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12월 1일은
내가 한 남자를 만나 운명의 배를 타고 새로운 항해를 시작한 날이다.
당시는 주로 봄가을에 결혼식을 하던 때라 겨울에 결혼식을 한다니까
약간 의아한(혹시 속도위반?)시선으로 보는 이들이 있었다.
울 엄마도 그랬으니 남들이야--
그나 나나 일반예식장보다는 좀 색다른 걸 좋아해서 결혼식도 명동의 로얄호텔에서 올렸다.
일요일이었음에도 그날 결혼식은 우리 한 건밖에 없었다.
당시는 호텔 결혼식이 그리 대중화되지 않았던 때라, 직장에서는 내가 갑부 집으로 시집을 가는가 보다고
숙덕거렸다.
어느덧 서른 두해.
강산이 세 번 변하는 동안, 한때 시할머니, 시누이 시동생 합해 열세 식구가 들벅거렸는데
이제는 뿔뿔이 저 살 길 찾아 떠나고 시할머니, 시어머니는 이승을 영원히 하직하셨다.
그새 잃은 것 무엇이며 얻은 것 무엇인가 생각하니,
그래도 심신 건강한 아들 둘 얻고 큰 탈 없이 36년간 직장생활을 잘 할 수 있었고
게다가 신혼시절 50 만원짜리 전세방에서, 이제는 꽃나무 키울 수 있는 땅뙈기도 있는 내 집을 갖게 되었으니,
마음자리 쓸쓸하고 서러운 날 많았어도 그리 크게 밑지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써드 에이지에 접어들면서
보다 자유롭게 말하고 행동하지만 어떤 그물에도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그리고 활기찬 삶 속에서 주변에 작은 기쁨과 넉넉함을 나눌 수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
나로 인해 단 한 사람이라도
기쁘고 행복했으면 하고 소망하며
그런 삶을 살고 싶다.
(2006년12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