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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경사 바틀비>허먼 멜빌 소설

맑은 바람 2024. 8. 31. 18:51

허먼 멜빌 지음/공진호 옮김/그린이 하비에르 사발라/문학동네/106쪽/1판1쇄 2011.4/1판13쇄 2018.9/읽은 때 2024.8.31


허먼 멜빌:(1819~1891)향년72세
뉴욕출생/12세에 무역상을 하던 아버지가 죽자 학업을 중단,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무역선. 포경선. 군함을 타고 남태평양 여기저기 떠돈다./첫소설 <타이피> 발표/28세에 대법관의 딸 엘리자베스 쇼와 결혼/나타니엘 호손과 이웃에 살며 교류함/두 아들을 차례로 잃음. *타이피는 식인종으로 알려짐

 

대표작:해양모험소설로,<*타이피>(1846),<오무>(1847)
문명비평과 사회 풍자실험작 <마르디>(1849),
그의 최고작이자 미국 현대문학의 걸작 <모비딕>(1851),
시대와의 갈등, 창작의 고뇌를 담은 <피어>(1852),<필경사 바틀비>(1853)등이 있다.
3대 걸작으로 <모비딕><빌리버드> <*필경사 바틀비>를 꼽는다.

*필경사-복사기가 없던 당시에 필사를 하고 글자수대로 돈을 받던 직업

<필경사 바틀비>는 미국 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음

 

허먼멜빌의 작품들은 상징이 풍부한 작품들로 미국사회와 서구문명에 대한 탁월한 통찰력과 비판 의식을 보여줌/출판 당시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평론가들의 냉대 속에 가난을 면치 못했다. 훗날 19세기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평가됨

(2)(관찰자 '나'의 시점에서 필경사들은 '흥미롭고 별스러운 사람들'이다. 그중에서도 바틀비는 가장 이상했던 인물이다.)

바틀비의 자기 권리 선언의 말 "안 하는 편을 선택하겠다. (I Prefer not to) "는 바로 회사 안의 유행어가 될 정도로 주위 사람에게 영향을 끼쳤다.

변호사인 서술자 나

(10)나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내가 더없이 안심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여긴다.저명인사였던 *존 제이컵 애스터는 주저없이 내 첫번째 강점은 신중함이며 그 다음은 체곅성이라고 단언했다.*존 제이컵 애스터--당시 미국의 가장 큰 부자

(서술자 '나'의 말투는 카뮈의 <전락1956>에서 은퇴한 변호사 장 밥티스트 클라망스가 한껏 자기자랑, 자화자찬을 늘어놓는 분위기와 닮아서 코믹하다.)

월가의 사무실


(23)필경사 니퍼스와 터키:
소화불량이라는 괴상한 원인 때문이긴 하지만 니퍼스의 성마름과 이에 따른 신경과민이 주로 오전에만 나타날 뿐 오후만 되면 그가 비교적 온순했던 것은 나로서는 천만다행이었다. 터키의 발작이 열두 시쯤에야 시작했기 때문에 나는 한 번도 두 사람의 기행을 일시에 겪지 않아도 되었다.그들의 발작은 보초가 서로 교대하듯 번갈아가며 나타났다. 니퍼스가 발작할 때는 터키가 쉬었고, 터키가 발작할 때는 니퍼스가 쉬었다. 사정이 사정이니만큼 그것은 꼭 들어맞는 자연스러운 조합이었다.
(25)필경사 바틀비 :
나는 일거리가 많아져 추가 인력이필요했다.
어느 날 아침, 한 젊은이가 내가 낸 광고를 보고 찾아와 사무실 문턱에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여름이라 사무실 문이 열려 있었다. 지금도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 창백하리만치 말쑥하고, 가련하리만치 점잖고, 구제불능으로 쓸쓸한 그 모습이! 그가 바틀비였다.
그의 자격조건들에 관해 몇 마디 나눈 뒤 나는 그를 고용했다.
그렇게 두드러지게 조용한 풍모를 가진 사람을 내 필사원단의 일원으로 둘 수 있어서 기뻤다.나는 그의 그런 면이 터키의 변덕스런 성질과 니퍼스의 불같은 성질에 유익한 엉향을 미치리라 생각했다.

필경사 바틀비

(27)바틀비는 처음에는 놀라운 분량을 필사했다.마치 오랫동안 필사에 굶주린 것처럼 문서로 실컷 배를 채우는 듯했다.소화하기 위해 잠시 멈추는 법도 없었다.낮에는 햇빛 아래,밤에는 촛불을 밝히고 계속 필사했다. 그가 쾌활한 모습으로 열심히 일했다면 나는 그의 근면함에 매우 기뻐했을 것이다.하지만 그는 묵묵히,창백하게,기계적으로 필사했다.
(29)나는 그를 부르며 용건이 무엇인지 빠르게 말해 주었다.나와 함께 적은 양의 문서를 검증하자는 것이었다.그런데 바틀비가 그의 은둔처에서 나오지 않고 매우 상냥하면서 단호한 목소리로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I Prefer not to)"라고 대답했을 때 내가 얼마나 놀랐을지, 아니 당황했을지 한번 상상해 보라.
(44)일요일 아침, 내 변호사 사무실에 기거하는 바틀비, 그러면서도 신사처럼 흐트러짐 없지만 주검같은 느낌을 주는 확고하고 침착한 바틀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 바틀비의 출현은 내가 다름 아닌 내 사무실 문전에서 그대로 슬그머니 물러가, 그가 원하는 대로 했을만큼 내게 이상한 영향을 미쳤다.하지만 이 수수께끼같은 필경사의 온순한 뻔뻔함에 대항해 무기력한 반항심이 불쑥 일어나 쑤셔댔기 때문에 이런저런 고통이 없지는 않았다.사실 나의 적개심을 해체한 것은, 말하자면 나를 거세한 것은 주로 그의 훌륭한 온순함이었다.
(47)일요일 월가 사무실에 혼자 남은 바틀비:
그는 비참할 정도로 친구가 없고 외롭구나! 그의 빈곤은 극심하지만, 그의 고독은, 그건 정말 끔찍해!
---사람들로 붐비다가 쓸쓸해진. 광경을 홀로 지켜보는 바틀비--그는 카르타고의 폐허 가운데 침울한 생각에 잠긴, 결백하고 변화한 모습의 *마리우스였다.
*마리우스-고대 로마 장군.술라의 군대에 맞서 싸우다가 패주하여 아프리카로 탈출함
(어느 날부터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바틀비를 달래도 보고 윽박질러 보기도 하다가 그래도 바틀비가 꿈쩍도 않자 '나'는 사무실을 옮긴다.)
(77)나는 새 사무실에 자리를 잡고 처음 하루이틀은 항상 문을 잠갔다. 그리고 복도에서 발소리가 날 때마다 흠칫흠칫 놀랐다. 잠시 어디에 다녀올 때도 잠깐 사무실 문앞에서 멈추고, 열쇠로 문을 열기전에 주의깊게 귀를 기울이곤 했다. 하지만 쓸데없는 두려움이었다.바틀비는 내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바틀비는 결국은 쓸모없는,구제불능의 인간으로 취급되어 경찰에 끌려가 감옥에 처넣어진다.얼마 안 가서 그는 그곳에서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