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쓰메 소세키 지음/한은미 옮김/소담출판사/초판1쇄 2003.11.25
228쪽/읽은 때2024.9.5~9.6
나쓰메 소세키(1867~1916) 향년 49세/도쿄 신주쿠 세력가 집안 5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남/메이지 유신의 영향으로 집안이 몰락함/본명 긴노스케/괴짜 기질이 있음/1893년 도쿄데이코쿠대학 영문과를 졸업/도쿄 고등사범 교사를 지내다 1895년 28세에 시코쿠의 마쓰야마 중학교 교사가 되었다./마쓰야마는 절친 마사오카 시키의 고향이기도 하다./29세에 나카네 교코와 결혼, 2남 5녀를 둠/1900~1903 일본 문무성 장학생으로 영국 유학/신경쇠약을 앓고 귀국, 잠시 대학 강단에 섰다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 <도련님>을 발표하여 文名을 날리면서 교직을 떠나 40세에 아사히 신문사에 입사/<도련님>은 일본 유머소설의 대표작으로 손꼽힘
--차례--
제1편 개구쟁이 시절
나는 말썽쟁이라 부모의 사랑을 못 받았지만 하녀 할멈 기요의 총애와 격려 속에 컸다.
(세상에 누군가 나를 전적으로 지지해 주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바람 부는 길모퉁이에 서있더라도 쓰러지지 않고 그 바람을 뚫고 지나갈 수 있으리라. 나는 누군가의 무조건 지지자가 되리라.)
제2편 선생님이 된 도련님
(43)고향은 어디신가요? 아?도쿄? 이거 참 반갑군요.고향 친구가 생겨서.내가 이래봬도 *에돗코(*도쿄에서 태어나 성장한 사람을 일컬음/에도江戶는 도쿄의 옛 지명)랍니다."
이렇게 밥맛 없는 자(미술선생)가 태어난 도쿄라면 그곳에서 두번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 호기심의 대상은 신참 선생님이다. 그것도 멀리 도쿄에서 왔다니 얼마나 흥미로운가! 첫 발령지 포항에서의 추억들이 떠올라 문득 그리운 얼굴들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57-58)덴푸라 선생님 사건:
'덴푸라 선생님'
다음 날 수업에 들어갔더니 칠판 가득 이렇게 씌여 있었다.
'하나,덴푸라 국수 네 그릇, 단, 웃지 말 것!'
다음 교실 칠판에는 이렇게.
"너희들은 이런 장난이 재미있나? 이건 비겁하게 남을 희롱하는 것이다.너희는 비겁하다는 말의 뜻을 알고 있나?"
"자신이 한 행동 땜시 망신 좀 당했다고 버럭 화를 내는 것이 비겁한 것이 아닐랑가요이?"
"덴푸라를 먹으면 억지를 부리고 싶어진다"
다음 교실 칠판엔 또 이렇게 씌여 있었다.
(짓궂고 장난끼가 동한 아이들을 이겨먹을 재주가 있었던가? 이제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니 유쾌하고 폭소가 터졌다.)
--경단 두 접시 7전/유흥가의 경단, 맛이 끝내 줘요!
--빨강수건/탕 속에서 헤엄치지 말것!
(아이들은 무슨 첩보 작전이라도 하는 듯 학교가 파하면 짓궂은 몇 놈들이 선생을 미행한 게 틀림없다. 그러곤 다음 날 학교에 좌악 소문을 내는 것이었다.)
(62)나는 왠지 전교생이 나 한 사람을 놓고 탐색전을 벌이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어 견딜 수가 없었다.기분까지 울적해졌다.학생들이 뭐라고 떠들던지 마음 먹은 일을 쉽게 포기할 내가 아니지만 어쩌다 이렇게 코딱지만한 촌구석에 와서 숨막히게 사는지를 생각하면 내 자신이 한심스러웠다.그렇게 진을 빼고 집에 돌아오면 주인영감은 또 어김없는 골동품 공세로 내 숨통을 더욱 조이는 것이었다.
제3편 못말리는 학생들
숙직날. 이불 속에서 수십 마리의 메뚜기가 나왔다. 기숙사의 학생들을 불러내어 다그쳤다.
"이게 바로 메뚜기란 것이다.덩치는 산만해 가지고, 그래 메뚜기도 모른단 말이냐?"
"그건 풀무치지라우이."
아무튼 나는 이런 놈들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74)도대체가 중학교 선생이란 것이 어디를 가나 이런 녀석들을 상대로 이런 험한 꼴을 당한 데서야. 참으로 딱한 직업이 아닐 수 없다. 그런 데도 교사가 줄어들지 않고 계속 나오는 걸 보면 상당한 인내심을 가진 뚝심 있는 사람들이 꽤나 많은가 보다.
