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감사일기

아침산책길(1)

맑은 바람 2025. 4. 29. 00:05

2025년 4월 28일 토
'안죽걸산(앉아만 있으면 빨리 죽고 걸어다니면 오래 산다)' 떠올리며 아침 산책을 시작했습니다.
목표는 3000보 정도,약 3,40분 걸릴 거라 짐작됩니다.

출발~~

아랫길로는 자주 다녔지만 윗길은 아주 오랜만입니다.

고갯길을 오르자 그새  허름한 수도원 자리에 번듯한 수도원이 새로 들어섰네요.

단층이었던 수도원이 새로운 모습으로~

교회 담벼락에 아기상어는 그대로 있구요.

손녀와 즐겨찾았던 교회 담벼락 그림
혜성교회

 

수녀원과 선교회 건물 앞을 지납니다.

그 속에 사는 분들은 세계 각지에서 멀리 이곳까지 와서 사랑을 나누고 베풀고 있습니다.

그분들 생각만으로 가슴이 따뜻해져 옵니다.

 

골목 왼쪽에는 남자고등학교가 있습니다.역사가 오래된(140년) 크리스천 스쿨입니다.  

초록빛의 널찍한 인조 잔디 위엔 파란 젊음이 힘차게 축구를 차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이곳의 도움을 받을 날이 있을 거라 생각하며 든든합니다
다문화가정의 어린이들을 돌보는 돌봄센터
반려동물 사랑이 남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어요

 

우리 모두는 알게 모르게 누군가의 도움과 사랑으로 사는 존재입니다

그림자를 통해 나를 봅니다
전에는 이곳에 '성북동 비둘기'들이 살았습니다

 

골목 끝에는 장안에서 유명한 돈까스집이 있습니다.

점심 때쯤 몰려드는 손님맞이를 위해 식당 안은 매우 분주합니다.

장안의 유명한 맛집 왕돈까스집

바로 아래쪽에 낯익은 치킨집이 보입니다. 부암동에서 보던 상호인데 지금은 상호가 바뀌었네요.

궁금해서 문을 밀고 들어가니 부암동 여사장님이 계시네요. 그곳을 아들들한테 주고 여기에 하나 더 차렸다고요.

골뱅이 무침과 바삭하게 튀긴 감자와 치킨의 맛이란!!

길 건너에 와룡공원 입구가 보입니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돌아서면 코너에 째즈 스토리가 있습니다 삼청동에서 이사왔어요

모퉁이를 돌아 성북동 큰길로 들어섭니다.

주말이라 거리엔 차도, 사람도 뜸하고 따사로운 아침 햇살만이 조용히 내리쬐고 있네요.

꽃가게 앞에서 발을 멈춥니다.이름도 모르는 꽃들이 활짝 웃으며 "저 어때요" 하고 말을 거네요.
'낭중에 보자' 다음을 기약하고 그들 곁을 떠납니다.

꽃밭이 발목을 잡네요.들고 가기 힘들어서 눈요기만 합니다

빵가게를 지납니다.
고소한 냄새가 솔솔 풍기며 저를 유혹합니다. 두어 개 사 들고 빵가게를 나옵니다.
오랜만에 나온 아침 산책이 이리 기분 좋을 수가 없습니다

빵냄새가 솔솔~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는 법이 있나요? 빵봉지를 들고 나오니 미소가 절로 납니다
손편지 시대가 끝나가니 우체국에 갈 일도 없고 설렘도 사라졌어요.더이상 기다림이 없어진 세상~

 

행복--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봇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 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이 골목안에최순우옛집이있다.들어가서툇마루에앉아보는것도좋을듯

 

 

 

 

 

 

.


 

 

 



 

 

 

 

 

 

'사는 이야기 > 감사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물두 살 선이에게  (0) 2023.08.28
거울못 식당  (0) 2023.08.21
꽃을 든 남자--벗을 떠나보내며  (0) 2023.08.16
칠십다섯 노인이 열다섯 소녀에게  (0) 2023.07.29
보수공사 두 건  (0) 2023.07.13