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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 <바람과 모래와 별들>

맑은 바람 2023. 4. 12. 12:34

생텍쥐페리/김채영 옮김/청목/1판1쇄 2004년12월 /253쪽/읽은 때 2023년 3월 24일~4월11일

생텍쥐페리:1900~1944
프랑스 리옹출생/소설가/4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심/할머니가 살고 있는 라몰르성에서 성장/17세의 남동생이 갑자기 죽음/19세에 해군사관학교에 합격/21세에 항공부대에 근무/22세에 보조 전시 조종사로서 이스트르에 임명됨/23세에 비행기사고로 두개골 파열, 제대함/26세 때 민간항공사에 취업/툴루즈와 카사블랑카 간의 우편물 전달임무 수행/상업 비행의 문을 연 최초의 조종사로서 북서 아프리카, 남태평양 등의 항로를 개척함/민간항공 업무에 종사한 공으로 레지옹 도뇌르 훈장 받음/31세 때 '야간비행'으로 페미나상을 받음/1939년 '바람과 모래와 별들'발표, 프랑스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부문 대상 수상/자전적 요소가 농후한 작품/43세에 자신이 幽門癌에 걸렸음을 알게 됨/1944년 폭격중대에 편입, 7월 31일 8시30분 8시간 쓸 기름을 싣고 출격, 돌아오지 않음

*비행술
(10-11)조종사 뷔리의 무사 귀환:
그의 거친 모습은 용을 물리친 천사의 모습으로 보였다.
(11)항공담당관의 말:
"스페인 상공에서 구름바다 위를 나침반만 믿고 비행하는 것은 아주 유쾌하고 멋진 일이오. 하지만--그 멋진 구름바다 아래는 --죽음이라는 걸 명심하시오"
(생텍쥐베리가 비행을 할 당시는 항공기 엔진이 부실하기 짝이 없고 비행술 또한 서툴러서 조종사의 사망은 비일비재한 때였다. 생텍쥐베리 또한 여러 번 치명적인 사고로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지 않았는가)
(20)나의 첫 비행:
나는 더이상 폭풍우를 겁내거나 원망하지 않는다.직업의 긍지가 내게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열어주니 나는 그 세계에서 두 시간 후면 상상하기 어려운 시커먼 용들과 길고 높은 산맥과 씨름을 하다 밤이 되면 자유로이 별을 찾아 내 길을 날 것이다.
(23-24)이 희망의 빛 (유도등이라고 생각되었던)은 무수히 떠있는 야속한 별의 깜빡거림이었다.---그 순간 나와 네리는 은하의 수많은 별 중에서 단 하나, 진정한 별, 우리가 보아오던 풍경과 애정이 담긴 별을 찾아 우주의 공간을 헤매고 있다고 느꼈다.
---인간은 아무리 위험한 상황에서도 인간이기에 갈증과 배고픔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다시 시스네로스 비행장에서 연료를 가득 채운다면 새벽에 카사블랑카(모로코 항구도시)에 도착할 자신이 있었다.그러면 무사히 임무가 끝나고 나와 네리는 시내로 가 작은 술집을 찾을 것이다.
이제 모든 위험에서 벗어나 간밤의 고통을 즐거운 일이었던 것처럼 웃으면서  막 구워낸 크루와상과 밀크커피를 마실 것이다. 또한 내리와 나는 창조의 시작인 아침을 선물로 받은 것이 될 테고 평화로운 농촌의 할머니상이 그려진 순박한 메달을 걸고 끝없는 기원으로 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모든 고통이 끝난 삶의 기쁨은 향기롭기만한 한 모금 밀크커피의 맛일까? 저 우주의 무수한 별 가운데서 우리에게 향기로운 커피를 줄 수 있는 별은 오직 지구 하나 뿐이다.
(28)조종사의 의무
유능한 조종사는 항로의 어느 부분의 풍경이라도 단순하게 여기질 않는다. 대지와 하늘의 색깔, 바다 위를 부는 바람, 황금빛 황혼녘의 모든 구름을 감탄하며 바라보지도 않고 싫어하지도 않는다.---처음에는 대자연이 오만스럽게 고통을 주는 것 같지만 시간이 흐르면 엄격함과 순응할 힘을 주는 것이다.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하늘이 만든 위대한 재판정에 홀로 남겨진 조종사는 산, 바다, 폭풍우라는 세 가지의 자연의 신과 싸워야 하는 것이다.