(95)생각해 보면 세상 사람들 대부분이 옳지 못한 일을 부추기고 있는 것 같다.악하게 굴지 않으면 사회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듯하다. 가끔 순진하고 솔직한 사람을 보면 '샌님'이니 '쑥맥'이니 하면서 트집잡고 경멸하는 분위기다.
제4편 교무실
끝물호박 고가 선생이 벽지로 자진 전근을 가고, 수학주임 멧돼지의 속마음은 알다가도 모르겠고, 내가 하숙집을 나오자마자 알랑방구가 그리로 들어가서 완전히 내 눈밖에 났다.
그런데 교감 빨강셔츠는 나에게 월급을 올려줄지 모른다는 암시를 하고 직책이 더 높은 데로 갈 수도 있다 하고--
제5편 불쌍한 끝물 호박 선생
끝물호박이 월급을 올려줄 수 없냐고 교장한테 얘기했더니 봉급이 약간 높은 벽지학교로 전근 수속을 해버렸다. 고가 선생은 울며 겨자먹기가 되어 전근을 가게 되었다. 마돈나로부터 고가선생을 떼놓으려는 빨강셔츠의 계략이었다.
(172-173)승전기념일:
교사들은 800명의 학생들을 데리고 승전기념행사에 참석차 연병장으로 갔다.
학생들은 철이 없는데다 건방지기가 이를 데 없다.이를테면 규율을 잘 지키고 있으면 체면이 구겨진다고 생각하는 녀석들이다.명령이 떨어지지도 않았는데 마음대로 군가를 불러대지 않나, 군가를 멈추면 이유없이, '와'하는 함성을 내지르지를 않나, 마치 불량배가 거리를 휩쓸고 지나가는 격이었다. 군가도 안 부르고 함성도 지르지 않을 때는 왁자지껄 시끄럽게 떠들어 댄다.떠들지 않고 조용히 걸어가면 입이 근질근질한가 보다.아무리 야단을 쳐봐도 눈도 깜짝 안 한다.
떠드는 것도 단순한 수다라면 또 모른다.무례하기 짝이 없게스리 선생들의 험담을 하고 있는 것이다.나는 숙직사건으로 학생들에게 사과를 받아냈고, 그 정도면 정신을 차렸으려니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나의 크나큰 착각이었다.
학생들은 진심으로 뉘우치고 잘못을 빈 것이 아니었다. 다만 교장선생의 명령으로 형식적으로 머리를 조아렸을 뿐이었다.장사치들이 사람들 앞에서는 머리를 조아리면서 뒤로 속여먹는 것처럼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앞에서는 머리를 조아리며 사죄를 했지만 그렇다고 장난질을 멈출 놈들이 결코 아니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이런 학생들과 같은 부류의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는지도 모르겠다.사람이 사과를 하거나 용서를 빌 때 진정으로 받아들이고 용서하는 사람은 지나치게 정직해서 바보 취급을 당하는 것이 아닌가.거짓으로 사과를 하니 용서도 분명히 가짜일 수밖에 없다. 만약 진실로 사죄받기를 원한다면, 상대의 눈에서 눈물이 쏙 빠지도록 진심으로 후회할 때까지 두들겨 패주지 않으면 안 된다.
(참 딱한 결론이다. 바탕이 善한 사람은 그럴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惡한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은 기억하지 못하고 심하게 혼났다는 것만 기억하며 복수의 칼날을 갈 것이다. 살 만큼 살았건만 왜 점점 인간에 대한 회의가 드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카잔차키스는 그렇게 말했는지도 모르겠다.
난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난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난 자유다!)
제6편 난폭한 도련님
멧돼지와 나는 오붓하게 저녁시간을 보내려는데 빨강셔츠 동생이 와서, 전승기념 축하연을 보러가자고 부추긴다.둘은 공연을 흥미롭게 보는데 한켠에서 사범학교와 중학교가 제대로 패싸움이 붙었다.
선생들은 말려야겠기에 싸움판 속으로 들어갔다가 도리어 부상을 입는다.다음날 신문엔 오히려 싸움 주동자로 선생 둘을 지목했다.다 빨강셔츠의 농간이다.결국 멧돼지는사표를 쓰게 된다. 둘은 빨강셔츠를 혼내주기로 한다.
둘은 기생집을 나오는 빨강셔츠와 알랑방구를 미행해서 흠씬 두들겨패고 그 시골마을을 떠난다.
(뒤로 갈수록 무슨 무용담 같기도 하고 어디에서나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작은 집단의 뒤얽힌 인간 群像들을 가볍고 재치있게 서술해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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