때까지 아직 한참 남았는데 말입니다.

이왕 그리된 거, 빨리 빼주고 싶은 마음이 앞서 전세금을 올리지도 못한 채로 그전 가격으로 새로 사람을 들였습니다.

그러고 나니 <임대차법>이란 게 생겨 5% 이상 임대료를 올리지 못하게 되었네요.

난감하기 이를 데 없게 된 것이, 주택담보대출 받은 것이 원리금 상환이 시작되어, 수입의 1/3이 빠져나가게 된 것입니다. 문자 그대로 '하우스 푸어'가 된 셈이지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함께 살다가 신혼주택을 분양받아 나간 아들이 SOS를 쳐 온겁니다. 융자금 때문에 못살겠다고요~
그때부터 머리가 지끈지끈, 잠이 안오더니 이석증도 찾아왔습니다.
며칠 고민 끝에 이층 세입자에게 카톡을 보냈습니다, 간곡한 마음을 담아서.
얼마 지나지 않아 답신이 왔습니다.

계약 만기가 1년 남았지만 사정을 참작해서 원하시는 전세상향금을 준비되는 대로 드리겠다고.

법대로 하겠다며 냉정하게 거부해도 할 말이 없지만 그분은 제뜻을 받아주셨지요.

그분들 앞에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갑자기 머릿속이 맑아지고 잠도 잘왔습니다.

감사의 인삿말은 했지만 그분은 내가 이렇게 기뻐하고 고마워하는 줄은 미처 모를 겁니다.
부디 대대손손 복 받으시고 편안한 날들 이어지시기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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