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인도

힌두교의 축제일

맑은 바람 2023. 9. 24. 22:17

 2002년 2월 6일

 

인도에 와서 처음으로 교통 체증을 겪었다.

잔시에서 카주라호로 가는 길이었다.

도로는 차(버스, 승용차, 오토 릭샤, 릭샤, 수레, 오토바이, 자전거--)-탈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차-와 걸어가는 사람들과

개들까지 길을 메워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룬 가운데 그들은 어딘가로 몰려가고 있었다.

 

오늘이(114) 바로 힌두교도들의 축제일.

이 날은 강에서 목욕하고 참깨를 먹는 날이란다.

우리가 점심을 먹기로 한 호텔 뒤로 베따와 강이 흐르는데 바로 그곳으로 가는 행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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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 있었던 일은, 다른 도시에서는 별로 시선을 받은 것 같지 않았는데, 여기는 외진 곳(오르짜)이라서인지, 유독 사람들이 외지인을 외계인 보듯 한다.

시선이 일제히 모이고 개중에는 입까지 헤 벌리고 바라보는 이, 손을 흔드는 이, 허옇게 이를 드러내고 웃는 이, 주먹을 먹이는 이가지각색이다

한 소녀는 우리를 바라보다 웃다가 손을 흔들더니, 얼른 집 안으로 들어가 동생을 안고 나와 우리 구경을 시킨다.

특별한 볼거리라도 되는 양.

 

베따와 강이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식후에 호텔 담 위에 걸터앉아 아래쪽 강을 내려다보면서 무리 지어 목욕하는 이들의 사진을 찍고 있으려니 강에 있던 아이들(20세 전후로 보이는)이 웃으며 이쪽을 향해 무어라무어라 한다. 욕을 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그때 우리 옆에 있던 중년쯤 되어 보이는 인도인 서너 명이 그 아이들을 향해 무어라 외치더니 냅다 콜라 병을 아이들이 있는 바위 쪽으로 던진다.

그리고 또 유리컵을 던지려 하길래 내가 말렸더니 내게 네로의 흉내를 내며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내린다. 그러더니 다시 아이들에게 무어라무어라 한다.

내가 내려가서 혼낼 줄 알아라. 거기 꼼짝 말고 있어라.’ 하는 모양이다.

그러면서 그들이 황급히 자리를 뜨자, 아래쪽 아이들은 갑자기 허둥대며 옷을 주섬주섬 챙기더니 걸음아, 날 살려라 줄행랑을 놓는다.

 

-어른을 무서워하는 사회는 아직 희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