*동료들
(30-34)1.메르모즈
카사블랑카~사하라사막 상공 ~다카르 항공로 개척/부에노스아이레스~안데스산맥~산티아고 드 칠레구간 시험 비행/야간비행의 길 개척/부에노스 아이레스~대서양~툴루즈 개척/이처럼 메르모즈는 사막과 산과 바다와 밤을 개척하였다./마침내 조종사로서 종사한 지 12년이 되던 어느 날, 다시 한번 남대서양 상공을 비행하던 중 오른쪽 위에 있는 엔진을 끊어버린다는 짤막한 통신을 보내왔다. 그리고는 영원히 침묵하였다.---곡식을 모두 거둔 후 그 밭에 누워 자는 농부처럼 메르모즈는 자기의 길에 숨어 자고 있을 게 분명했다/그러나 우리는 친구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없음을 알게 되고, 풍요로운 비밀의 정원에 들어가는 것을 막아버림도 안다.  비로소 우리는 순간적인 슬픔이 아니고 찢어질 듯한 쓰라린 영원한 슬픔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떠나 버린 동료를 대신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오랜 벗이란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공동의 추억들, 함께 겪은 고통의 시간, 오해로 인한 언쟁과 화해, 이런 마음에서 일어난 일만큼 보물 같은 게 과연 있겠는가! 이런 우정은 쉽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한 그루의 나무를 심고 그 나무 밑 그늘에서 쉬기를 바라는 것은 헛된 일이다.
인생이란 이런 것이다. 우리는 당장의 가치를 따지지 않고 먼 훗날을 위해 나무를 심는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 이 나무들이 한 그루, 두 그루 사라지는 날이 온다. 동료들은 그늘을 하나, 둘 우리에게서 앗아간다. 그러면 우리들은 늙어간다는 슬픔에 회한을 느끼며 지내야 한다./내가 살아온 일생 중에 가장 깊은 맛을 남겨준 것과 가장 가치있는 시간을 안겨준 것을 돌이켜보면, 그것은 많은 물질에서 얻어진 것이 아니었다.
메르모즈와 우정과 시련을 함께 겪으며 동료로 맺어진 우정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다.
비행을 하던 밤하늘에 빛나던 수 많은 별들, 평화롭기만한 공간, 하늘에서 몇 시간 동안 혼자만의 세계를 갖는 것은 돈으로 절대 살 수 없는 것들이다. 돌아갈 수 없는 지역에서 갇힌 밤은 언제나의 밤처럼 그러하고 추억은 새롭게 이어진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이제 이 말들 하나하나가  얼마나 가슴에 와닿는 말인가!)
(34)리오데오로의 해변에 불시착함:
불시착한 비행기를 도우려 세 대의 비행기가 한데 모인 것이다./밤을 지새우기 위해 촛불을 켜고 우리를구원해 줄 아침이나 모르인(비적떼)을 기다렸다. 우리는 서로의 재미있던 일을 회상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농담을 하며 노래를 불렀다.
우리는 잘 차려진 축제장에서 느끼는 행복감 같은 가벼운 흥분을 맛보았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무척이나 가련했다.바람과 모래와 별들, 그것은 트라피스트 수도원에나 있을 법한 규칙적인 생활양식이었다. 자신들의 추억 말고는 이 세상에서 아무것도 지닌 게 없는 예닐곱 명의 남자들이 그 황폐한 곳에서 마음의 정을 나누고 있었다.

