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1일(목) 보르조미 7도~16도
<오늘 일정>
내일 여정 답사--보르조미 투어(바르지아 Cave Town)
주도면밀한 대니가 내일 쿠타이시로 가는 여정을 체크해 보자고 해서 7시 반에 터미널로 갔다. 8시 정시에 카슈리Khashuri 행 마슈르카가 출발했다.(2인 6라리)
35분 정도 걸려서 카슈리에 내렸다.쿠타이시행 버스 타는 곳을 몇 사람한테 물었으나 영어를 못 알아 듣는 건지 번역기까지 들이대도 제각기 다르게 가르쳐 준다.
로터리 바로 앞에 경찰서가 보이고 젊은 경찰들이 웅기중기 서 있길래 대니가 다가가 물었더니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조지아 경찰에 대한 이미지가 살짝 구겨지는 순간~
그동안 여행하는 도시마다 경찰차가 자주 눈에 띠고 경찰서가 숙소 가까이 있어 든든했었는데~
관광객이 늘어나는 현실에 대비해서 경찰이라도 영어교육을 시켰어야 되는 거 아닌가?
결론은, 집앞 정류장에서 바투미 가는 직행 마슈르카를 타기로 했다.
내일 아침도 서둘러야 한다.
정오 다 되서 보르조미로 돌아왔다. 대니가 <바르지아>를 가고 싶다고 해서 기사들한테 물었더니 거기 정차해 있는 마슈르카 한 대를 가리킨다. 일반버스가 아닌 투어용이었다. 2인에 130 라리란다. 좀 비싼 거 아니냐 했더니 대니가 거리 계산을 해보더니 왕복 160km나 되는데 그 정도면 괜찮은 거라 했다.
기사는 자기 이름을 '테무리'라고 소개하며 기초회화 정도는 그냥하고, 조금 복잡한 얘기는 번역기를 돌린다.
<바르지아> 가는 길에 조지아 전통빵집에 들러 화덕에서 금방 꺼낸 푸리를 샀다.
한 개에 1.5라리, 750원꼴이다. 크기는 커다란 쟁반 만했다.
빵내가 솔솔 나고 따끈하고 바삭거리는 빵을 뜯어 입안에 넣으니 미소가 절로 난다. 기사 겸 가이드 테무리 것도 사서 함께 먹었다.
9시50분에 출발한 차는 12시경 <바르지아>에 도착했다.
보르조미에서 여기까지는 한때 조지아의 실크로드였다고 한다.
다 무너져버린 캐라반 숙소도 눈에 띄었다
이곳은 아르메니아 사람들이 많이 사는데 터키 접경지역으로 한때 소련군이 주둔했었다고--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한 무리의 군인들이 눈에 들어왔다.
저 멀리 <바르지아 Cave Town>가 바라보이는 앞에서 테무리는 여러 가지 포즈를 요구했다. 우리는 젊어서는 멋쩍어서 해보지 못했던 이런저런 포즈를 취하며 재미있어했다. 그냥 찍은 사진들과 비교하니 이전 사진들이 얼마나 맥빠진 모습들인가 단박에 비교되었다.
<바르지아>는 조지아 남부 므트크바리강 옆 에루셀리산 측면에 만든 동굴도시로 13층 높이에 6000~7000개의 동굴이 있다. 12세기 게오르기 3세 왕이 짓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살기시작, 그의 딸 타마르 여왕이 이곳을 완성시켰다.
12세기 터키의 공격으로 숨을 곳을 찾아 이곳으로 왔다. 한때 5만 명이 살았는데 전쟁 종료 후엔 수도사들이 사용함.
1283년 발생한 지진으로 건물의 외관이 드러났다. 현재 300개의 방들을 공개하고 있는데 연회장, 빵집, 도서관, 와인 저정소들을 볼 수 있다.
바로 옆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 점심을 먹었다. 대니와 나는 비프 스프를, 테무리는 힝갈리를 시켰다. (비프스프 13라리, 카푸치노 6라리) 음식맛이 꽤 괜찮은 집이다.
돌아오는 길에 <Green Monastery>를 방문했다. 평지 숲속을 한참 들어간 후에야 '녹색수도원'에 이르렀다.
월정사를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수도원은 9세기경 지어진 것으로 짐작되었는데 종탑에 발을 들여놓으니 여러 개의 해골이 있었다. 뜻밖의 광경에 놀랐다. 15세기 <샤 타마즈>침공 이후 그들에 의해 이곳 수도승들이 무참히 살해되어 강물이 피로 물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성모상 앞에 촛불 봉헌하며 그들의 억울한 영혼을 위해 기도했다.
테무리는 돌아오는 차중에서 조지아 전통 음악 (대표가수 오나슈빌리)도 들려주고 군데군데 내려서 사진도 찍어주었는데 솜씨가 프로급이다.
계속 대니와 영어로, 또는 조지아어 번역기로 신변 얘기와 러시아에게 수탈 당해 많은 사람들이 먹고 살기 위해 해외로 떠나는 얘기, 이곳에 남아있는 이들이 직업을 구하지 못해 힘들게 사는 이야기들을 늘어놓았다.
중앙선도 없는 좁은 도로에서 마주오는 대형트럭을 피하느라 곡예 운전을 해가면서 얘기를 계속하니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을매나 답답하면 저럴까 하는 생각으로 불안감을 억눌렀다.
종점에 와서, 애초에 130라리를 주기로 했는데 대니는20라리를 팁으로 얹어 주었다.
숙소로 돌아와 대니는 소고기와 고춧가루를 듬뿍 넣고 감자국을 끓였다.
오늘도 대니는 고춧가루를 이곳에서 살 수 있었던 '기적'에 또 한 번 감사했다.
**조지아의 봄은 하얀 면사포를 쓴 신부를 데리고 온다.
우리나라는 복수초, 민들레, 영춘화, 산수유,개나리,생강꽃 등으로, 천지가 노랗게 변하며 봄이 오는데, 조지아는 마을마다 눈부신 백색 꽃나무들이 봄날을 알리고 있다.
텔라비의 발리코 주인장에게 물어봤을 때도 그 꽃 이름을 이내 알아낼 수 없었는데, 테무리도 뭐라뭐라 하는데 도무지 꽃이름을 알아낼 수 없다. 분명한 건 그 열매로 바베큐 소스를 만든다는 것이다.
오늘로 여행 18일째다.
보이지 않는 손길의 守護하심을 피부로 느끼며 내일 여정을 위해 짐을 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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