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35일간의 조지아 자유여행

(이레)시그나기 3

맑은 바람 2024. 4. 1. 01:19

2024년 3월 31일(일) 햇빛 쨍쨍 Sacobo 6도~17도

*번역기의 神話*
이스탄불 숙소에서 대니는 우크라이나에서 온 노부부를 만났다. 여기저기서 폭탄이 터져 당분간 피신차 캐나다로 갈 예정이란다. 그러면서 우리가 조지아로 간다니까 그러면 음성 지원이 안 되는 구글번역기보다 <Say Hi>가 더 유용하다는 정보를 가르쳐 주었다.

대니는 젊어서 출장을 많이 다니고 스스로 짬짬이 독학으로 영어를 공부해서 나의 통역관으로 손색이 없었는데  <Say Hi> 덕분에 날개를 달았다.
조지아 어 책도 한 권 준비해 왔지만 열어보지도 않는다. 택시 기사가 조지아어로 얘기하면 바로  Say Hi를 열어 스피커로 얘기를 주고받으며 둘다 흡족한 얼굴을 한다.
불과 5년 전 현경채씨가 조지아 여행을 할 당시만해도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 가뭄에 콩나기로 드물었다는데, 이제는 숙소주인은 늙었거나 젊었거나 엉어로 말하고 상점직원도, 박물관 매표소직원도 모두 기본 영어를 구사한다. 그런데 택시 기사들은 대개 나이들이 많아 조지아어밖에 못한다.
이때 <Say Hi>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

 

최근 조지아가 풍경은 스위스, 물가는 동남아, 음식은 이태리 라고 소문이 나서 영어권 사람들이 몰려드니까 자연 영어구사의 필요성을 느낀 것 같다.
그들이 <그루지아>라는 명칭을 버리고 <조지아>라는 명칭을 쓰겠다고 선언했을 때 대한민국은 그 사실을 호의적으로 받아들였다. 그 덕분에 우리나라는 360일 무비자로 조지아 전역을 누비고 다닐 수 있고 그래서 너도나도 감히 '조지아 한달살이'를 시도하는 것이고 우리 부부도  팔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용감하게(?) 조지아 한달살이에 뛰어든 것이다.

We've been married for fifty years!

오늘일정:
성 조지 바실리카 --카페 <메디아>에서 쉼--레스토랑에서 힝칼리 맛봄--택시로 시그나기 아랫동네 Anaga구경--대니 작품 구상

코카서스산맥 사진을 찍을 때면 하늘을 찌를 듯한 싸이프러스와 함께 높이 솟은 교회가 보인다.
<성 조지 바실리카>다.
오늘은  마침 부활절이다. 성 조지 바실리카를 방문, 성녀 니노 상 앞에 촛불봉헌을 했다. 우리의 기도가 그들 모두에게 전해졌음 좋겠다.

                                                                      빵은 모름지기 따끈따끈해야~

숙소를 나와 시그나기 중심가로 가려면 다리 위에서 니코 피로스마니 작품 <당나귀 타고 왕진 가는 의사>와 만난다.
'백만송이 장미' 노래의 주인공으로 슬픈 삶을 살았지만 훗날 그의 작품들은 <시그나기 국립 박물관>에 전시되어

그를 위로하고 있다

무릎이 아프기 시작해서 약을 사러 들어갔다.
저 뒤 나무에 가려진 솔로몬 도다쉬빌리는 19세기 조지아 철학자,역사가,문학가로 시그나기의 랜드마크다.소련에 저항하다 죽었다고 한다.
코카서스 산맥 풍광을 더해주는 성조지 바실리카

                                             조지아에 기독교를 전파한 성녀 니노 상 앞에 촛불봉헌을 했다

성물 판매소 앞에서 봉사자 할머니가 오라고 부른다. 이 팔찌를 채워주더니 성 조지의 가호가 있기를 빈다고 했다

(물론 조지아어로 했으니까 짐작했을 뿐이다)
내가 만난 조지아 할머니들은 슬쩍 바가지도 씌우고 이렇게 강매(?)도 한다. 그래도 싫지 않다.

동네 한바퀴를 산책하고 전망 최고인 <카페 메디아>로 갔다. 어제에 이어 또다시 오니 여주인이 무척 반긴다.핫 와인을 주문했다. 코카서스 산맥이 띠를 두른 듯한 모습을 통째로 보여주는 최고의 명소다. 명소의 음식값은 맹랑하게 비싸건만 이곳에선 핫와인 한 잔이 5라리(2500원)라니~
순수해 보이는 그녀도 여행객이 몰려들고 이곳이 시그나기 최고의 뷰 포인트로 떠오르면 돈맛을 알고 비싸게 부르려나?

천사의 얼굴을 한 소녀들

 

            나는 핫 와인을,대니는 정체불명의 초록색이 너무 고운 음료(레모네이드의 일종)를 마셨다

카페 메디아 여주인과~

점심은 어제 찜해 두었던  레스토랑으로 갔다.
힝칼리와 그릭샐러드를 주문했다. 한 개에 2라리라는 힝칼리를 5개나 먹었다. 더도 덜도 말고 한국의 고기만두다.

다만 만두피가 좀 두껍고 소고기에 고수가 들어갔을뿐.
또 먹겠느냐고 누가 물으면, "아! 예, 됐습니다!"

<니칼라 레스토랑>
1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나이프와 포크 놓는 법
집에서도 너끈히 해 먹을 수 있는~
몽고군이 전해준 요리라나~

 

시그나기 아랫마을은 코카서스 설산의 풍경이 좀 달라보일라나 생각하며 어제 <보드베 수도원>에 동행했던 기사를 만나 함께 갔다.(50라리)
그분은 지금 57세인데 운전경력 45년이란다.운전대에 올린 손을 보고 깜짝 놀랐다.조지아 남자들이 통뼈라더니 손이 솥뚜껑 만했다. 아랫마을 가는 길은 마치 구룡령 가는 길처럼 구불거렸다.
15분 정도 달려 <Anaga holy Lord's transfiguration> (거룩한주님의 변모교회) 앞에 잠시 내려 사진을 찍고 돌아왔다.

25m까지도 자란다는 싸이프러스, 이국의 향기를 더한다
Anaga Holy Lords Transfiguration Basilica(아나가 거룩한 주님의 변모교회)

                                                                어느 정류장에 누군가가 그린 그림들~

                                               러시아와 접경지역이라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일정을 오후 세 시쯤 마무리하니까 피로감도 덜하고 딱 맞았다. 충분한 휴식, 내일을 위한 저축이고 양식이다.
떠나오기 전, 조지아는 러시아에서 풀려난 지 고작 30년 남짓하는 데다가 주변국가에서는 전쟁이 진행 중이라 나뿐 아니라 지인들도 두려움을 표했다.
트빌리시에 있을 때 밤에 폭죽 터지는 소리가 대포 터지는 소리로 들리기도 하고, 이곳에 와서도 캄캄한 어둠 속에서 천둥번개가 치니 공중폭격이 있나 하고 창문을 열어보기도 했다.

'두려움은 無知에서 오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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