2.기요메(36~
듬직하면서도 명랑한 사람/대단히 용감한 사람/안데스 산맥(6400m)을 넘는 비행 중 조난을 당해 50시간 동안 통신이 두절됨/7일째 되는 날 살아 돌아옴/감격적 해후---우린 울었다. 자네 스스로 만들어낸 기적의 몸을 나는 으스러지도록 껴안으며 값진 희열을 맛보았다. 긍지와 보람으로 가득했던 자네의 심정을 말한 게 바로 그때였다.
"그동안 내가 한 일은 이 지구상의 어떤 동물도 한 적이 없었다고 난 자신하네"

*비행기
15톤의 금속

*자연의 위력
***(誤記)조셉 콘드라-->조셉 콘래드. '로드 짐'의 저자
(54)트릴로에서 아르헨티나 코모도--리바다비아를 비행 중일 때
바람의 속력이 시속 100마일/우리는 한 시간 동안 솟구치고 거꾸러지며 계속 보이지 않는 공기 수렁에 빠지게 된다. 이것은 힘겨운 노동이어서 우리의 근육은 마치 부두노동자가 짐을 나른 듯한 뻐근함을 느끼는 것이다. 그래봤자 그것은 한 시간이면 끝났다/그러나 이 날만은 하늘의 색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하늘은 푸른색이었다.--푸른하늘이 막 갈아놓은 칼처럼 반질거렸다.미리부터 나는 신체적 이상이 오리라는 막연한 불쾌감을 느꼈다. 맑은 하늘이 도대체 불쾌했다.
/나는 가죽벨트를 힘껏 조이고 한손으로 비행기의 방향을 돌리며 다른 손으로는 조종석과 나란히 있는 縱通材를 잡았다/조금 지나자 경미한 동요가 일어났다.---그리고는 주위에 있던 모든 것이 폭발했다.

*비행기와 지구
*오아시스
*사막의 인간
(98)우리는 이제 안전하다고 안심을 할 수도 있다.그러나 아직은 사막의 풍토병,불의의 사고, 약탈자들의 습격 등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사막 위의 인간은 저격병이 노리는 과녁이라고 세네갈 출신 보초는 우리에게 일러주었다.
(101)사막의 모르인:
그들은 우리와 陣地에서 서로 마주쳐도 욕을 하거나 경계의 눈길을 보내지 않고 오히려 한심하다며 얼굴을 돌려 침을 뱉을 정도로 자신들의 힘을 과신하며 우리들을 경멸했다.
(102-103)아랍인
그들은 사막을 오직 낙원으로 알고 살며, 거기에 매달린 아름다운 여인들은 인간으로 비참한 30여 년을 살다가 이 모래 위에서 이방인의 총 한 방에 죽음을 맞는 사람들이었다. 신은 이들을 속이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는 이들의 상당한 재원을 가져가면서도 그들의 갈증이나 죽음의 배상을 하지 않는데도 내버려두니 말이다. 지금 모르인의 족장들은 그런 것을 깨닫고, 천막 주위로 끝없이 펼쳐진 사막, 죽을 때까지 그저 지금까지의 삶의 터전인 사하라를 바라보면서 자기들의 처지를 독백하는 것이었다.
"당신만 알고 있어---.프랑스 사람들의 신은 모르인의 신이 모르인에게 베푸는 것보다 더 관대하더란 말이야."

