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35일간의 조지아 자유여행

(여드레)텔라비를 향하여

맑은 바람 2024. 4. 1. 23:37

2024년 4월1일(월) 햇빛과 구름 들락날락
Saboko 7도~18도

9시 30분에 떠나는 텔라비행 마슈르카(15인승)를 타기 위해 8시 좀 넘어 숙소를 나왔다.1인 10라리란다. 60km 거리를 약 1시간 30분 정도 걸려 가게 된다.
듣기로는, 마슈르카는 손님이 꽉 차야 출발한다 했는데 예정한 9시 30분에 칼같이 출발한다. 다소 과장과 허풍이 섞인 정보였나 보다.

 

마슈르카 타는 곳
시그나기 안녕!!

                                                                                 마슈르카 기사와 조각상

노련한 기사는 속도의 완급을 조절하며 평화로운 시골길을 달린다. 구르자니에서 10분 쉬었다.
바로 앞에 멋진 조각상이 눈길을 끈다, 누굴까?


시그나기에서 텔라비 가는 길은 영락없이 타임머신을 타고 우리나라 1960년대로 돌아간 듯했다. 듬성듬성 하얀 꽃나무들이 한창 꽃을 피워내는 마을들이 평화롭고 정겹게 다가온다.
기사는 손님이 원하는 아무데서나 차를 세워 태우고 내려준다.우리도 종점까지 가지 않고 숙소 근처에서 내렸다. 주위를 둘러보니 여행자의 시선을 끌 만한 아무것도 눈에 띄지 않아, 너무 변두리에 숙소를 잡았나 생각했다.
그러나 속단은 금물!
대문을 여는 순간 마음이 환해졌다.수십 년은 됐음직한 꽃나무 한 그루가 너른 뜰 한복판에 무수한 흰꽃을 달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호스트를 기다리며
2층 숙소에서 바라본 뜨락 풍경

 

영어가 안 되는 주인장이 나름 이것저것 수화를 하며 안내해 준다.
나는 만국 공통 언어인 웃음과 공손한 자세로 알아들었다는 듯이 끄덕거렸다.
예약할 때 넓은 방으로 했더니 침대가 4개나 되는 방으로 안내한다.
숨을 돌리고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방도 뜰도 테라스도 널찍널찍해서 좋았다. 2박에 108라리, 하루 27000원꼴이다.
숙박비가 올랐느니 어쩌니해도 말도 안 되는 가격이다. 이래서 '조지아 한달살기'가 새로운 로망으로 떠오르는 모양이다.
짐을 내려놓고 골목길을 벗어나니 길 건너에 과일ㆍ야채가게,정육점,슈퍼마켓 등 있을 건 다 있다.
오늘 내일 집 근처에서 지낼 요량으로 돼지고기,물,야채, 과일 등을 넉넉히 샀다. 그 가격에 또 한 번 놀랐다.

돼지고기 계란6 토마토 사과 오이 양파 당근 피망

양파돼지고기볶음, 누룽지 끓인 거, 야채과일 한 접시로 진수성찬을 마련했다.

숙소에서 우리가 만든 점심

 

나는 빵,와인,치즈가 좋아서 조지아를 오고싶어했는데 대니는 마누라가 하도 간곡하게 원해서 따라나서긴 했지만, 처음부터 이곳 음식에 비호감이다. 그저 밥과 얼큰한 것만 있으면 그만인 사람에게 여기 음식을 먹으라고 하는 건 좀 미안한 일이긴 하다. 그러나 50년을 한솥밥을 먹고 살아왔지 않은가!
이제는 서로 맘에 들지 않는 일도 웬만큼 수용하며 넘어갈 때다. 부디 서로 마음 맞춰 주며 유쾌한 여행이 되길 기대한다.

 

다행히도 코카서스에 홀딱 반한 대니가 말했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네!"
지금도 혼자 산구경을 나가 소식이 없어 호출을 했다.
"여보, 방이 추워, 얼릉 와, 나 얼어죽겠어~~"

<대니가 유괴됨>
잠시 동네 한바퀴 둘러보고 오겠다던 사람이 30분이 넘어도 들어오지 않는다.
전화를 걸었더니 어느 농부의 초대를 받아 들어와 있단다.
초대라니! 그런 델 왜 자기 혼자 가?
빨리 오라는 독촉에 30분만에 돌아와서 하는 얘기--
산쪽을 향해 곧바로 난 길을 걸어가는데 노부인 셋과 늙은 농부 한 사람이 앉아 있길래 말을 걸었단다. 남자는 약간 다리를 절고 눈도 한쪽이 이상했다.
남자는 잠깐 집안으로 들어가자고 했다. 등 떠밀리듯 안으로 들어갔더니 부인인 듯싶은 이가 따라 들어와 약간의 음료(차차:조지아의 독한 술)와 치즈와 빵과 소시지, 계란 후라이를 순식간에 차려내더란다. 그런데 남자는 어둑한 방쪽으로 잠깐 들어오라고 하는데 기분이 껄쩍지근해서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때 마침 마누라가 전화를 해서 빠져나오게 된 거란다.
알고 보니 소규모 와인창고를 가지고 있어 와인을 판매하려고 그랬던 것이다.
허방을 짚어도 한참 잘못한 거지, 술은 한 모금도 입에 못 대는 이에게 술판매를 시도했다니 헛웃음만 나온다.

살구꽃? 체리꽃?

 

아무래도 이 꽃나무 이름이 궁금해서 주인아저씨께 물었더니, 아저씨는 얼른  휴대폰을 켜고 대화를 시도한다. 그들은 그 꽃나무를 '차카풀'이라고 하며 양고기 소스로 쓰는데 신맛이 난다고~
자세히 살펴봐도 신맛나는 매화도 앵두꽃도 아니다~~
그런데 오는 길에 마을마다 이 흰 꽃나무가 무리지어 피어서 조지아의 봄을 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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