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조지아 여행 물 건너간 이야기

맑은 바람 2023. 8. 5. 15:12

2023년8월4일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살바도르 달리>를 보고, 우연히 영화관에서 마주친 동생과 조카와 점심을 먹고있는데 전화가 왔다.
작은아들이다.
"엄니, 조지아 여행 취소하시면 안돼요? 지금 조지아가 여행 자제지역으로 바뀌었대요, 일부지역은 출국 권고 지역이고, 러시아 여객선이 입항을 거절 당해 분위기가 심상치 않대요."
내가 그쪽으로 여행가겠다고 할 때부터 몹시 못마땅해 하더니 이젠 적극적으로 말리는 전화다.
난 그 순간 선선히 말했다.
"가족들 걱정 끼치며 돌아다니면 안 돼지, 알았다. 취소하마."

대꾸는 간단히 했는데, 생각할수록 속이 상한다.
'이 조지아는 왜 내게 짝사랑만 허락하는 거야?'
2017년 제니한테 조지아란 나라이름을 처음 들은 후로, 관련 책들을 읽으며 얼마나 오랫동안 준비했는데~~
아니지, 이집트도 그랬잖아. 떠날 준비 다 했는데 카이로 폭탄 테러 때문에 미루고 미루다가 올해 뜻을이뤘잖아.
조지아도 戰雲이 감돌기는 하지만,그래서 일단 여행계획을 접긴 했지만 내년 봄에 가는 거 맞는 거 같다.
내년은 우리 결혼 50주년이고,대니 팔순이다.
여행을 떠나는 버젓한 명분이 있다.  다만 누구든 그러겠지만, 나이든 이들의 내일은 참으로 보장하기 어려워 하루라도 젊을 때(?)떠나고 싶었던 거다.

메눌이 직원항공권 예약을 취소하고, 터키항공에 예매해 놓은 항공권도 취소했다.
항공권 취소는 부과료가 센가 보다.
79만원 돈에서 단지 10만원을 돌려받았으니 60만원이 공중으로 날아간 셈이다.
항공권이 취소되었으니 부킹 닷컴으로 예약해 놓은 숙소 열한 곳을취소해야 한다. 모두 '무료 취소'니 그나마 얼마나 다행인가!
항공권 예약 취소로 날아간 돈은, 한달여 여행에 대한 기대감에 들떠 기쁘고 설렜던 비용으로 치자.
우리는 아무도 즐겁고 기쁜 감정을 돈으로 환산해 본 적이 없지 않았는가.

코카서스의 산들이여~
스바네티, 카즈베기, 시그나기,우쉬굴리야!
푸틴의 '미친 마음' 부디 잘 다스리어, 그 땅이 털끝만큼도 훼손되지 않도록 지켜다오.
그리고 돌아오는 봄에 기꺼이 나를 그곳으로 초대해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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