*사막의 포로
(131)트리폴리에 들어설 때 나는 검은 안경을 벗었다. 모래가 금빛으로 반짝였다.어째서 이 대지는 저렇게 황량할까! 강물이며 나무며 사람이 사는 집들이 이곳에서는 우연한 행운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바람과 모래와 별'이 차지하는 부분이 얼마나 대단한가. 신비한 사원에 갇힌 듯 밤이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 밤이 오면 바람들은 왠지 명상에 빠져들기 쉬워진다. 이 죄 많은 세상의 고뇌는 희미하게 사라지려 한다. 아직도 모든 풍경이 황금빛을 띠고 있지만 그곳에선 무엇인가가 조금씩 빠져나가고 있다. 이런 시간만큼 훌륭한 것을 나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133)이집트 사막 위를 날다:
이제 달도 없다.불빛 하나 발견할 수 없고, 아무런 표적의 도움도 받기 어려웠다. 통신도 없기에 나일강에 닿기까지는 사람이 보내는 신호도 받을 수가 없다. 이따금 발광되지 않는 계기를 보려고 등뒤의 불을 켜는 순간을 제외하고는 오직 어둠뿐이다. 지금껏 잘 견디어 내던 프레보마저 잠들어 버리자 나는 더욱 고독해진다. 엔진의 정상적인 회전 소리와 내 앞의 계기판,  그리고 조용한 별들만이 있을 뿐이다.
(141)사막에 비행기가 추락함:
--나는 희망적인 증거를 찾으려 했으나 그것을 도무지 발견해 내지 못했다.--사막의 한가운데, 사방으로 250마일을 가야 사람들을 보게 되는 곳이었다.
---편하게 누워서 구조에 대한 생각을 해보았다. 우리는 우리의 위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1리터의 액체도 가지고 있지 않다. 만일 우리가 대략 항공선 위에 놓여 있다면 1주일 걸려서야 발견될 것이다.
(142)조난자의 잠:
떠나기 전에 우리의 계획을 큰 글자로 모래 위에 써 남겨두자. 그러기 위해서는 잠을 푹 자야 했다. 아직은 목이 마르지도 않고 기분도 좋지 않은가? 지금은 모든 것을 잠에다 맡길 뿐이다. 잔다는 것이 나는 몹시 기쁘다. 피로가 숱한 존재들로 나를 감싸준다. 나는 사막 속에 홀로 있는 것이 아니며, 반쯤 든 잠에는 내 목소리와 추억과 속삭여진 속내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현실도 꿈 앞에서는 맥을 못 추는 법이다.
(158)오렌지 하나:
새벽의 이슬 몇 방울을 받아 갈증을 해결하려고 여기저기 뒤지다 오렌지 하나를 발견했다. 가슴을 설레면서 그것을 반씩 나눴다.우리는 누워서 반쪽의 오렌지를 보며 기적이라고 생각했다. 내 손에 쥐고 있는 이 오렌지 반쪽은 내 일생에 가장 큰 기쁨의 하나를 안겨 주었다. 이것이 이처럼 행복감을 줄 수가 있을까! 감옥의 죄수가 담배와 럼주를 배급 받고 흡족해 하던 모습을 이제야 이해할 것 같았다.
(160~163)사막에서의 마지막 순간들:
--내 기억은 시원한 저녁이 온 뒤에야 다시 살아난다. 나 또한 모래와 같이, 모든 것이 내 속에서 지워져 버렸다.--더 걸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물 없이 이 밤을 넘길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저녁부터는구름 한 점 없이 북쪽에서 사막의 뜨거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 바람은 물기가 전혀 없고 이슬마저 내리지 못하게 하는 바람이었다. 방향도 바꾸었다. 벌써 사막의 뜨거운 김이 우리를 스치며 지나간다. 그것은 야수가 잠에서 깨어난 것이다!  그것이 손과 얼굴을 핥는 것을 나는 느낀다.
그러나 만일 내가 더 걷는다 해도 10km를 가지 못할 것이다. 사흘 전부터 마시지도 않고 180km 이상을 걸어왔으니---
프레보는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저건 분명 오아시스야."
"미쳤나 오아시스라니!"
"여기서 20분이면 되겠어.내가 가보고 올게"
---프레보는 오아시스를 향해 떠났다. 나는 이 최고의 유혹을 알고 있다. 아울러 프레보가 돌아오지 못할 것을 안다.---나는 돌아오지 않는 프레보를 생각한다. 나는 그가 단 한번도 불평하는 것을 들은 적이 없다. 그건 아주 좋은 일이다. 남자의 투덜거리는 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매우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그는 훌륭한 남자였다.
그때 저쪽에서 프레보가 길을 잃고 흔드는 손전등 불빛이 보였다.
---"그래, 오아시스를 찾았나?"
"내가 다가갈수록 멀어지더군. 한 30분 걸었는데도 계속 멀어지더군. 하지만 나는 그게 분명 오아시스라 믿지!"
(164)수증기가 없는 대기에서는 낮에 더웠던 사막의 열기도 금방 날아간다. 벌써 몹시 추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일어나 걸었다. 몸에 열을 내기 위해서 움직였지만 어금니가 딱딱 부딪치도록 추웠다. 추위를 타지 않던 내가 추위로 죽게 되었으니 갈증의 결과란 참으로 이상하구나!
---바람이 점점 험악해진다. 사막에서는 도무지 피할 곳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사막은 대리석처럼 매끈매끈하다. 낮에는 그늘이 전혀 없고 밤은 사람을 발가벗겨 내맡긴다. 나를 보호해줄 한 그루의 나무도, 울타리도, 돌도 없다. 바람은 광활한 벌판에서 기병을 몰듯 나를 몰아댄다. 그것을 피하느라고 뱅뱅 맴을 돈다. 누웠다가 다시 일어난다. 눕든 일어서든 나는 얼음의 채찍 속에 놓여 있다. 달릴 수도 없고 기력도 지쳐 이 암살자를 피해 도망칠 수도 없기에 무릎을 꿇고 쓰러진다. 두 손으로 싸맨 머리를 모래 속에 파묻고!
---추위로 죽는다는 것은 슬프다.
(166--167)잘 있으라, 내가 사랑하던 그대들이여. 인간의 몸이 마시지 않고 사흘을 견뎌내지 못했다고 해서 그것은 조금도 내 잘못은 아니다. 내가 이렇게도 샘물의 포로일 줄은 몰랐었다. 이렇게 자립성이 부족할 줄을 짐작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인간이 자기 앞을 곧장 갈 수 있다고 믿고 있다.인간은 자유롭다고 믿고 있다.사람들은 인간을 우물에다, 탯줄처럼 인간을 대지의 배에다 붙들어맨 그 끈을 보지못한다. 한걸음만 더 내디디면 그는 죽는다.
--만일 돌아만 갈 수 있다면 나는 다시 시작하리라, 나는 살아야 한다. 도시에는 이미 인간의 생활이 없다.
---사람은 인간의 일을 하기 때문에 인간의 고민을 알게 된다. 사람들은 바람과 별과 밤과 모래와 바다와 접촉한다. 사람은 자연의 힘과 겨루어 꾀를 쓴다. 봄을 기다리는 정원사처럼 사람은 새벽을 기다린다. 사람은 약속의 땅인 양 착륙지를 기다리며 별 속에서 자기의 진리를 찾는다.
나는 불평하지 않겠다. 사흘 전부터 나는 걸었었고, 목말랐었고, 모래 속의 발자취를 쫓았었고, 이슬로 희망을 삼았었다. 땅 위 어디에 살고 있는지도 잊어버린 내 동기들을 만나고자 애써 찾았었다. 이것이야말로 살아있는 자가 해야 할 걱정이다. 나로서는 이것이 밤에 뮤직홀을 택하는 것보다는 더 중요한 일이라고 판단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169-170)사막에서 사람은 물없이 19시간을 버틴다. 그 시간을 단축하는 데 큰 공헌을 하는 메마른 西風이 분다.---나와 프레보는 새벽의 찬기온을 이용해 많은 거리를 가야 한다. 이 시원함은 습기 18%의 시원함에 지나지 않는다. 이 부는 바람도 사막에서 오는 것이다.그래서 이 거짓된 부드러운 애무 아래서 우리의 피는 증발하는 것이다.
우리는 사고를 당한 첫날 포도를 조금 먹었다.사흘 동안 우리가 먹은 것이라고는 오렌지 하나와 과자 반쪽이었다. 그런데도 배는 고프지 않고 그저 목이 마를 뿐이었다.
---갈증은 점점 병이 되어 가고 욕망에서는 점점 멀어져간다.
--우리는 주저앉았다가 다시 일어나 걸었다. 얼마 동안 걷다가 주저앉아 쉬는 것이 그렇게도 기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 일어나 걸었다.주위의 풍경도 따라서 변하여 갔다.돌이 점점 드물어지며 모래만이 가득했다. 검은 돌이 없는 금빛 사막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하라! 나는 눈에 익은 이 금빛 사막을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후에 우리가 구조되어 비행기를 찾으러 그 길을 갔을 때 그날 나와 프레보가 걸은 거리가 50마일이 넘었다는 걸 알있다. 그러니까 그때까지 200km 이상을 돌아다닌 셈이었다.
(173)그들을 구조한 아랍유목민:
언덕 뒤로 모습을 드러냈던 그 아랍인과 낙타는 천천히 멀어져 가기만 했다.--우리는 소리를 질렀지만 그건 너무 작은 소리였다.---그러다 한 명이 아주 천천히 몸을 우리가 있는 쪽으로 돌리는 게 아닌가!
그의 얼굴이 보이는 순간이면 지금까지의 모든 고통은 끝이 나는 것이다. 그가 우리를 보는 순간, 우리의 갈증과 죽음과 신기루는 사라지는 것이다. 그가 단순히 상체를 움직임으로, 단순히 둘러보는 것으로 그들의 세상은 변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생명을 창조하였으며, 기적,기적이었다. 그는 신이 물 위를 걸어오듯이 모래를 밟으며 우리에게로 오기 시작했다.
(173-1)물. 물. 물
우리는 배를 깔고 머리를 물통에 넣고 소처럼 물을 마셨다. 아랍인은 우리의 그런 모습에 눈이 휘둥그렇게 될 정도로 놀랐다.
물!
물!  맛도 없고 빛깔도 향기도 없는 너다. 어떻게 정의할 수 없다. 사람들은 너를 알지도 못하면서 너를 맛본다.
물, 너는 생명에 필요한 게 아니라 생명 바로 그 자체이다. 너는 감각적 표현으로는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기쁨을 우리에게 스며들게 한다. 너와 더불어 단념했던 모든 권리가 다시 찾아온다. 네 힘을 입어 말라붙었던 마음의 샘물이 다시 솟아난다.
물, 너는 이 세상 그 어느 것보다 귀중한 보물이며, 땅속에서 그렇게 순결하며 가장 맑고 섬세한 것이기도하다. 너는 어떤 변질이나 혼합을 용납치 않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무한하고 소박한 행복을 가져다 준다.
(두어 달 전 사하라사막을 가 보았다. 주인공이 조난을 당해 갈증과 햇볕과 더위에 서서히 생명의 샘이 말라가는 모습이 그 사막의 모래 언덕 위에 생생하다.)
(175)생환의 기쁨:
나는 하얀 시트 사이에서 잠이 깼다. 커튼을 통해 이제는 적이 아닌 햇살이 스며들었다. 빵에 버터와 꿀을 바르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어릴 적의 미각과 그 신비롭던 감각들이 되살아났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사람들에게서 온 전보를 읽고 또. 읽었다. 기쁨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그들의 세 마디를--
"미치도록 행복하지 않은가?"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1936)
(177)나한테 가장 큰 관심은 비행에 관한 것이 아니라 인간에 관한 것이므로, 스페인 內戰 초기에 인간이 자기 성취를 위하여 노력했던 이야기로서 이 책의 마무리를 짓고자 한다.
(179)사막에 추락한 일 년 후, 나는 인간의 전통적 기반이 갑자기 붕괴되었을 때, 그것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카타랑 전선으로 갔었다. 그리고 '어떤 때 인간이 죽고 싶어지는 것일까?' 라는 또 다른 의문에 대한 해결을 구하려 마드리드로 갔다.
(196)인간의 위대함이 종족의 운명에만 있는 게 아니므로 개개의 인간은 제국이다. 광산이 무너져 한 광부의 머리 위를 덮어버려도 사회의 생명은 연장된다.
비탄에 잠긴 그의 동료들, 그들의 부인과 아이들이 광산 입구로 몰려와 삽으로 흙을 퍼내 그를 구해달라고 사정을 한다.---그들은 의식, 이 세상의 다른 것과 상환할 수 없는 중요성을 가진 제국을 구하는 것이다.
무너진 갱목에 끼어있는 광부의 두개골 안에는 한 세계가 살고 있다. 부모,친구,가정, 따뜻한 스프, 축제일에 들려오는 노랫소리, 친절과 분노, 사회적 의식과 위대한 보편적 사랑이 그 두개골 안에 살고 있는것이다.

*맺는 말
(233)한 편의 시 속에서 기적을 볼 수 있고 음악에서 순수한 기쁨을 취할 수 있고, 친구들과 빵을 나누어 먹을 수 있는 사람은 신선한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곳으로 자기의 창문을 열 수 있는 사람이다. 그건 사람이 인간의 언어를 배우는 것이다.
(237)정신이 대지 위에 숨쉴 때 오직 정신만이 인간을 창조할 수 있는 것이다.
(중간에 다른 책을 읽었더니 맥이 끊겨 뒷부분은 좀 지루하게 읽었다. 요새 무릎관절통증이 심하다 보니 매사에 의욕이 없고 호기심도 줄어간다. 나이는 아무도 못 말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